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250곳 "구글 광고 보이콧"

양지혜 기자 2017. 3.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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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들을 분노케 했나]
인종차별·테러 옹호 동영상에 기업들 광고 멋대로 갖다 붙여
결국 엉뚱한 단체에 돈 주는 셈.. 로레알·맥도널드 등 강력 반발
구글 사과에도 광고 중단 확산, 삼성·현대차도 모니터링 강화

글로벌 기업들이 구글 광고 중단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구글이 자사의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인종차별 및 종교 극단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들이 올린 영상에 기업 광고 영상을 노출시킨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로레알·맥도널드·아우디·HSBC·도요타 등이 광고를 중단했고,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AT&T버라이즌도 22일(이하 현지 시각) 검색 제휴를 제외하고 구글 광고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동참한 글로벌 기업만 250곳에 이른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광고가 테러와 증오를 조장하는 유튜브 영상과 함께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아 구글이 재발 방지를 확신시킬 때까지 광고를 빼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현대기아차 같은 국내 대기업들은 당장 광고 중단을 단행하지 않지만 유튜브 광고 영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KKK'

구글의 광고 철수 사태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지난 17일 "납세자들이 극단주의 단체들을 돕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영국 정부는 연간 600만파운드(약 84억원)를 들여 BBC방송과 영국 정부 활동을 온라인에서 홍보해왔는데, 일부 광고가 극단주의 단체들의 홍보 영상 앞에 붙었다는 것.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의 지도자, 게이 나이트클럽 테러를 옹호한 목사, 혐오 발언으로 유명한 이슬람 강경파 성직자 등의 동영상에 이들 광고가 들어갔다. 로레알 등 대기업들의 광고도 마찬가지였다. 유튜브는 광고가 게재된 동영상을 네티즌 1000명이 볼 때마다 해당 영상을 올린 이용자에게 6파운드(약 8400원)씩 지급하기 때문에 사실상 납세자들의 돈으로 만든 정부 광고가 이들의 수익원이 된 셈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폭로되자 광고주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구글 광고를 잇달아 내렸다. 보도 직후 HSBC와 막스앤드스펜서·로레알은 유튜브에서 광고를 아예 뺐고, 영국 정부와 프랑스 마케팅업체 하바스는 광고 노출을 중단시켰다. 영국 정부는 또 구글 담당자를 내무부로 소환해 "납세자의 돈으로 만들어진 광고가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추궁했다.

사과문 발표에도 구글 광고 거부는 확산 중

광고주들의 '구글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자 구글은 잇따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맷 브리틴 구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법인장은 지난 20일 영국 런던을 찾아 "논란이 되는 영상 콘텐츠에 광고가 노출돼 영향을 받은 광고주와 파트너에게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앞으로 광고주들이 어떤 동영상에 광고를 붙일지 결정하도록 하고 신원 확인을 거친 이용자가 올린 동영상에만 광고를 게재하며, 모니터링 담당 인력을 늘리겠다고도 발표했다. 필립 쉰들러 구글 최고사업책임자(CBO)는 "혐오적인 영상 콘텐츠를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해 앞으로 몇 주 안에 효과를 보게 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사과에도 기업들의 구글 광고 중단 선언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 독일 폴크스바겐, 영국 세인스버리 같은 글로벌 자동차·유통기업들이 구글에서 광고를 빼겠다고 발표했고, 국내 대기업들도 '구글 보이콧'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논란이 될 만한 영상에 삼성의 광고가 붙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현대자동차도 "혐오 콘텐츠나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동영상에 우리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구글이 더 이상 단순한 광고 중개업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며 "지금까지 구글은 광고주와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로 수익을 챙겨 왔지만 앞으로는 광고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콘텐츠 관리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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