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빈곤 길을 찾다] 올라가지 못하는 '2층·3층 연금'

김정훈 기자 입력 2017. 3. 2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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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은 가난한 노후의 공포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 ‘노후빈곤, 길을 찾다’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 세번째로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앞으로 닥쳐올 고령화사회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봤다.<편집자주>

노후보장의 양대 축이 흔들린다. 공적연금에 비해 사적연금이 외면받기 시작해서다. 4년 전 박근혜정부는 ‘다층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추진했다. 공적연금에 치중된 노후대책을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넓히는 게 핵심이었다. 노후생활 보장의 책임을 국가에서 개인으로 옮기고 노후생활비를 굴릴 주체도 정부에서 민간금융회사로 확대하겠다는 것. 

당시 정부는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등 가입유도에 나서 2012년 당시 상용노동자의 50%가 퇴직연금에, 가구주의 30%가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몇년이 흐른 지금, 경기불황과 함께 세제혜택이 줄며 연금저축은 더 이상 매력적인 노후대책수단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노후대비와 멀어지는 저소득층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사적연금의 자발적 가입률은 23.4%에 그쳤다. 선진국인 미국(47.1%), 영국(43.3%)의 절반 수준이며 독일(71.3%)의 3분의1에 불과하다. 

문제는 사적연금 가입률 24% 중 회사가 가입하는 퇴직연금을 빼면 개인연금저축(신탁·펀드·보험 포함) 가입비중은 17%로 더 낮아진다는 점이다. 

17%에 속하는 소득계층별 연금저축 가입률을 보면 ▲연간소득 2000만원 이하 3.8% ▲2000만~3000만원 7.3% ▲3000만~5000만원 24.5% ▲5000만~8000만원 38.7% ▲8000만원 초과 25.7% 등이다. 3000만원 이상 소득자가 전체 연금저축의 90% 가까운 비중을 점유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노후대비는 언감생심인 셈이다.

사적연금 가입률이 떨어진 이유는 연금보험상품의 세제혜택이 크지 않아서다. 2014년 정부는 소득계층간 형평성을 이유로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꿨다. 즉, 고액연봉자일수록 세금혜택을 적게 받도록 제도가 개편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5000만원 이상의 고연봉자는 40대 이상에서 그 비율이 높다. 이들은 바뀐 공제방식에 따라 연금저축의 세제혜택이 낮아지자 가입을 꺼리기 시작했다. 현재 40~50대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10% 내외에 그친다.

소득공제방식이 바뀐 2014년 연금저축보험 납입보험료 규모는 전년대비 2.2% 감소했다. 저소득층의 경우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혜택이 확대됐음에도 경제적 여력이 없어 연금저축 가입이 쉽지 않다. 전체 근로소득자 중 연간 2000만원 이하의 비중이 47.5%에 달하지만 연금저축보험 납입자는 전체의 3.8%에 불과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과거에 비해 사적연금 가입이 부진한 것은 가계가 어려워진 측면이 크다”며 “보험료를 낼 여유가 없어 노후대비를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정부가 떨어뜨린 사적연금 메리트

개인연금 가입을 권해야 할 보험사가 스스로 사적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2010년부터 연금전환이 가능한 종신보험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종신보험이 ‘보장’에 중점을 둔 상품임에도 보험사들은 ‘저축’ 개념을 집어넣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금상품’처럼 판 것이다. 

이 상품은 엄연히 종신보험인 만큼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적다. 하지만 가입자 중 상당수는 이를 연금보험상품으로 여겼고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적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1~9월 중 금감원에 접수된 연금전환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민원은 절반을 넘는 53.3%를 차지했다. 

금감원은 해당상품이 저축이나 연금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가입자가 인지하도록 안내 문구를 추가하라고 보험사에 지시했다. 하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의 사적연금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정책도 사적연금 활성화를 가로막았다. 정부는 지난달 3일부터 저축성보험 비과세 축소정책을 시행 중이다. 기존 소득세법에서는 2억원 이하 일시납 계약 또는 5년 이상 매월 납입한 보험의 경우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일시납 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월 적립식 보험은 단 한번이라도 150만원을 초과 납입한 경우 과세대상이 된다. 저축성 장기보험의 메리트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사적연금 지원에 나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를 방해한 셈. 

보험사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사적연금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면 절대 내놓을 수 없는 정책이라는 것. 

보험사 한 관계자는 “세금을 더 걷겠다는 정책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좀 더 세부적으로 소득층을 나눠 비과세를 적용했어야 했다. 무조건 저축성보험상품을 대상으로 과세하면 세금부담이 커지는데 누가 가입하려 하겠나”고 푸념했다.

반면 복지가 안정된 국가들은 공적연금만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정부 차원에서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실행 중이거나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은퇴자 천국’ 미국은 사적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50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간소득공제한도 외 추가로 소득을 공제해주는 ‘캐치업 플랜’을 도입했으며 독일도 2001년부터 저소득층에게 연금액을 지원해주는 사적연금 ‘리스터연금’을 운영 중이다. 

한국연금학회 관계자는 “소득이 적은 사람도 세제혜택은 물론 노후대비가 가능한 연금상품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세제혜택을 늘려 보험사 스스로 운용의 범위가 넓은 다양한 연금상품을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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