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00억 손해보는데.. 상하이샐비지가 일부러 인양 늦췄다고?

손진석 경제부 기자 2017. 3.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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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하이샐비지가 반잠수선을 포함해 각종 장비를 빌려 쓰는 데 하루에 얼마씩 지불하고 있는지 아세요? 7억원이에요. 일부러 인양을 늦출 수 있겠습니까?"

24일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인양 후 음모론이 되살아 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실제로 요즘 소셜 미디어에선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부각될까 봐 일부러 건지지 않았다" "미군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한 것을 감추려고 인양하지 않았다"는 루머가 다시 떠돌고 있다.

하지만 팩트는 이렇다. 세월호 인양을 맡은 상하이샐비지는 2015년 8월에 해양수산부와 이런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 총액은 916억원인데, 돈을 미리 받지는 못한다. 인양 과정을 크게 3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를 성공시킬 때마다 나눠 받는다. 한 걸음씩 뗄 때마다 '성공 보수'를 받는 셈이니 게으름 피우기 어렵다. 지금까지 상하이샐비지가 받은 돈은 선급금 228억원과 1단계(선체 기름 제거와 유실 방지망 설치) 성공 시 약속한 213억원 등 491억원에 그친다.

반면 상하이샐비지가 지금까지 쓴 비용은 2000억원이 넘는다. 각종 특수 장비를 세계 각국에서 빌려와 쓰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인양을 마쳐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 애초 계약 기간은 작년 말까지고, 인양 시한을 못 지켰을 때 배상금(기한을 못 지킬 때 내는 지체상금)까지 물어야 하는 조항이 계약서에 담겨 있다. 그래서 작업 요원 350명이 3교대로 돌아가며 쉼 없이 24시간 작업을 해왔다. 정부는 상하이샐비지가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판단해 배상금은 받지 않고 계약을 6개월 연장했다.

또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샐비지는 중국 교통운수부로부터 "빨리 인양해서 기술력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런 앞뒤 사정을 보면 상하이샐비지는 촌음을 아껴 작업을 서둘러야 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해수부 관계자는 "상하이샐비지 사람들이 '고의로 인양을 늦췄다'는 소문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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