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질병' 결핵, OECD 1위 불명예..6·25전쟁 후유증
한국전쟁 이후 치료 제때 받지 못하면서 늘어
국내에서는 매년 3만명 이상의 환자가 신규 발생
복지부 환자·접촉자 투트랙 관리나서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2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해 세계 11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빈곤의 질병’으로 불리는 결핵 1위 국가라는 오명을 1996년 OECD 가입 이후 수십년째 벗지 못하고 있다.
23일 2015년 OECD국가 결핵 지표 현황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80명, 사망률은 5.2명으로 34개국 중 1위다. 2위 포르투갈(발생률 23명, 사망률 2.5명) 3위 멕시코(21명, 2.5명)와 비교하면 발생률 사망률 모두 2배 이상 많다. 압도적 1위인 셈이다.
◇6·25전쟁 이후 폭발적 증가… 현재도 영향
결핵은 결핵 환자에게서 나오는 미세한 침 방울에 의해 호흡기로 전파되는 만성 감염병이다. 주요 증상은 기침, 객담·혈담, 객혈,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15년 한 해 동안 약 1000만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했고 약 180만명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서는 매년 3만명 이상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결핵 환자와 접촉했다고 모두가 걸리는 건 아니다. 밀접 접촉자의 30%가 감염된다. 그리고 발병되는 환자는 10%에 불과하다. 발병 시기도 천차만별이다. 50%가 2년 이내에, 나머지 50%는 평생에 걸쳐 나타난다. 한번 지나쳤다고 다 나은 것도 아니다.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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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결핵의 특징은 잠복결핵 감염률이 높다는 점이다. 잠복결핵은 만성질환 등 면역력이 저하되면 쉽게 발병한다. 이렇다보니 수십년전 결핵균이 현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김경종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 전임연구원은 “한국전쟁 이후 테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등이 결핵균에 노출돼 있다가 나이가 들며 면역력 약화로 뒤늦게 결핵이 발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과거 높았던 결핵 감염률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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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균은 사람의 몸 밖에서는 살 수 없기때문에 결핵환자가 유일한 결핵균의 감염원이다. 이들이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경우 일상생활 속에서도 아직 진단받지 못한 감염성 결핵환자와 접촉할 기회가 은연중에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도 결핵균 감염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릴 때 대부분이 BCG 백신을 맞아 결핵에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백신은 유·소아 중증결핵을 예방하는 데에만 효과적이다. 결핵 감염 자체를 예방하지 못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핵 환자관리다. 결핵에 걸렸다고 해도 6개월 동안 꾸준히 약만 잘 먹어도 전염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제때 약을 먹지 않거나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고 약을 끊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잠복결핵 진단·치료를 통해 매년 약 2000명씩 발생하는 결핵환자를 2020년 인구 10만명당 51명, 2025년 12명으로 획기적으로 감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몇 년 전부터 집단시설 결핵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2015년 2639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해 272명의 추가환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과 접촉한 13만 83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1만 3252명(10.1)의 잠복결핵환자를 발견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들 관리를 통해 결핵 전염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강희 질본 질병예방센터 결핵조사과장은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에서 면역이 약한 사람에서 결핵이 잘 발생한다”며 “충분한 영양섭취와 함께 과로, 스트레스를 피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결핵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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