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묶인 서울, 10년 넘게 헛바퀴
◆ 도시가 미래다 ◆
그러나 종로는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광화문에 내준 지 오래다. 2001년 탄생한 SFC(서울파이낸스빌딩)가 당시로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하 아케이드의 고급화로 인근 직장인들을 끌어들였고, 건너편 교보문고가 종로에 위치했던 종로서적을 대체했다. 2005년 청계천 개발 및 복원이 완성되면서 시작점인 광화문 일대는 더 좋아졌다. 최근엔 대림산업이 짓고 개발한 고층 복합빌딩 디타워나 GS의 그랑서울까지 들어섰다. 주로 40대 위주였던 광화문의 인구 구성이 20·30대 젊은 층으로까지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층부가 이태원이나 홍대, 서래마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기 맛집과 트렌디한 각종 상점들로 가득 채워지면서다. 주말엔 텅 비던 상권이 살아났다. 종로타워 이후 변변한 복합시설 개발이 없던 종로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다.
뒤늦게 종로도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서울시가 사대문 안 신규 빌딩 높이를 90m로 제한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0m가 훌쩍 넘는 디타워, 그랑서울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응축된 고층 개발이 안 되다 보면 저층부를 활성화시키는 데 비용 등에서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동안 '몰락'으로까지 표현되던 종로 일대가 이제서야 제대로 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실제 일왕이 거주하는 도쿄 왕궁 앞에도 고층빌딩 마천루가 늘어서 있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많은 데 비해 한국의 서울은 경복궁 일대 개발에 다소 소극적이다. 2015년 외국계 호텔인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허용됐지만, 높이가 낮은 저층 한옥호텔 개발은 좌절됐다. 도쿄가 왕궁이 있는 마루노우치 일대에 페닌술라, 아만도쿄 등 최고급 외국계 호텔과 일본의 전통을 살린 온천형 럭셔리 호텔 호시노야 등을 줄줄이 배치해 관광객 및 비즈니스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쿄의 경우 과거 도쿄역 옛 역사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총 5개 층을 최고급 호텔로 개발하기까지 했다. 총 150개의 객실과 고급 레스토랑과 바, 편의시설을 갖춘 이곳은 1박당 가격이 5만엔(약 50만원) 선으로 비싸지만 방을 구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비단 빌딩이나 지역 개발만 막힌 것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됐던 남산 곤돌라 사업도 몇 년간의 사업 검토 후 결국 없었던 일이 됐다. 서울시는 사대문 안 한양도성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곤돌라가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업을 철회시켰다. 서울의 한복판에 위치한 남산은 서울시민의 가장 대표적 쉼터이지만, 차량 통행이 많아 공기 오염이 많다는 이유로 기존 내연기관 버스나 차를 대체할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이 필요하던 터였다. 이에 나온 대안이 곤돌라였고, 단순 교통수단만이 아닌 서울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관광객들이 서울에 오면 가장 많이 찾는 명동과 가깝다는 점도 한몫했다. 오랜 기간 추진되던 이 프로젝트는 전면 무산된 상태다.
이치가와 히로오 모리기념재단 이사장은 "도심의 경우 그 도시의 얼굴이자 중심지인 만큼 압축적으로, 에너지를 모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생은 결국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개발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서울은 잠재력이 큰 도시인데 도심 개발이나 미래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용산 등 개발 상황을 보면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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