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쇼트트랙 새 황제' 서이라 "목표는 크게..평창 4관왕 도전"

김현기 2017. 3.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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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남자부 종합우승자 서이라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 뒤 평창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현기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레이스에 몰입하느라 우승한 줄도 몰랐어요. 한 바퀴 더 남은 줄 알았죠.”(웃음)

남자 쇼트트랙은 3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큰 수모를 당했다.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며 금메달 2개를 거머쥔 여자 쇼트트랙과 극명한 비교를 이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그랬다. 여자 대표팀이 심석희와 최민정 ‘원투펀치’를 앞세워 각종 국제대회를 휩쓰는 것과 달리 남자 대표팀은 세계적인 상향 평준화 바람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지난 한 달사이 시선이 확 달라졌다. 25살의 스케이터 서이라(화성시청)가 지난달 삿포로 아시안게임 1000m 금메달에 이어 지난 1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끝난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1000m 우승을 비롯해 3000m 2위, 500·1500m 3위 등 개인전 전종목에서 입상하며 한국 선수로는 4년 만에 남자부 우승을 일궈낸 그는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라 내년 평창 올림픽 출전권까지 손에 넣고 일찌감치 ‘꿈의 무대’를 겨냥하는 중이다. 22일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아시안게임 땐 부담이 너무 컸는데 세계선수권 땐 오히려 내려놓게 되더라. 부담털고 싸우니 잘 됐다”며 올림픽까지 다가올 1년을 노래했다.

◇한 바퀴 더 남은 줄 알았는데…몰입으로 일궈낸 ‘월드 챔피언’

세계선수권에서 서이라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하루 먼저 열린 500m 결승에선 선두를 줄곧 달리다가 결승선 앞두고 주춤해 3위에 그친 반면 1000m 결승에선 5명 중 맨 마지막으로 달리다가 결승선 한 바퀴 반을 남겨놓고 순식간에 4명을 추월해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1000m 땐 금메달인 줄 몰랐다. 경기에 너무 몰입하느라 한 바퀴가 더 남은 줄 알았다”며 “그런데 외국 선수들이 다들 발내밀기를 하더라. 그 때서야 우승인 줄 알았다. 경기 보면 알겠지만 세리머니도 늦게 했다”고 웃었다.

500m의 실패가 그에게 ‘몰입’을 가져다줬다. 서이라는 “500m 땐 ‘금메달이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와 살짝 충돌해 속도가 줄고 3등 했다. 그게 이후 레이스에서 정신을 바짝 들게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쇼트트랙은 양궁과 함께 국가대표되는 것이 올림픽 메달 따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창 올림픽 대표 선발전은 내달 5~9일 열리는데 서이라는 “지금은 둘 다 비슷하지만 그래도 대표 선발전이 세계선수권보다 힘들다. 레이스 스타일을 서로 다들 알고 견제가 숱하게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26살에 가는 올림픽 “목표는 크게, 4관왕입니다”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 서이라는 한국체대 4학년인 2014~2015시즌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등 비교적 늦은 나이에 두각을 나타냈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국제대회에서 부진해 ‘국내용’이란 소리를 곧잘 들었다. 국제대회를 앞두고 기대를 모은 선수는 그가 아니라 베테랑 이정수나 2013년 세계선수권자 신다운,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세영 등이었다. “대학 입학한 뒤 열심히 운동했지만 놀기도 열심히 놀았다”는 그는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2013~2014시즌) 때 3종목 전부 레이스를 한 번만 하고 예선탈락해서 충격을 받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몰입하니까 국내 선발전을 1위 아니면 2위로 통과하게 됐다. 운동이란 게 잘 될 때도 있지만 안 될 때도 있다.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체험학습을 갔다가 스케이트에 재미를 느낀 그는 어머니를 조른 끝에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20대 중반에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인 만큼 목표는 당차다. 서이라는 한국 선수들이 약한 500m도 잘 타는 편이다. 그는 “(목표를)크게 잡아야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한 뒤 “5000m 계주까지 4종목 모두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순간 스피드 올리는 훈련을 좀 더 하면 평창에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는 스타일”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소치에서 구겨진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그가 세울 지 지켜볼 일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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