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투표결과 유출에 지역위원장 개입.."참여 열기에 찬물"

하어영 2017. 3. 2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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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선관위, 진상조사 착수
"지역위원장 6명, 카톡에 결과 올려"
선거방해 범죄 드러나면 고발키로

당 관계자 "모두 문캠프와 긴밀 관계"

안희정 "선거 공정하게 이끌어 주길"
이재명 "당 편향적 의심케 해"
문재인 "개표결과 그때 그때 발표를"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후 광주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헌법개정 범시민대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광주/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현장투표 결과가 유출되는 과정에 다수의 지역위원장들이 개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후보간 네거티브 논란에 이어 투표결과 유포 사태까지 터지자, 당내에선 “국민들에 실망감을 줘 경선 참여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지역위원장 6명이 최초로 카톡에 올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벌였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2일 현장투표가 끝난 뒤,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6명의 지역위원장이 각자 해당 지역의 결과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이 내용을 취합해서 가공해 다시 유포한 사람이 누군지 등 추가 과정은 더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로 카카오톡 대화방에 투표결과를 올린 6명의 지역위원장은 대구 ㅇ씨, 광주 ㅇ씨, 울산 ㅇ씨, 경기 ㄱ씨, 전북 ㅎ씨, 경북 ㅈ씨로 확인됐다. 당 관계자들은 “이들 6명 모두 문재인 캠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들”이라고 전했다. 전날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몇가지 버전으로 유포된 현장투표 결과표에는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인 우위라는 결과가 담겨있다.

다른 주자들 쪽은 강하게 반발하며 당 지도부에 책임있는 조처를 요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광주에서 기자들에게 “당 선관위가 선거 과정을 공정하게 이끌어주시기를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나 안희정 캠프의 강훈식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당 선관위가 ‘조작됐다’고 규정한 그 문건을 작성한 유포자를 찾아내야 한다”며 “추미애 대표도 이 사태에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결과 유출은) 당이 신중하지 못했고 편향적이지 않느냐 의심케하는 사건으로, 엄중한 진상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전북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개표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표를 먼저 한다면 그때그때 결과를 발표해서 경선 과정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경선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선관위 양승조 부위원장은 이날 긴급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조사 뒤 선거방해 등 범죄행위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형사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가한 한 선관위원은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윤리적·정무적으로 책임질 일인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유출이 확인돼도) 선거범죄는 당선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도 있어야 하는 것이니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당도 후보도 심각성 몰라” 하지만 현장투표는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각 후보 쪽 참관인들이 개표를 참관하는 구조여서,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만큼 당의 경선관리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수도권의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앞으로 투표를 하는 참가자에게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선 신뢰도는 떨어질 게 분명하다”며 “특히 현재 당 지도부 스스로 ‘예견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보안각서라도 미리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안이한 판단이 공정성과 흥행이라는 두가지 축에 심각한 균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논란에 이어 유출 사태까지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미칠 부정적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내 대선주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관리 경험이 있는 당 관계자는 “당내의 이전투구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들이 모여서 당에 공정한 경선을 요구하고, 동시에 경선인단의 경선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당만 아니라 후보들과 캠프도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경선 선거인단 모집 당시 “현장투표를 하겠다”고 했던 신청자와 권리당원 등 약 29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하루동안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현장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율은 18.05%(5만2000여명)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이 현장투표 결과를 밀봉해뒀다가, 권역별로 자동응답전화(ARS) 투표 및 순회투표 결과를 공개할 때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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