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공기 질도 빈부 격차..마스크 vs 100만원 청정기(종합)

입력 2017. 3. 23. 09:24 수정 2017. 3. 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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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강종훈 김은경 기자 = 미세먼지로 덮인 '뿌연 하늘'이 점차 일상이 되면서,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호흡기 건강을 유지하는데 어쩔 수 없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마스크나 공기청정기처럼 직접 미세먼지를 막거나 거르는 제품뿐 아니라, 미세먼지 탓에 문도 못 여는 생활이 잦아지자 의류(빨래) 건조기 등 실내에서 집안일을 마칠 수 있는 가전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수십~수백만 원의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등을 서둘러 갖추는 것은 중산층 이상 경제 여력이 있는 가정의 얘기일 뿐. 상당수 저소득층 가정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볕과 바람에 빨래를 말리며 미세먼지와 싸우고 있다.

◇ 문을 못 여니…실내 의류건조기 매출 16배로

23일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SK플래닛 운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대표적 '미세먼지 특수' 품목인 황사용 마스크, 공기청정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88%씩 크게 늘었다.

산소를 깡통에 담은 산소캔(19%), 코에 끼워 넣는 코마스크(22%), 공기정화식물(46%) 등의 매출도 불었다.

특히 실내 의류 건조기는 무려 작년 동기의 16배까지 뛰었고, 미세먼지 배출 효과에 대한 뚜렷한 의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삼겹살 역시 33%나 더 팔렸다.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이제 단순히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를 찾는 일뿐 아니라 대중의 관심이 점차 미세먼지로 늘어난 실내생활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게 SK플래닛의 진단이다.

실제로 SK플래닛이 같은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급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1년 전보다 실내(139%↑), 공기청정기(42%↑) 등의 단어가 가장 뚜렷하게 늘었다.

또 다른 온라인몰 롯데닷컴에서도 최근 3개월(2016년 12월 14일~2017년 3월 13일) 의류 건조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배로 급증했다.

티몬에서 역시 이달 들어 '중국 베이징보다 서울 공기가 더 나쁘다' 등의 보도가 잇따르자, 21일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53%나 늘었다.

현대홈쇼핑과 온라인 현대H몰의 3월 공기청정기 매출도 각각 1개월 전보다 61%, 78%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용·건강 전문점 올리브영에서도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황사 마스크, 모공 속 먼지를 씻는 클렌징 제품, 구강청결제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각각 75%, 40%, 35% 뛰었다.

◇ 공기청정기 50만원대가 주류…100만원 넘는 제품도 수두룩

이처럼 가족, 특히 아이들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지만, 서민 입장에서 이런 미세먼지 관련 장비 가격은 큰 부담이다.

더구나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현상만 없었더라면 지출하지 않아도 될 가욋돈이라 더욱 아까울 수밖에 없다.

모 대기업 부장 김 모 씨(구반포동·47)는 올해 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표시된 날이 이어지자 약 2주 전 의류건조기와 의류관리기를 각각 약 100만 원씩 주고 샀다.

김 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문을 열어 바람을 맞을 수가 없으니, 웬만한 일은 모두 실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큰마음 먹고 관련 제품을 샀다"고 밝혔다.

실제로 요즈음 독특한 디자인 등으로 인기를 끄는 'LG전자 퓨리케어(AS281DAW)' 공기청정기의 가격은 온라인에서 96만~145만 원 수준이고, 'LG전자 트롬 전기식 건조기(8kg)'도 110만 원대가 훌쩍 넘는다.

티몬에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팔린 공기청정기 모델은 '삼성 블루스카이 5000(AX60K5580WFD)'였는데, '베스트셀러'로서 대중적이라지만 가격은 45만 원대로 절대 싸지 않다. 같은 기간 가격대별 공기청정기 매출 비중을 봐도 20만 원 이하(21%), 40만 원 이하(29%)보다 40만 원 이상(50%)이 월등했다.

물론 20만~30만 원대 보급형 저가 공기청정기도 있지만, 고가 제품들과 어느 정도 정화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달 2만~5만 원 정도의 렌탈료를 내고 공기청정기를 빌려 쓰는 방법도 있지만, 하루 이틀 사용할 제품이 아닌 만큼 수년 동안 임대하면 이 비용 역시 수 백만 원에 이른다.

더구나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 가정에서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럴 경우 '맑은 공기'를 위한 지출 규모는 두 세배로 뛴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나 모 씨(서울 송파구·32)는 항상 출근할 때 마스크를 사용하고, 홍삼차를 보온병에 넣어 수업 도중에 수시로 따뜻한 차를 마신다. 아울러 거실과 부모님 방, 자기 방까지 집안 모든 방에 각각 모두 3대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삼성 블루스카이 5000(AX60K5580WFD)' 가격(45만 원대)으로만 환산해도 거의 150만 원을 투자한 셈이다.

나 씨는 "직업상 목을 많이 사용하는데, 요즈음 미세먼지 때문에 목 상태가 너무 많이 안 좋아졌다"며 "돈은 많이 들지만 미세먼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모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정한 소득에 기존 생활비도 빠듯한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 가정이다. 이들의 선택은 결국 수 천 원대 황사용 마스크나 코마스크, 수 만원대 공기청정 식물 정도. 빈부 격차가 결국 미세먼지 노출 격차로, 다시 이 차이가 호흡기 건강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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