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얼굴 쏙 빼닮았는데.. 관상-성격은 왜 다르지?
[동아일보]
‘결혼 늦어질 상(相).’
최근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서 가수 김건모(49)는 관상가에게서 ‘얼굴 때문에 결혼이 늦어졌다’라는 말을 들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얼굴의 상을 판단해 운명재수를 판단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얼굴 생김새가 유전으로 결정되니 관상과 운명재수 역시 물려받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엄마는 24세에 가정을 이뤘는데, 쏙 빼닮은 난 왜 아직 ‘독수공방하는 상’을 가지게 됐나.
○ 838만8608가지 경우의 수로 만든 ‘악마의 편집’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물질을 조합해 ‘큰 눈’ ‘오똑한 코’ 등과 같은 생김새의 특징이 결정된다. Pixabay 제공 |
서러운 것은 미인 배우 김태희(37)와 나의 유전자가 99.9% 동일하단 점이다. 큰 차이를 만들어낸 주범은 바로 사람 사이의 미세한 유전적 차이를 뜻하는 ‘단일염기다형성(SNP)’이다. 생명체의 정보가 담긴 유전자(DNA)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등 염기가 일정 순서를 이뤄 연결된 구조다. 이렇게 만들어진 33억 개 염기서열 중 단 0.01%가 외모와 같은 개인의 특징이 된다.
○ 생김새 결정하는 ‘성형(成形)유전자’ 속속 규명
유전자 편집은 개인 단위에서 일어나지만,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는 외모가 유사한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기나긴 진화의 역사에 있다. 학술지 ‘플로스 유전학’ 16일자에는 조상이 어떤 기후에 살았는지에 따라 콧구멍 크기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콧구멍은 숨이 드나드는 통로인 동시에 몸속에 들어오는 공기의 온·습도를 조절해 폐 등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다양한 국가 출신 참가자 470명의 거주 지역 기후와 코 형상을 비교해 춥고 건조한 지역 사람은 콧구멍이 작고, 덥고 습한 지역 사람은 콧구멍이 큰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마크 슈리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유전형질을 선택하고, 이 차이가 오랜 세월 축적되며 특색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김새를 결정하는 유전자도 규명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은 지난해 8월 얼굴형과 생김새를 결정하는 유전자 5개를 발견했다고 학술지 ‘플로스 유전학’에 발표했다. 3000여 명의 얼굴을 3차원 이미지로 촬영해 특징을 도출한 뒤 유전자와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발견된 5개의 유전자는 얼굴과 코의 길이와 너비, 미간의 길이를 결정한다.
세스 와인버그 미 피츠버그대 교수는 “한 사람의 게놈에서 100만 개에 이르는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고 이 변이가 개인의 특성이 된다”며 “생김새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영향력이 작은 편이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관상’ 맞는 건가? vs 관찰자의 편견?
인류에게서 가장 널리 발견되는 코의 유형 5가지. 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지 제공 |
이에 대해 존 드라이버 영국 런던대 인지신경연구소 교수는 “10년 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 옛 추억이 비치는 것처럼 사람은 타인의 얼굴을 인식할 때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만 찾는다”며 “얼굴로 성격을 맞히는 것도 이런 편견의 작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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