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만점' 이동훈이 밝힌 단독 홈스틸의 전말

2017. 3. 2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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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본인이 뛰었지 않나 싶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24일 대전 KIA전 시범경기를 마친 후 방송 인터뷰에서 8회말 이동훈(21)의 홈 스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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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 "선수 본인이 뛰었지 않나 싶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24일 대전 KIA전 시범경기를 마친 후 방송 인터뷰에서 8회말 이동훈(21)의 홈 스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언뜻 보면 선수의 단독 판단. 시범경기에 홈 스틸 사인을 낼 감독은 없다. 단 벤치는 힌트를 줬다. 벤치 사인을 캐치하고 스스로 움직인 건 선수 본인, 이동훈이었다. 그는 벤치의 힌트를 사인으로 받아들였고, 시범경기 최고 하이라이트 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 김성근도 인정한 이동훈의 센스
한화 2년차 외야수 이동훈은 8회말 2사 후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윌린 로사리오의 대주자로 교체출장했다. 김태균-김주현의 연속 내야안타 때 2루와 3루로 진루한 이동훈은 만루 송광민 타석에서 갑자기 홈으로 쇄도했다.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 임창용이 4구째를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하며 투구동작에 들어간 순간 홈으로 뛰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고, KIA 포수 신범수의 태그에 앞서 오른손이 홈을 먼저 스쳤다. 3-2, 한화 승리를 이끈 짜릿한 결승 득점이 홈 스틸로 만들어졌다. 

역대 KBO리그 단독 홈 스틸은 지난 35년 동안 36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대전 홈 관중들은 1년에 한 번꼴로 볼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을 시범경기에서 두 눈으로 목격했다. 시범경기 홈 스틸은 지난 2010년 3월16일 SK 하지호가 광주 무등 KIA전에서 기록한 뒤 7년 만이다. 당시 하지호는 KIA 투수 김희걸의 견제구를 2루수 안치홍이 놓친 사이 홈을 파고든 것이다. 특수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단독 홈 스틸이라 이동훈의 빠른 판단과 발이 더 빛났다. 

이동훈은 홈 스틸 상황에 대해 "3루 측면에서 (1루 홈 덕아웃을) 보면 감독님이 보인다. 감독님께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사인을 보내셨다.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긴가민가했다. 투수 임창용 선배님이 신경 쓰지 않고 공을 던지는 것 같아 홈으로 뛰었다"고 설명하며 "홈 스틸은 처음이다. 연습경기 때는 있었지만 정식경기에는 없었다. 기분이 얼떨떨하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김성근 감독도 "이동훈에게 (와인드업하는 동작으로)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임창용의 폼이 컸고, 볼카운트가 투스트라이크라 송광민이 불리한 상황이었다"며 "사전에 연습한 것은 아니다. 즉흥적으로 한 것이었는데 이동훈이 잘했다. 그게 바로 센스다.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움직인 것이다. 다른 선수였다면 못 뛰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모처럼 환히 웃었다. 

▲ 개막 엔트리 진입 가능성 UP
한화는 지난해 3월10일 대전 두산전에도 신인 외야수 강상원이 7회 2루 도루에 이어 주현상의 외야 뜬공 때 상대 수비가 빈틈을 보인 사이 3루를 지나 홈으로 파고드는 폭풍 주루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강상원과 동기인 이동훈은 "나도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속으로는 끓어올랐다"며 "작년에는 첫 해다 보니 긴장도 많이 하고, 몸이 굳었다. 작년에 1군도 몇 번 올라갔는데 그런 경험들이 지금 큰 도움 되는 것 같다. 올해는 몸도 잘 풀리고 마음도 편하다"고 말했다. 

대구 상원고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이동훈은 2016년 2차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고졸 외야수 중에서 가장 먼저 뽑힐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홈에서 1루 베이스를 3.78초에 주파하는 스피드에서 나타나듯 과감한 주루와 넓은 외야수비 범위가 강점이다. 지난해 2군 퓨처스리그 43경기 타율 2할3푼5리 8타점 18득점 9도루를 기록했고, 1군에도 17경기를 뛰며 2타수 무안타 3득점 1삼진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로 이어진 스프링캠부터 시범경기 막판까지 계속 생존하며 1군 진입 가능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 김성근 감독도 "이동훈은 앞으로 한화 외야를 이끌 미래"라며 "외야수 중 대주자·대수비로 써야 할 꼬마가 개막 엔트리에 하나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그 꼬마가 이동훈이 될 것이 유력하다. 

이동훈 역시 "1군에 살아남으면 장점인 주루와 수비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아직 방망이가 약하지만, 열심히 훈련하고 보완하겠다. 타격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단독 홈 스틸로 이름 석자를 제대로 각인시킨 이동훈, 한화에 모처럼 '날쌘 외야수' 등장을 알리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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