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우주 엘리베이터로 달여행? SF는 꿈이자 현실

문학수 선임기자 2017. 3. 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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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SF의 힘
ㆍ고장원 지음 | 추수밭 | 460쪽 | 1만8000원

SF 속 상상의 많은 부분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SF는 꿈이면서 현실이다. 사진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달이나 화성에 놀러갈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금세기 말이면 우주 엘리베이터는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의 실질적 일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물론 달이나 화성까지 케이블을 놓아야 하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주여행에 날개를 달아줄 이 사업이 실현되리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우주정거장 건설에 비해 월등하게 저비용·고효율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미국의 구글은 이 계획을 이미 검토했으나 2014년에 “지금의 기술로는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언젠가 실현될 우주 엘리베이터로 인해 신세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달에 도착하기까지) 회당 30여명의 승객이 시속 200㎞의 속도로 일주일가량 올라가면 되니, (최대 시속 300㎞의) KTX보다 느긋하게 승차감을 즐기면 된다.”

우주 엘리베이터 아이디어는 1895년 러시아의 천문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머리에서 나왔지만, 이를 대중에게 알린 것은 1979년 아서 C 클라크의 장편소설 <낙원의 샘>(1979)이었다. 2002년 발표됐던 켄 워튼의 단편소설 <철새 이동경로의 수정>은 이를 더욱 구체화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바둑 대국으로 인공지능이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한데 미국의 아이작 아시모프는 1950년에 이미 소설 <아이 로봇>을 통해 인공지능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자신의 오류를 지적하는 승무원을 죽여 스스로를 방어한다. 또 다른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씨를 말리려 하고, <매트릭스 3부작>의 인공지능은 인간을 노예로 취급하면서 이에 맞서는 저항군을 말살하려 한다.

매력적인 아이디어들이 학자의 연구실이 아니라 작가의 집필실에서 먼저 떠오른 경우는 부지기수다. SF 작가가 일찌감치 내다본 통찰을 후대의 과학기술이 따라잡았다고 할 수 있다. 잠수함을 개발한 미국의 조선기술자 사이먼 레이크는 자신이 12세 때 탐독했던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그>(1869)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6년 영국에서는 ‘복제양 돌리’가 태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이미 64년 전에 장편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복제 기술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미국 SF의 대부로 손꼽히는 휴고 건즈백이 장편소설 <발명왕 랠프>에서 컬러TV와 화상 전화가 등장하는 27세기의 풍경을 그려낸 때는 1929년이었다. 현재의 시점이 아직 21세기 초반임에도 건즈백이 상상했던 모든 것들은 이미 일상의 소소한 풍경이다.

이 책의 저자 고장원은 과학칼럼니스트이자 SF작가,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SF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는, 최전선에서 보내오는 신호”라고 강조하는 그는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썼다. SF와 과학기술을 동시에 조망하는 책들이다. 적어도 이 분야에 한정하자면 국내에서 가장 발군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저자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수많은 SF를 관통하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인공지능, 유전공학, 우주개발, 세계화, 세계의 종말, 다른 존재(외계인), 금기의 위반(성 테크놀로지 혁명), 유예된 죽음(영생의 과학기술), 극단적 상상, 현대의 신화 등이다. 저자는 과학기술과 욕망이 결합해 마법을 현실로 바꾸는 상황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미래의 슈퍼맨은 숨결이 깃든 아바타와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으며, “외형적으로나 지적으로 끊임없이 환골탈태할 로봇을 더 이상 전기밥솥이나 냉장고처럼 취급할 수 없는 시기가 곧 온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SF 속에서는 이미 일어났다. 그래서 이 책은 “SF는 꿈인 동시에 현실”임을 설명한다. 현재까지 이뤄졌거나 앞으로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도 만만치 않다. 읽다 보면 어느새 설득당한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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