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은 되고 한진해운은 안된 3가지 이유

안정준 기자 2017. 3. 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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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이 책임져야 할 '대마불사' 대우조선..'표심'도 5~10배 차이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김남이 기자] [국책은행이 책임져야 할 '대마불사' 대우조선…'표심'도 5~10배 차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머스크의 대형 잭업리그/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23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늘 (대우조선 지원 관련) 한진해운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판단을 내리는데 죄송스러운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지원규모에 훨씬 못 미친 6000억원이 수혈되면 한진해운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일부 지적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왜 대우조선은 되고 한진해운은 안됐을까. 이에 대한 이유를 3가지로 정리해 봤다.

◇책임질 주인이 달랐다=현재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은 한 몸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돈 등 1조8000억원 가량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율은 79.04%에 이른다. 상법상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의 자회사다. 경영관리와 부실에 대한 책임도 산업은행의 몫이다. 산업은행은 '저가수주'의 책임을 조선업계 전반으로 돌리면서까지 대우조선 살리기의 명분을 만들려한다는 의혹도 받는다.

한진해운을 책임져야 할 주인은 오너사인 한진그룹이었다. 한진그룹은 2014년 4월~2016년 4월 2년간 약 2조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했다. 5000억원대 자구안도 냈다. 더 이상의 자금지원은 대한항공 등 다른 계열사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

대우조선이 무너지면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동반으로 부실을 떠안는다. 반면 한진해운은 33%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한항공 등이 부실을 안았다. 그 차이가 두 기업간 생사를 갈랐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채권단의 만장일치로 추가 지원 불가 결정을 받은 한진해운이 지난해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직원들이 로비를 지나고 있 다.

◇'5만명 vs 1만명' 표심=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 직접고용 1만여명을 비롯해 간접 고용관계에 있는 직원 수가 5만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우조선 본사가 위치한 거제도 인구 26만명 중 3분의 2가 조선업 관련 종사자와 가족들로 파악된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유권자들이다. 현재 대선후보 대다수가 대우조선 관련 근로자 지원책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반면, 한진해운의 근로자는 1300여명에 불과하다. 연관 산업으로 확장해도 부산에서 3000명, 전국적으로 1만명이 한진해운 파산으로 직장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해운 관련, 정치권에서의 지원사격은 없었다. 직접 고용규모로는 대우조선의 '표'가 10배 많고, 전후방 산업을 포함해도 5배 이상 대우조선이 많다. 표심에 기댄 지원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갚아야 할 부실이 달랐다?=대우조선해양이 거제대학교에 의뢰해 회사 파산 시 추정한 손실규모는 58조원이다. 58조원이 실체에 가까운 규모인지 여부를 논외로 해도 당장 쉽게 추정 가능한 손실 규모는 여전히 막대하다.

2월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잔량은 108척으로 308억달러(약 34조8000억원) 규모다. 파산시 해외 선사나 석유메이저들의 대규모 발주 취소가 이어지면 선수금에 대한 보증을 선 금융권이 돈을 대신 갚아줘야 한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각각 약 7조원, 2조7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결정 당시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 신고액은 31조5005억원에 이르지만 한진해운이 시인한 금액은 총 3조4185억원이었다. 이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후에 들어온 채권신고액으로 정상운영됐다면 훨씬 낮은 금액이 부실규모로 잡혔을 것이다.

법정관리 실시 후 조사원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를 1조7890억원으로 평가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이 이뤄졌을 때 2017년말까지 한진그룹이 지원해야 할 금액이 7000억원이라고 주장했고, 한진그룹은 이에 못미치는 5600억원 규모의 추가자구안을 내면서 결국 파산으로 이어졌다.

산은은 국민의 세금으로 '주인 없는 빚덩이'를 지원하는 것이 '오너가 있는 작은 빚'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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