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희망의 상처..김택형 "내년 공 던지는 꿈꾸죠"

이상철 2017. 3.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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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이틀은 김택형(21·넥센)이 살면서 가장 불편한 시간이었다. 두 팔을 쓸 수 없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밥을 먹거나 씻을 수 없었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힘들었다.

잠들기도 쉽지 않았다. 환경이 달랐다. 그가 누운 침대도 익숙하지 않다. 수면자세도 바꿔야 했다. 바르게 누워 두 팔을 상체에 올려야 했다. 보호대를 끼운 왼팔과 주사바늘이 꽂힌 오른팔을.

하지만 그의 마음만은 가벼웠다. 불안감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잠들어 떠나는 꿈나라도 희망으로 가득했다. 2018년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꿈과 함께.

김택형은 지난 22일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했다. 그는 기초 재활을 마친 후 10월 즈음 야구공을 잡을 예정이다. 사진=MK스포츠 DB
◆긍정의 수술: 늦지 않은 결정

김택형은 현재 병원에 입원한 ‘환자’다. 그는 지난 22일 오전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명은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오른팔의 두 곳을 짼 뒤 자른 인대를 왼 팔꿈치 인대에 덧붙였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 한 수술은 1시간여가 걸렸다. 짧지만 김택형의 긴 야구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다.

김택형은 왼 팔꿈치가 아팠다. 갑자기 통증을 느낀 건 아니다. 고교 1학년 여름부터 그의 왼 팔꿈치는 좋지 않았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중학교 시절에도 마운드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도 계속 공을 던졌다. 언젠가는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그 언제가 2016년 7월 21일이었다.

고척 LG전에 6회 2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택형은 공 12개만 던진 뒤 강판했다. 왼 팔꿈치 통증이 심했다. 평소 경기에 집중하면 아프지 않던 왼팔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공을 더 던지기 힘들었다. “쑤셨던 정도였는데, 그날은 1000배 이상으로 더 아팠다. 참을 수가 없었다.”

김택형은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김택형은 재활 의지가 더 강했다. 2017년 스프링캠프를 목표로 재활에 몰두했다. “수술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택형의 재활 과정은 더디기만 했다. 기본적인 재활 운동과 캐치볼을 했지만 팔꿈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1,2군 선수단이 지난달 스프링캠프를 떠났을 때 김택형은 국내에 남았다. “재활을 하면 팔꿈치 상태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공도 잡을 수 없으니 내 자신이 짜증나기까지 했다.”

이달 초 외래 진료를 받던 김택형은 담당의에게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김택형도 고민했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호전되지 않는데 계속 재활만 할 수 없었다. 어차피 해야 할 수술이라면 지금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난 아직 어리다. 더 중요한 시기는 3,4년 뒤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구단도 “네가 (수술을)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며 김택형의 의사를 존중했다. 장정석 감독은 “8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수술 시기의 차이는 크게 없다. 올해 뛸 수 없다는 건 매한가지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이번에 수술을 한 것은 잘 한 결정 같다”라고 말했다.

그 동안 함께 재활했던 한현희와 조상우도 김택형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둘은 김택형의 ‘팔꿈치 수술 1년 선배’다. 둘의 재활 과정 및 복귀 준비는 김택형에게 본보기다.

“8개월간 재활을 하다가 안 돼 수술을 했다. 그렇게 되니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좀 더 빨리 할 걸 그랬나. 아니면 그냥 지난해 끝까지 뛰기라도 할 걸 그랬나. 물론 그럴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마음만은 (공을 던지고 싶어)그렇다.”

김택형은 지난 22일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했다. 그는 기초 재활을 마친 후 10월 즈음 야구공을 잡을 예정이다. 사진=MK스포츠 DB
◆긍정의 약속: 건강하게 돌아간다

스스로 수술을 결정한 김택형은 제 발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니 병실이었다. 전신마취가 풀리면서 수술 부위의 통증이 느껴졌다. 그 동안의 통증과는 다른 통증이었다.

수술은 일단 성공적이다. ‘수술이 잘 될까’라는 불안감에 전날 밤을 설쳤던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틀간 쓸 수 없던 두 팔도 24일부터 쓸 수 있게 됐다. 제한된 범위로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통증이 없다.

김택형은 현재 하루 두 차례 기초 재활을 하고 있다. 팔꿈치 상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이달 안으로 퇴원할 그는 화성으로 건너가 재활에 전념할 계획이다. 10월 즈음이면 공을 던질 수 있다.

재활은 반복의 연속이다.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김택형은 설레기만 하다. 건강을 되찾고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희망찬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달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은 성공률이 높아졌다. 표본도 많다. 그러나 수술이 꼭 100% 재기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김택형은 마음이 편하다. 늘 좋게 생각한다.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는 김세현의 조언이기도 하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과 관련한)부정적인 뉴스는 일제 보지 않는다. ‘혹시 내가’ 같은 좋지 않은 생각을 하면 나쁘게 흘러갈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장애물도 더 많아지는 법이다. 지금껏 만난 장애물 중 가장 크지만 이번에도 분명 이겨낼 것이다.”

김택형은 2018년 스프링캠프에는 동료들과 함께 가고 싶다. 이를 목표로 땀을 흘릴 예정이다. 그렇다고 너무 속도감을 내지 않는다.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인다. 넥센도 건강한 김택형을 원하고 기다린다. “예정보다 조금 늦더라도 괜찮다.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 내년 시즌 도중 돌아오더라도 건강하게 공을 던지고 싶다.”

김택형은 좌완 불펜 요원이다. 그 동안 입지를 다져왔다. 그렇다고 1년 후 그의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다. 그가 비워둔 자리는 누군가가 차지할 테고, 그 자리를 되찾기 위해 김택형은 경쟁해야 한다. 늘 웃는 김택형은 그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내년 돌아가면 경쟁자가 많아질 것이다. 그래도 난 자신감이 있다. 벌써 내년 공을 던지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우선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빠른 공을 던지는 등 그 동안 했던 대로 보여주고 싶다. (기량과 성적이)더 좋아지는 건 건강 회복 이후 그 다음이다. 지금은 건강하게 그라운드에 돌아갈 준비만 생각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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