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는 왜 여성일까?.."IT·생명 과학에 스며든 '성 편견' 혁신해야"

이영민 기자 2017. 3. 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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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젠더혁신연구센터 1주년 기념 포럼-4차 산업혁명에서 젠더혁신의 역할' 초청 강연자 론다 쉬빙어 스탠포드대 석좌교수는 대부분의 음성 비서가 모두 여성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개발자의 '무의식 속 성 편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쉬빙어 교수는 "연구개발의 전 과정에 젠더 분석을 반영하는 젠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 수, 기관들, 지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젠더 분석을 도구로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관점과 질문을 제공하고, 새로운 연구영역을 열어가며 창의성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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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혁신연구센터 1주년 기념 포럼' 론다 쉬빙어 스탠포드대 석좌교수 초청 강연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젠더혁신연구센터 1주년 기념 포럼' 론다 쉬빙어 스탠포드대 석좌교수 초청 강연]

/사진제공=한국여성과총 젠더혁신연구센터

"시리는 왜 여성일까요?"

2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젠더혁신연구센터 1주년 기념 포럼-4차 산업혁명에서 젠더혁신의 역할' 초청 강연자 론다 쉬빙어 스탠포드대 석좌교수는 대부분의 음성 비서가 모두 여성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개발자의 '무의식 속 성 편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출시한 음성 비서인 애플의 '시리', MS의 '코타나', 아마존의 '알렉사', 삼성의 'S보이스'의 목소리는 여성이다. 보이스메일, 내비게이션, 엘리베이터에서도 여성의 음성이 나온다.

쉬빙어 교수는 "실제로 애플, MS, 아마존 등 음성 비서를 개발한 기업의 사무실에서는 여성 비서들이 일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환경이 IT 과학자들의 무의식 속 성 편견을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편견이 반영된 과학 기술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구글 검색엔진에도 '성 편견'이 스며들어 있다. 연관어를 알려주는 구글의 언어 모델링 기법인 word2vec을 활용하면 남성은 왕, 여성은 여왕이란 단어와 연결된다. 또 남성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여성은 주부라는 단어가 연관돼 있다.

기계 번역(MT) 기술에도 성별 문제가 존재한다. 구글 번역이나 시스트란(Systran) 같은 지능형 번역 플랫폼에서는 실제로 여성을 남성 대명사(he, his, him)로 표기하는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오류는 영어에서 다른 언어로, 또는 다른 언어에서 영어로 번역할 때 더욱 심각하다.

쉬빙어 교수는 자신이 언급된 스페인어 기사를 영어로 번역하면 여성인 자신이 남성 대명사(he, his)로 표현된 사례를 직접 보여줬다. 그는 "번역 시스템은 단순히 빈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성별 번역 오류를 해결하지 않으면 성 편향이 반영된 번역 알고리즘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T 분야 뿐만 아니라 의약품 연구 등 생명과학 분야에도 성 편견 개선이 필요하다. 쉬빙어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나 동물연구 등 대부분의 연구는 남성(수컷)을 대상으로 수행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성별과 젠더 분석에 대한 최신 연구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더 분석이 반영되지 않은 연구는 남녀 모두에게 불리하다. 이를테면 골다공증은 폐경기 여성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골반골절 환자의 3분의 1이 남성이다. 이로 인해 진단지연에 따른 건강비용 증대 등 낭비가 발생한다.

쉬빙어 교수는 "연구개발의 전 과정에 젠더 분석을 반영하는 젠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 수, 기관들, 지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젠더 분석을 도구로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관점과 질문을 제공하고, 새로운 연구영역을 열어가며 창의성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패널로 참석한 김유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데이터가 융합되고 재생산되는 4차 산업혁명의 구조 속에서는 성 편견을 교정하는 속도보다 이미 편견이 반영된 데이터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산업의 속도가 더 빨라 성 편견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경찬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는 "젠더혁신에 성공하려면 사람들의 '태도'를 먼저 변화시켜야 한다. 연구 관련자는 성·젠더 차이를 인식해야 하고, 차이를 배려로 풀어가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필요하며, 정부는 국민들의 뜻과 기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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