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네가 긁으니 나도 긁적.. 가려움도 전염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17. 3. 25. 12:06 수정 2017. 3. 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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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시킨 일
누군가 긁는 모습 보면 '사회적' 가려움 전염.. 실제로 가려울 때는 반응 일으키지 않아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땀이라도 났는지 괜히 이곳저곳이 가렵다. 그럴 때면 가려움이 온 가족으로 전염된다. 누가 먼저 했는지 몰라도 나도 아이도 팔다리를 긁고 있다. 도대체 가려움은 어떻게 전염될까. 과학자들이 가려움의 전염은 뇌에 각인된 현상이라는 증거를 찾았다.

미국 워싱턴의대 가려움 연구센터의 조우펭 첸 소장은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생쥐에서 가려움이 전염되는 것을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동료가 긁는 모습을 보고 따라 긁는 현상은 지금까지 사람과 원숭이에게만 발견됐다.

연구진은 정상 쥐가 있는 우리 옆에 만성 가려움증에 걸린 쥐를 넣었다. 또는 쥐가 긁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모니터로 보여줬다. 두 경우 모두 정상 쥐가 몸을 긁기 시작했다. 가려움이 전염된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를 통해 가려움의 전염이 일어나는 과정을 확인했다. 동료를 따라 긁기 시작한 쥐는 뇌에서 '시교차 상핵'이라는 부분이 활발하게 작동했다. 이곳에서는 '가스트린 분비 펩타이드(GRP)'라는 단백질이 분비됐다. 앞서 연구에서 GRP는 피부와 척수 사이에 가려움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로운 점은 GRP가 동료가 가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가려움이 전염됐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이었다. 연구진이 쥐에서 이 단백질을 차단하자 다른 쥐가 긁는 모습을 봐도 긁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가려움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을 이 생쥐에게 주입하자 피부를 긁었다. 즉 GRP는 '사회적' 가려움에만 반응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가려움의 전염이 생겨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아마 쥐들이 동료에게 '벌레나 기생충이 있는 곳이니 대비하라'고 경고하는 행동일지 모른다"고 밝혔다.

봄에 나타나는 또 다른 전염 행동은 하품이다. 워싱턴의대 연구진은 "하품도 가려움과 같은 뇌 경로로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품의 전염은 가려움과 달리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감정적 요인이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스위스 연구진은 다른 사람을 따라 하품을 한 사람의 뇌에서는 '거울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작동했다고 밝혔다. 거울 뉴런은 가족이나 연인이 아프면 나도 아픈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작동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공감(共感)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이다.

실제로 사람이든 원숭이든 낯선 상대보다 가까운 동료가 하는 하품에 더 잘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나 하품의 전염이 감정적 유대를 위한 행동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원숭이들의 일상을 관찰한 끝에 털고르기를 할 때 집중적으로 하품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원숭이들이 상대의 털을 골라주는 행동은 위생을 위한 실질적인 목적보다는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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