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날씨라도 도와줬으면.." '기다림의 항구' 팽목항의 새벽

이창수 기자 2017. 3. 2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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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소식이 전해진 23일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

장성에 사는 조씨는 어젯밤 뉴스에서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배를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고 한다.

세월호가 침몰 3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도 팽목항엔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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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배 끄트머리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왔어요. 날이 우중충한게 비가 올까 계속 불안해요…”

세월호 인양 소식이 전해진 23일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 어스름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느린 걸음으로 ‘기다림의 항구’를 살피던 조순연(65·여)씨에게 팽목항은 이날 처음이었다. 장성에 사는 조씨는 어젯밤 뉴스에서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배를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고 한다. 기대와 달리 배편으로 두 시간 거리에서 진행 중인 인양작업은 볼 수 없었다.


“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다들 내 자식 같고. 너무 안타까워요. 대학도 가고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빛바랜 리본과 시민들의 메시지들을 찬찬히 살피던 그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부디 하늘에서 날씨라도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 3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도 팽목항엔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지역과 나이, 성별은 각기 달랐지만 세월호가 무사히 인양되길 바라는 목소리는 같았다.


오전 2시에 울산에서 왔는 한 50대 조문객은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 돼 와봤다”며 “세월호가 성공적으로 인양되고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팽목항 옆 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 ‘맘먹고 나서면 한걸음인 것을… 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미안하다, 얘들아. 이젠 부디 따뜻한 곳으로 갈 수 있길 바라’, ‘울산에서 온 방이진초등학교 34회 6학년1반 친구들이’라고 적었다.


팽목항 인근 주민들도 한 목소리로 별 탈 없는 인양을 바랐다. 항구 근처에서 분식을 판매하는 하모(59)씨는 “내 고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니 마음이 먹먹했다”며 “사실 그동안 이 주변 상인들도 고충이 컸다. 늘 엄숙한 분위기여서 술 한잔 가볍게 마실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배편을 기다리던 이모(46)씨도 “바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빨리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에서도 시민들은 세월호 인양을 전하는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날씨가 변수”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는 있다곤 하지만 물결이 거세지면서 미수습자 시신과 유품 등이 유실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서다. 애초 지난해 9월로 계획됐던 인양작업 역시 날씨와 거센 물결 탓에 그동안 지체돼 왔다. 오전 7시쯤 빗방울이 떨어지자 박모(57)씨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있었나. 또 어찌될까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세월호가 인양현장에서 뭍으로 옮겨지는 데까지 기상 여건 등에 따라 15~2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세월호를 수면 위 13m까지 끌어올리는 작업도 선체와 와이어의 간섭현상으로 오후 늦게나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40대 조문객은 긴 시간 동안 세월호를 인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필요했느냐”며 “정부에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인양이 완전하게 이뤄질 때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진도=이창수·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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