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포비아' 확산에도 안일한 정부..판매중단조치 外 대책無

장도민 기자 2017. 3. 23. 06: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AI·치킨가격 논란·부패 닭고기 파동에 치킨 외면
대형식품社·프랜차이즈, 잇단 생산 중단..영세업자 '눈물'
2017.3.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과 치킨가격 인상 논란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브라질산 '썩은 닭고기' 논란까지 확대되면서 '치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치킨은 2010년대 들어선 이후 '국민 간식'으로 불릴 정도까지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간식으로 치킨을 즐기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안전성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직접 검사가 아닌 브라질 현지의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받아 발표할 정도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식품 및 유통기업 등 민간 차원의 판매 중단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치킨 포비아가 영세 치킨 전문점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치킨 가격에 대한 반발심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키면서 영세 치킨 판매업자들은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대형 식품社·프랜차이즈, 유지냐 생산중단이냐 '골머리'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브라질 한국대사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당국에 축산물 부정유통으로 적발된 육가공작업장은 총 21곳이다. 그중 한 곳은 국내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BRF다.

앞서 17일 브라질 연방경찰은 육가공업체 공장을 단속해 업체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부패 축산물을 판매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

AI·치킨값 인상 논란에 이어 부패 닭고기 파동까지 발생하자 소비자들의 우려는 급속도로 커졌고 가공된 닭고기를 조리해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업체들은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거나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전날 10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강정 등 치킨 메뉴 3종 판매를 중단했다.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논란에 따른 조치다.

롯데리아의 경우 브라질의 타 수입업체로부터 재료를 공급받아 순살치킨과 리치버거 등에 사용하고 있으며 KFC도 치킨불고기 패티 등에 브라질산 닭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적발되지 않은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사조오양·동원F&B·CJ제일제당·대상·마니커(계열사) 등 국내 대형 식품업체들도 해당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브라질산 닭고기가 사용된 제품생산을 중단했으며 마니커도 브라질산 닭을 원료로 제조하는 계열사 제품의 원재료를 바꾸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대형 치킨 업체들만 비상?…영세 치킨판매업자는 '피눈물'

기업들의 경우 브라질산 닭을 사용한 제품의 비중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지만 영세 치킨판매점 업주들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전국 치킨 전문점 207개(프랜차이즈 154개소, 비프랜차이즈 53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6%가 AI로 매출이 감소했다. 평균 매출감소율은 29.7%에 달한다.

또 조류독감으로 인해 치킨 전문점의 주요 식재료인 생닭의 구입가격은 12.6%가량 올랐지만 대부분의 치킨판매점의 가격은 기존과 같아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브라질산 닭 파동까지 겹치자 치킨 전문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생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A치킨 전문점 사장은 "반발심 때문인지 평소보다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며 "저녁자리를 마친 뒤 간단히 치킨과 맥주를 즐기려는 단체손님들까지 줄어들면서 평소와 달리 빈자리가 많다"고 말했다.

◇'부패 논란' 브라질산 닭, 무관세 되면 수입량 더 늘어날 듯

각 기업들과 전국 소비자들이 들썩일 정도로 사태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나서서 자세한 조사를 하지도 않고 해당 국가의 대사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만으로 안전성을 확인한 뒤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는 브라질 한국대사관에서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이후 적발된 21개 작업장에서 수출된 물량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BRF가 우리나라로 수출한 제품에 대한 잠정 유통판매 중단조치는 해제했다. 관리 및 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문제가 된 업체의 제품이 여전히 국내에 유통된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브라질산 닭 수입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농식품부는 닭고기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수입 닭고기에 대해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국내 닭고기 수입물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10만7399톤(t)으로 그중 브라질산은 전체의 83%인 8만8995톤에 달한다.

관리당국 관계자는 "문제의 21곳 작업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여온 닭고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못했다.

jdm@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