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예능국 탐방①] 임정아 국장 “요즘 JTBC 예능, 시청률 마법 있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7.03.24 09: 03

JTBC 예능국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예능국을 이끌었던 여운혁 국장이 미스틱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후 임정아 CP가 지난 2월 제작2국장 자리에 앉았다. JTBC에서는 첫 여성 국장이라 올해 JTBC에서 어떤 색깔의 예능들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정아 국장은 1996년 MBC에 입사해 여운혁 전 국장과 함께 MBC ‘황금어장’을 기획 제작, ‘위대한 탄생’뿐 아니라 ‘볼수록 애교만점’, ‘논스톱5’ 등 시트콤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임정아 국장의 특징은 사람 냄새가 풍기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는 것. ‘god의 육아일기’를 비롯해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진호야 사랑해’ 등 따뜻한 감성이 가득한 프로그램들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줬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개국 후 여운혁 전 국장과 함께 JTBC로 이적한 임정아 국장은 어린이들의 음악 성장일기를 담은 ‘칸타빌레’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임정아 국장은 ‘비정상회담’으로 JTBC 예능 전성기의 물꼬를 터줬다. 그야말로 ‘비정상회담’은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냉장고를 부탁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의 예능들이 ‘비정상회담’의 뒤를 이어 JTBC 예능 부흥기를 이끌었다.
올해 예능국 사령탑이 된 임정아 국장은 JTBC가 선보일 예능의 큰 두 축이 ‘가장 웃긴 예능’, 그리고 ‘가장 따뜻한 예능’이라고 했다.
- CP였을 때와 국장으로서의 입장이 크게 다를 것 같은데? 부담감이 크지 않은지?
▲ CP할 때는 내 담당 프로그램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제는 총괄해야 한다. 예능국 전체적인 걸 하니까 좀 넓게 봐야 한다. 시선이 확장됐다. 부담감도 크긴 한데 PD라는 직업 자체가 책임지는 입장이라서 더 큰 책임을 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믿고 맡겨줘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건강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고 잘해보려고 한다.
국장이 된 후 일이 정말 많아졌다. 지금은 여성 PD들이 많지만 과거에는 여성 PD들이 거의 없었고 중년의 여성 PD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국장 위치까지 가는 여성 PD들도 몇 명 없다. 또 다른 책임감이 있다. 업무적인 책임감 말고 여성 PD로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
- 예능국, 그리고 후배들을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을 하고 있는지?
▲ 선임 PD 때나 CP 때도 그랬지만 끌어간다는 생각이 없다. 팀워크가 확장된 거다. 후배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자신의 색깔을 내고 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이다. 목표를 향해 이끌고 가는 역할은 전혀 아닌 것 같다. 도우미 플러스 책임자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 요즘 JTBC 예능이 과거에 비해 어떤 것 같은지? 그리고 JTBC가 추구하는 예능의 방향은?
▲ 잃을 게 없었던 개국 초기에는 온갖 실험을 다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3~4명이 만든 프로그램들이다. 방송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정체되는 게 있고 소위 말해 ‘시청률의 마법’에 걸리는 거다. 개국 초반에는 시청률이 안 나와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시청률의 마법이 존재한다. 회사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실험보다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10개 실험했다면 지금은 2개 정도 실험하고 나머지 8개의 프로그램이 받쳐준다. 8개가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게 하고 2개 정도가 실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젊은 PD들이 실험해볼 수 있는, ‘파일럿 존’ 같은 걸 마련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8개 프로그램이 받쳐주지 않으면 모험을 할 수가 없다. 앞으로 젊은 PD들이 모험할 수 있게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솔로워즈’나 ‘비밀연애’ 같은 시도가 필요하다. 이런 프로그램의 실험성과 스타일을 높이 평가한다. ‘마녀사냥’도 처음 론칭할 때 기획안만 보고는 다들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젊은 PD들이 해내지 않았나. 그런 실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 그에 반해 JTBC가 프로그램을 종영시키는데 냉정하다는 반응이 있다. 프로그램 시청률이 낮은 것도 아닌데 프로그램이 갑자기 종영되는 경우가 꽤 있는데?
▲ 지상파보다 프로그램 순환이 빠르게 돌아가는 면이 있다. 지상파만큼 한 프로그램 수명이 길지 않은 면이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JTBC 예능이 안정적인 궤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안정화될 때까지 프로그램을 바꾸는 일이 앞으로 많을 것 같다. 프로그램이 빨리 종영해 좋은 점은 많은 PD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면이 있다. 애정을 가지고 프로그램 론칭했다가 프로그램이 종영되면 PD로서 가슴 아프지만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다른 구성원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공급되는 장점이 있다.
지상파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JTBC는 프로그램 수명이 짧다 보니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고 시도할 수 기회가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와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JTBC가 후발주자이다 보니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이클을 빨리 돌리는 거다. 신생 방송사이다 보니 프로그램 사이클이 짧은 건 사실이지만 PD들이 다양한 연출 경험을 할 수 있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론칭되는 장점이 있다.
- 올해 JTBC 새 예능프로그램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 기존에 방송 안 했던 시간대에 들어가서 예능의 영역을 확장할 생각이다. JTBC 예능이 방송되지 않았던 시간대에 시청자들을 만나려고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시간대를 개척해 나가겠다. 살다 보면 실험성이 중요하다.
- 앞으로 JTBC에 어떤 예능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지?
▲ 2017년 연초부터 대형 사건들이 많고 앞으로 큰일이 많이 있다. 전반적으로 시청자들이 침울해 있고 실망한 부분도 있고 어느 때보다 경기가 어렵고 젊은이들은 취업이 어렵다. 2017년이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해 연말부터 해오고 있는데 ‘한끼줍쇼’를 통해서 위로와 공감을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올해 예능 방향성의 한 축이다. 그리고 ‘아는 형님’처럼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와서 아무 생각 없이 깔깔 웃으며 볼 수 있는 가장 웃긴 프로그램이 또 다른 한 축이다. 올해 JTBC 예능은 세상에서 가장 웃긴 프로그램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프로그램, 두 축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될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즐거움과 위로를 주는 게 예능의 큰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angsj@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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