[취재파일] 킬 체인에 구멍?..北 미사일 도발과 南의 수상한 움직임

김태훈 기자 입력 2017. 3. 25. 13:55 수정 2017. 3. 25. 15: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2일 또 미사일 한 발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중거리 무수단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발사 직후 폭발했습니다. 시험발사가 성공했다면 해당 미사일의 성능과 군의 요격 능력이 회자됐을텐데 폭발하는 바람에 관심은 군이 북한 미사일의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했느냐 못 했느냐로 쏠렸습니다. 어떤 유력 매체는 군이 사전에 탐지 못했다고 단언하며 북한 미사일을 발사 전에 타격하는 전술인 킬 체인(Kill Chain)에 구멍이 났다고 군을 몰아세웠습니다.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의 북극성 2형을 시험발사했을 때도 킬 체인이 무력해졌다는 보도들이 쏟아졌습니다. 전차처럼 무한궤도를 장착해 등장한 신형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깊은 계곡이나 산골짜기로 숨어들어 북극성 2형을 쏴 올리면 킬 체인이 사전에 공격 징후를 탐지할 수 없다는 것이 킬 체인 무용론의 근거입니다.

킬 체인은 현재 구축 중이지 완성된 전술이 아닙니다. 북한의 지상을 감시할 킬 체인의 핵심 중 핵심인 정찰위성 사업은 2020년대 초반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킬 체인이 지금은 없는데 킬 체인에 구멍이 났고 쓸모가 없다니요? 무리한 흠집 내기입니다. 북한이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면 무턱대고 킬 체인을 욕할 것이 아니라 킬 체인을 발전시킬 방법을 도모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들을 고각발사하고 사드(THAAD)가 주한미군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서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개발 및 양산 중인 국산 장거리 요격 체계 L-SAM과 국산 중거리 요격체계 M-SAM는 제쳐두고 외국의 요격 미사일을 구매하자는 말로 들립니다.

순수하게 대북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KAMD와 킬 체인의 업그레이드를 꾀하자는 뜻은 환영해 마땅하지만 다른 목적이 있다면 경계심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 군의 독자적 방어능력 배양 속도를 한두 뼘 늦추고 고가의 외국 무기를 추가로 사들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 없는 킬 체인에 구멍이 났다?

킬 체인의 현무 탄도 미사일

한 유력 매체는 군이 지난 22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알아내지 못했다며 킬 체인에 구멍이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일찍이 미사일 발사 징후를 찾아내 대비를 했는데 우리 군은 눈 뜬 장님이었다는 지적입니다.

정찰위성이 없는 우리 군이 자체 능력으로 북한 미사일의 사전 움직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의 통신을 감청하거나 김정은 등 북한 주요 인물의 동선, 북한 미사일 부대의 전개와 관련한 휴민트 즉 대북 간첩의 첩보 등을 취합해 미사일 발사 징후를 알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군은 킬 체인을 구축하고 있고 핵심은 정찰위성을 띄우는 사업입니다. 2020년대 초반까지 정찰위성 5기를 하늘로 올려 북한을 위에서 내려다 볼 계획입니다. 펀치는 국산 지대지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인 현무와 독일제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입니다. 미사일들은 부지런히 제작 및 도입되고 있습니다.

즉 킬 체인은 현재 구축되고 있습니다. 킬 체인이 여태 완성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구멍 뚫릴 일도 없습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글러먹은 녀석”이라고 욕을 하니 저의(底意)를 의심받게 됩니다.

킬 체인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킬 체인이 영 미덥지 못하면 킬 체인을 보다 튼실하게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국정원이 정찰위성의 일부 수신 관제권을 가져가서 정찰위성의 대북 미사일 및 핵 시설 감시 효과를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이런 시도부터 막아야 합니다. 킬 체인의 운용 개념 및 계획, 교리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지를 따져서 군에 발전적인 방향을 조언해야 합니다. 킬 체인에 구멍이 났다는 얼토당토않은 말 뒤에 혹시 킬 체인을 대체할 새로운 체계를 외국에서 통째로 사들이거나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MD 편입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숨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 KAMD 전면 수정론…‘사드 구매’ 촉구하나

KAMD의-허리-M-SAM

KAMD는 북한 미사일의 종말단계 하층을 중첩 방어하는 것이 요체입니다. 미사일은 발사돼서 솟아오르는 상승단계와 최고고도 전후의 중간단계, 타격 목표지점을 향해 낙하하는 종말단계를 거칩니다. 군은 종말단계 하층의 상부를 L-SAM으로, 가운데 지점은 M-SAM로 중첩 방어한다는 계획입니다. PAC-3와 PAC-2도 있습니다. M-SAM은 수차례 시험발사에 성공해 양산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L-SAM은 개발 중입니다. 여기까지가 KAMD입니다.

KAMD에 주한미군의 사드가 얹혀 대북 요격 능력은 강화됩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3척이 건조되는 차기 이지스함은 함대공 미사일로 SM-3나 SM-6로 무장합니다. 특히 SM-3는 요격고도가 수백 km여서 종말단계를 넘어 중간단계에까지 방어망을 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전력이 강화되고 있고 한미 군 당국의 요격 체계도 점차 개선되자 KAMD를 전면 수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KAMD는 수정되고 있습니다. L-SAM과 M-SAM도 애초에 KAMD에 없던 요격체계인데 당연히 KAMD에 포함돼 운용 계획이 새로 짜여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고각발사라는 기이한 시험을 계속하니 특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사드 전력의 강화, 즉 이참에 사드를 사들이자는 압력도 KAMD 전면 수정론에 녹아있습니다. 한미 연합 미사일 사령부를 창설해 사드의 주한미군과 KAMD의 우리 군을 한 데 묶자는 아이디어도 함께 따라다닙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이은 우리 군의 사드 구매와 이에 따른 L-SAM의 개발과 M-SAM 양산 계획의 차질. 일찍이 군 안팎에서 회자됐던 시나리오입니다. 사드를 우리 돈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면 국산 L-SAM과 M-SAM의 미래는 어두워집니다. 국산 요격체계 개발과 양산에 투입될 돈이 사드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L-SAM과 M-SAM 개발 기술을 토대로 차기 국산 요격체계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게 됩니다.

한미 연합 미사일 사령부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입니다. 우리 군이 미국과 연합 미사일 사령부를 창설하는 일은 MD에 편입해서 미국 대신 중국, 러시아와 맞서기를 자초하는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굳이 거창한 새 조직을 만들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한미가 연합해 요격 전력을 알뜰살뜰 운용하는 방안은 없는지 따져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미국의 협력 없이 북한과 싸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세계 이곳저곳에서 전쟁을 벌이는 미국 역시 혼자 싸우지 않습니다. 동맹국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큰 싸움은 여러 나라가 연합해서 치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군이 주인 되고 우리 군은 옆에서 도와주는 구도가 아니라 우리 군이 전쟁을 주도하고 미군은 지원하는 구도가 옳습니다. 전시 작전통제권도 그래서 되돌려 받으려는 것입니다. 자주국방하려면 어려워도 미국만 바라보고 의지하는 버릇을 하나씩 고쳐가야 합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