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대우조선..1년5개월만에 또 수조원대 지원

2017. 3.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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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5억달러 수주' 예측 → 실상은 15억달러
드릴십 인도 지연 '겹악재'..지난해 순손실만 2조7천억원
"도산시 비용 59조원?"..수출·고용·지역경제 파급효과 고려

작년 '115억달러 수주' 예측 → 실상은 15억달러

드릴십 인도 지연 '겹악재'…지난해 순손실만 2조7천억원

"도산시 비용 59조원?"…수출·고용·지역경제 파급효과 고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난 이후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대우조선해양에 국책은행이 4조2천억원을 집어넣은 시점은 2015년 10월이다.

불과 1년 5개월 만에 또다시 2조9천억원의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를 지원하게 된 것은 극심한 수주 절벽을 예측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지난해 115억달러일 것이라던 대우조선 수주액은 뚜껑을 열어보니 15억4천달러(13.4%)에 그쳤다.

이미 만들어 놓은 배를 발주처가 가지고 가지 않아 못 받은 돈도 1조4천억원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과 정부가 "추가자금 지원은 없다"던 말을 바꿔 지원 결정을 내린 것은 대우조선 도산 시 국가 경제적 비용이 훨씬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원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고용, 지역경제, 산업경쟁력, 금융시장 여파 등 2015년 10월 지원 때와 다르지 않다. 결국, 대우조선이라는 '대마(大馬)'를 죽이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 발표를 앞둔 23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17.3.23 image@yna.co.kr

◇ 빗나간 전망치에 금세 바닥난 자금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재작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규 자금 4조2천억원 지원을 결정했을 때 염두에 뒀던 전제 조건이 무너지면서 닥쳐왔다.

지난해 수주액 전망치는 115억달러. 선수금 20%를 받아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실제 수주가 예상치의 13%인 15억4천만달러에 그쳤다.

이로 인해 2조원 가량이 비게 됐다.

또 앙골라의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에 드릴십(원유시추선) 2척을 인도하고 1조원의 잔금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소난골은 자금난을 이유로 지금도 배를 가져가지 않고 있다.

선박 인도 지연으로 들어오지 않은 잔금만 모두 1조4천억원이다.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돈 3조4천억원이 빈 것이다.

불과 1년 5개월 전 진단에선 지난해 영업이익이 3천600억원 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론 순손실이 2조7천억원 발생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조선업의 장기 시황 부진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고, 대우조선의 위험 요인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대응하지 못한 부족함이 있었다"며 "당초 구조조정 계획을 수정하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15년 10월 지원 당시 (수주가 이 정도로 부진할 줄) 알았다면 7조원을 지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도 충분치 않았다.

대우조선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해 5조4천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까지 1조8천억원만 이행했다.

대우조선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블록 납품 등 업무 연관성이 큰 자회사 매각 가치가 동반 하락한 데다 조선소가 있는 거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부동산 매각도 여의치 않았다.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 발표를 앞둔 23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17.3.23 image@yna.co.kr

◇ 대선 앞둔 지원 결정…왜?

지난해 내내 수주 절벽이 이어졌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은 올해 1월이다.

작년 말까지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중 소난골에 드릴십을 인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난골에서 잔금이 들어올 경우 대우조선은 추가자금 지원이 없어도 올 연말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후 새 정부가 대우조선 상황을 다시 점검해보고 결정하도록 한다는 게 금융당국 생각이었다.

그러나 소난골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국제유가가 올라야 석유 개발업체들이 시추선을 쓸려고 할 텐데, 오르는 듯하던 유가는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계속 소난골에 기대를 걸다가는 대우조선이 촉발한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었다.

결국 소난골 드릴십 잔금을 '당분간 못 받을 돈'으로 포기한 채권단과 정부는 삼정회계법인에 대우조선의 재무구조와 유동성에 대한 실사를 맡겼고, 3월 초 결과를 받아들었다.

실사 결과 대우조선의 부족 자금은 최대 5조1천억원에 달했다. 신규 수주는 올해도 20억달러에 그치고, 내년엔 54억달러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됐다.

올해 4월 21일 회사채 만기 때부터 당장 유동성 부족이 본격화되고, 추가자금 지원이 없다면 부도 위기를 맞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채권단과 금융위 내부적으론 유동성을 일시적으로만 지원해 4월 회사채를 막고,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응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는 의견과 현 정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우조선 경영상황이 급박한 만큼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임종룡 위원장은 "(대우조선 문제를 미루지 않는 것이) 현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차기 정부의 원활한 경제 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제공]

◇ 조선업황에 달린 대우조선 운명

법정관리, 기업분할, 워크아웃, 프리패키지드 플랜 등 모든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금융당국이 채무 재조정을 전체로 한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대우조선을 법적 구조조정 절차로 보내 단숨에 처리하는 것보다 서서히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수주 잔량은 현재 114척(작년 말 기준)이다. 일시적으로 도산하면 짓던 배에 들어간 자금 32조2천억원이 매몰되고 금융채무·회사채 등 21조2천억원, 협력업체 거래금액 2조8천억원 등 59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회계법인의 추정이다.

은행의 경우 선수금 환급보증(RG) 최대 13조5천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고 발주처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RG가 7조원에 달해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부실이 그대로 전이되며 수출금융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구조다.

반면 대우조선을 살려둔 상태에서 짓던 배를 차례차례 인도하면 RG 규모도 줄어들게 된다.

STX조선해양 역시 2013년 4조5천억원을 지원해 건조 중인 선박을 어느 정도 인도한 이후 법정관리로 보냈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금융당국의 논리다.

여기에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3만4천명, 자회사와 핵심 협력사 1만3천명 등 5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거제 지역경제가 망가진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 주자들이 "조선경기가 회복되기까지 견뎌내고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며 대우조선 살리기에 힘을 실은 주요한 이유다.

십수년간 수출 효자 노릇을 하며 세계 2위로 성장한 기업이 공중분해 되는 것은 정치권에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채권단과 정부는 조선업황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조선업황이 작년을 저점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등으로 2018년엔 발주량이 호황기의 70%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을 일단 2018년까지 살려두기로 한 결정의 큰 근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채권단과 정부가 2015년 10월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할 때 이용한 자료 역시 클락슨 등 유수 전망기관의 것이었으며, 이 전망은 크게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 운명은 결국 세계 조선산업의 업황이라는 운(運)에 맡겨진 셈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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