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5가지 논란으로 미리 보는 중국전

배진경 2017. 3. 2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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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창사)] 

“양팀의 경기는 치열한 접전이 될 것 같다…(중략)… 중국이 이기는 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시작은 조심스러웠지만 마무리는 확신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중국전에 자신감을 보였다. 경기의 중요성과 진지한 준비 자세를 언급한 것으로 시작한 그의 말은 결국 한국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매듭지어졌다. 23일 저녁 8시35분(한국시간)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중국을 상대로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을 갖는 한국 팀의 분위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예정된 전력 공백, 팀을 향해 교차하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 그라운드를 벗어난 정치 논란까지 불거졌다. 반전을 노리는 중국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경기는 뚜껑을 열기도 전에 달아오른 느낌이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최종예선 들어 가장 긴장감 높은 무대가 곧 막을 올린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 한국은 웃으며 귀향할 수 있을까? 중국전 관전포인트를 5가지 논란으로 짚어봤다. 이제 슈틸리케호가 답할 차례다.



#1. ‘궈주푸디’와 ‘공한증’의 충돌

창사는 중국 대표팀에 ‘약속의 땅’이다. ‘궈주푸디(國足福地)’는 축구대표팀에 행운을 가져다 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중국은 이곳에서 열린 A매치에서 8경기 연속 무패(4승4무)를 기록했다. 당초 경기 예정지로 거론됐던 쿤밍 대신 이곳을 택한 이유다. 무패의 기운이 서린 곳에서 한국을 꺾고 싶어 하는 중국의 열망이 실렸다. 중국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22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기록을)몰랐다”면서도 “좋은 기운을 받아 내일 경기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이 기운에 의지한다면 한국은 기록을 신뢰한다. 역대전적에서 한국이 중국을 압도한다. 18승12무1패로 크게 앞선다. 기록에서 나온 ‘공한증’이란 말은 사실 중국이 만들었다. 절대 이길 수 없었던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다. 관련해 한국 대표팀의 주장 기성용은 “과거 성적이나 경기를 보면 중국에 한 번밖에 안졌다”면서 “중국이 축구에 많이 투자하면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여러 면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신욱과 구자철은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늘 좋은 기억만 있다”고 했다. 지동원도 “중국전에서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만 한다”고 강조했다. ‘궈주푸디’의 반격과 ‘공한증’의 위세, 둘 중 하나는 깨질 수도 있다.



#2. 관중 압박 이겨낼까

중국은 극성스러운 축구 열기로 유명한 나라다. 대표팀 간 대결은 물론이고 아시아 클럽 대항전, 자국리그 등 축구가 진행되는 곳이면 어디든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23일 한중전이 열리는 허룽스타디움도 마찬가지. 혹시나 있을 소요 사태를 대비해 중국 당국이 출입 인원을 통제했을 정도다. 허룽스타디움은 4만석 규모(수용인원 5만5천)지만 80%에 해당하는 3만1천명만 채울 수 있게 했다. 여기에 1만여 명의 공안을 배치해 보안을 강화했다. 관중 3명당 공안 1명이 붙는 셈이다. 물론 정원이 줄었다고 해서 그들의 열기까지 옅어지는 건 아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이란 원정 경기에서의 패배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당시 한국은 아자디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홈팬들의 열기와 일방적인 응원에 눌렸다. 무력한 플레이 끝에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는 다르다. 기성용은 “관중이 많은 경기, 일방적으로 상대를 응원하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선수들이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구자철은 “문제가 전혀 안된다”고 했다. 지동원은 한발 더 나가 “관중이 많으면 경기 할 맛이 나고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2015년 동아시안컵 중국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중국팬들이 많았지만 (유니폼이)빨간색이어서 우리 팬들이라 생각하고 경기했다.”



#3. 중국화 논란

중국전을 비장한 각오로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홍정호와 장현수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수비진을 대표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슈퍼리그로 이적하면서 실력이 떨어졌다는 ‘중국화 비판’과 마주하고 있다.

홍정호는 “지난해 카타르전(실책)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면서 “팀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면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중국전과는 다르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중국을 잘 아는 선수들이다. 스스로 명예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장현수는 “팀을 위한 책임감을 갖고 뛴다면 우리가 중국화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그 부분을 많이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4. 팀 보다 큰 리피 vs 슈틸리케호의 자신감

최종예선 반환점을 돈 현재 상황은 어느 면으로나 한국이 유리하다. 한국은 3승1무1패(승점10)로 이란(3승2무, 승점11)에 이어 조 2위다. 중국은 2무3패(승점2)로 꼴찌다. 그럼에도 중국이 희망을 갖는 이유가 있다. 리피가 수장이기 때문이다.

창사에서 일관되게 확인한 중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리피 감독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감과 다름 없다. 중국 언론과 팬들이 ‘궈주푸디’나 ‘중압지하무구색(重壓之下無懼色, 압박감 속에서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같은 징크스와 격문을 의식할 때, 리피는 본질을 깨우는 동기부여로 결속을 다지고 있다. 리피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한다”며 “중국에 존엄(자부심)을 갖고 임할 필요가 하나로 뭉쳐서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기록도 의식하지 않았다. 지난 4경기 동안 득점없는 공격력에 대해선 “몇 골을 넣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직 승리에만 관심이 있다”고 했고, 한국과의 1차전 패배를 두고는 “5개월 전 결과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며 다가올 경기로 초점을 바꿔놓았다. 리피 감독의 목표는 ‘승점 3점’이다. 최소한 조 3위를 확보해 본선행 플레이오프에라도 참가하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대꾸했다.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자리를 내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무조건 이 순위는 사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다르지 않다.



#5. 사드 논란

경기장 밖에서는 ‘사드 논란’으로 양국 간 긴장감이 높다. 한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으로 예민해진 분위기다. 이번 경기에도 불똥이 튀었다. 한국 대표팀의 전세기 운항을 불허했고, 한국 취재진 비자 발급도 출국 전 마감시한까지 미루는 등 제동을 걸었다.

한국 선수들은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성용은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경기 중 하나일 뿐이지 사드 논란 같은 분위기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동원은 “독일에서 뉴스로 접했다”면서 “그런 건 접어두고 경기를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정치 논란을 떠나 내용으로 평가받고 결과로 보여주는 게 답이다. 건강하고 진실한 ‘땀의 승전보’를 전할 차례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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