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역사 2cm] 여성 '개미허리 쇠사슬' 1차대전으로 풀렸다

2017. 3.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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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엠마 왓슨이 2017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코르셋은 자연스레 프랑스 여성의 필수품이 됐다.

코르셋 유행 지역에는 여성 전용 공간이 마련됐다.

호흡이 힘든 여성이 코르셋을 풀고 잠시 쉬게 하려는 조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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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해리포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엠마 왓슨이 2017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주인공을 맡은 왓슨은 코르셋 착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공주가 코르셋에 묶인 제한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활동적이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성 인권과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 왓슨은 UN 여성 친선대사로도 활동한다.

코르셋은 기원전 1천500년께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슴이 풍만해 보이도록 허리를 졸라맨 고대 여성 그림이 추정 근거다.

복대에 동물 뼈나 쇠를 넣어 만든 코르셋은 16세기부터 유행한 듯하다.

프랑스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1519~1589년)가 코르셋 열풍을 촉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궁정을 드나드는 여인은 허리 둘레를 33cm 이하로 낮추도록 메디시스가 지시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무남독녀인 메디시스는 프랑스 왕 앙리 2세의 부인이다.

아들 3명을 왕에 앉혀 약 30년간 섭정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누렸다.

1572년 개신교 신도 수만 명을 학살한 사건에도 연루됐다.

그의 말은 곧 법이어서 누구든 거역하기 힘들었다.

귀부인들이 개미허리 만들기에 열중한 이유다.

코르셋은 자연스레 프랑스 여성의 필수품이 됐다.

속옷 유행은 금방 인근 국가로 퍼졌다.

당시 조인 허리를 강조하려고 치마를 크게 부풀리기도 했다.

코르셋 인기에는 르네상스도 한몫했다.

교회 속박이 느슨해지자 화장과 몸매에 신경 쓰는 여인이 늘어난 것이다.

당시 미녀 기준은 너른 어깨와 가는 허리다. 성적 매력을 높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코르셋 인기가 높았다.

허리를 죄면 음성이 커지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눈의 초점이 흐릿해진다.

영국 남성은 이런 모습에 열광했고, 그때마다 여성의 허리 둘레는 더욱 줄어들었다.

코르셋 끈 위치는 신분별로 달랐다.

상류층은 후방 끈을 선호했다. 드레스 허리 맵시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하층민은 끈을 혼자 당겨야 하므로 앞으로 빼놓았다.

문제는 코르셋에 넣은 길고 뻣뻣한 동물 뼈나 강철이다.

피의 흐름을 방해하고 호흡 곤란도 유발해 오래 착용하면 사고가 속출한다.

실제로 역류성 식도염이나 갈비뼈 골절, 척추 손상이 잦았다.

임신부가 유산하거나 폐나 장기 손상으로 죽기도 한다.

코르셋 유행 지역에는 여성 전용 공간이 마련됐다.

호흡이 힘든 여성이 코르셋을 풀고 잠시 쉬게 하려는 조처였다.

300년 이상 지속한 개미허리 열풍은 우연한 기회에 힘을 잃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계기가 됐다.

대다수 남성이 전쟁터로 끌려가 생긴 노동력 공백을 여성이 메웠다.

작업장에 배치된 여성은 옷부터 바꿨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고 답답한 치마를 짧고 실용적인 바지로 교체했다.

가슴과 허리를 꽉 죄는 코르셋은 벗어버렸다.

이렇게 해서 코르셋 억압에서 해방됐다.

1차 대전 당시 무기 생산용 금속이 모자라 코르셋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코르셋에 들어갈 쇠를 구하지 못해 생산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왓슨의 코르셋 착용 거부는 고사성어 '연수환비'와 맥을 같이 한다.

몸이 마르거나 뚱뚱해도 미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의 이 말은 한나라 황후 조비연과 당나라 양귀비에서 유래한다.

조비연은 바람에 날릴 정도로 깡 말랐는데도 당대 최고 미녀로 꼽혔고, 양귀비(본명 양옥환)는 살쪘지만, 황후 다음 자리인 귀비에 올랐다.

아름다움은 외부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다 보면 저절로 발현된다는 연수환비는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현대 여성이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기도 하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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