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인재·기업 끌어들여라" 세계는 지금 도시전쟁

박인혜 2017. 3. 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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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경쟁력 1위 런던, 2012년 올림픽 계기로 도심재생 집중..뉴욕 제쳐
▷스카이라인 바꾼 도쿄, 롯폰기힐스 핫플레이스로..외국기업 유입도 활발
▷아직은 갈 길 바쁜 서울, 주거적합성 등 떨어져..과감한 도시개발 필요

◆ 도시가 미래다 / 글로벌 도시가 국가경쟁력…파워도시 도쿄 3위·서울 6위 ◆

일본 도쿄는 고층빌딩 마천루가 인상적이다. 미나토구에서 바라본 도쿄야경은 고층빌딩과 도쿄타워 등으로 화려하다. 반면 강북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서울의 도심야경은 남산타워와 주상복합 아파트 2채를 제외하곤 높은 건물이 없고 난개발로 어수선한 모습이다. [사진 제공 = 숀 파본(Sean Pavone)]
일본의 대표 부동산 디벨로퍼인 모리빌딩 산하 모리기념재단은 매년 글로벌파워도시지수(GPCI)를 발표한다. 영향력 있는 전 세계 메가시티 42곳의 순위와 함께 그 도시의 이미지를 비롯해 강점과 약점 등을 종합분석해 내는 연례 보고서다.

경제, 연구개발(R&D), 문화교류, 거주적합성, 생태환경, 교통 및 접근성이라는 6가지 지표를 총 70개의 세부적인 조건으로 쪼개 분석하고 이를 수치화해 내놓는 이 자료의 의미는 작지 않다. 그동안 도쿄에서 성공적인 도시 개발을 해온 모리빌딩이 60년에 가까운 업력을 바탕으로 '좋은 도시'에 대한 기준을 정한 것이기도 하고, 이제 국가 간 대결이 아닌 도시 간 대결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런던, 뉴욕, 파리, 도쿄, 싱가포르, 홍콩, 암스테르담, 베를린 등 도시가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가운데 서울은 어디쯤 있을까. 2016년 기준 6위다. 아시아에선 도쿄나 싱가포르에는 뒤져 있지만 홍콩보다는 높다. 단순 랭킹만으로 따졌을 때 6위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지표를 발표하는 모리기념재단의 생각은 달랐다. 재단 이사장인 이치가와 히로 박사는 "서울의 경우 인구잠재력이나 지리적 조건 등을 감안하면 6위보다 나은 순위에 랭크돼야 맞다"면서 "그나마 이는 2016년 지표이고, 올해 조사에선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쟁력 있는 도시'의 순위 상위권은 변동이 크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달라졌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2008년 이후 계속 1위를 지켜냈던 미국의 뉴욕이 2012년 이후엔 런던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중이다. 도쿄는 작년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답은 도시 재생에 있다. 먼저 런던을 보면 2012년 런던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곳곳에서 단행된 도시재생사업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거주적합성 측면에선 22위에 머무르고 있던 런던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접근성을 강화했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빡빡하기로 유명했던 히스로공항은 '유럽으로 통하는 첫 번째 관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제여객선 출항을 대폭 늘렸고, 공항의 체질을 완전히 개선함으로써 최종 목적지로서의 도시와 중간 환승지로서의 도시 역할을 다 해냈다고 평가받는다. 올림픽에 맞춰 진행된 런던 동부 낙후 지역의 대대적 재생사업 역시 플러스 요인이다.

도쿄가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 역시 도시재생사업에 힘입은 바 크다. 도쿄는 경제와 연구개발 측면에서 각각 1, 2위를 기록했고, 문화교류 측면에서도 아시아 국가로는 이례적으로 5위를 차지했다. 특히 롯폰기힐스와 같은 지역 개발은 외국 기업의 유입을 낳았고, 이 같은 국제업무지구는 계속 생겨나는 중이다. 도쿄의 지나치게 비싼 택시요금 등으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아직도 있지만, 단거리 택시요금을 낮추고 교통망을 더 확충하는 등 도쿄는 계속 발전 중이다.

반면 서울의 도시경쟁력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8위에서 2011년 7위, 2012년 마침내 6위에 등극했지만 이후 정체 상태다. 각 세부 지표별로 살펴봐도 리스크가 크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강조하는 연구개발(R&D)을 제외하곤 5위 안에 드는 항목이 단 한 개도 없다. 경제지표 9위, 접근성 10위, 문화교류 16위, 주거적합성에선 17위, 환경에선 20위의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약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도시경쟁력에서 내년에도 6위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난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높은 인구당 교통사고사망률, 지나치게 먼 공항과 도심 간 거리, 중국을 제외하곤 계속 높은 수준인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농도 등이 모두 풀어야 할 과제다. 임직원들의 생활만족도도 매년 계속해서 떨어져 42개 국가 중 37위에 머물렀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결국 도시재생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를 단단하게 만들고, 여기에 소프트웨어 측면을 함께 강화해야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된다는 분석이다. 일단 도심의 경우 도시의 '심장'인 만큼 '압축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데구치 아쓰시 도쿄대 교수는 "도심엔 사람이 많이 모이고, 24시간 활기가 넘쳐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민간의 힘을 빌린 과감한 개발이 필요하다. 저성장 시대에 기업을 끌어들이려면 특혜라고 할 정도의 과감한 규제 완화를 해주지 않으면 자본을 끌어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타운매니지먼트 방식으로 빌딩 하나, 건물 하나가 아닌 구역 단위로 개발해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점도 시사점이다. 난개발은 결국 일부 지역의 슬럼화를 초래하고, 도시에 이런 스폿이 여러 개 생기면 활력도는 물론 주거적합성 등에서 점수를 깎아먹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한국은 제대로 된 타운매니지먼트가 시행된 사례가 없는데,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의 핵심 몇몇 지역은 기업이 땅이나 랜드마크와 같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힘과 기획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난개발을 막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지금부터 타운매니지먼트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외국 기업이 들어오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이들이 즐길 수 있고,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는 다양한 국제업무지구를 만들어야 한다.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은 "도쿄와 비교해도 서울은 외국인들이 생활하고, 자녀의 교육을 시키고,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외국인학교나 주거단지, 생활편의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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