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York Times] 틸러슨 미 국무장관, 북핵 돌파구 만들까
체계적 외교와 제재가 최선
북, 내부에서 무너질 공산 커
핵무기 장악 계획 마련 시급
북핵을 한 방에 해결해줄 손쉬운 군사적 옵션은 없다. 북한 핵무기는 지하나 산속처럼 미 정보기관이 모르는 장소에 숨어 있다. 북한은 특정 장소에 숨겼다가 순식간에 발사 준비에 돌입할 수 있는 고체로켓연료용 이동형 미사일 개발에 빠른 진전을 이뤘다. 미국이 북한에 사이버 공격을 가해봤자 평양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혼란을 주고 동작만 지연시킬 뿐이다. 핵 공격 시스템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미국이 실질적인 대북 선제공격 역량을 가졌다 해도 그 대가는 엄두가 안 날 정도로 크다. 북한은 서울에서 40㎞ 지점에 장사정포 수천 개를 배치하고 있다. 평양이 선제공격당한 보복으로 미사일을 한 발만 발사해도 서울은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
결국 남은 방안은 협상을 통한 합의뿐이다. 먼저 북한 핵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단계별로 해체하는 방법이다. 이란 핵협상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실행 단계에서 사찰단을 보내 북한이 합의사항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해야 한다. 동결과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적 핵 개발을 막아 시간을 벌 수 있다. 실질적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상을 합의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협상 의지가 있었다. 그들에게 핵은 협상 카드였다. 그러나 핵무기가 정권붕괴를 막아줄 유일한 보험이라고 여기는 김정은은 협상을 거부한다. 어떻게 그의 계산을 바꿀 수 있을까.
미국은 한국과 일본·중국과 손잡고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가차 없는 압박에 국제사회가 동참하게 해야 한다. 고집을 부릴수록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걸 김정은이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베이징은 대북제재를 사실상 거부해 왔다. 북한의 붕괴가 두려워서다. 수백만 명의 북한 난민이 중국에 밀려 들어오고, 한국과 미국에 맞서 유지해온 전략적 완충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은 중국 정부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이 회피하고 싶은 불안을 초래하는 주범이 북한이란 인식도 퍼지는 중이다. 오바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에 북핵은 중국의 대만 이슈나 다를 바 없을 만큼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닌데도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미국의 추가 조치를 막고 싶다면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결정한 북한 석탄 수입 금지가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북핵을 막는 데 중국만큼 중요한 두 번째 요소가 있다. 미국이 한국·일본과 함께 아시아·아프리카·유럽 각국과 북한의 관계 단절을 유도하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점이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서 일하며 봉급을 평양에 송금하는 북한 노동자나 불법행위에 연루된 북한 외교관을 강제 출국시키게 압력을 넣었다. 고려항공과 북한 선박의 취항에도 제재를 가했다. 이런 노력으로 북한의 고위급 대외교류는 반 토막 났다. 평양에 유입되는 자금도 수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틸러슨은 북한이 협상에 응할 때까지 미국이 집요하게 압박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5월로 예정된 한국의 대선 결과, 북한에 훨씬 유화적인 후보가 집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사드 배치 철회를 강요하는 중국과 맞서야 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김정은이 도발하지 않고는 못 견딘다는 점이다.
결국 북한이 변하려면 평양 지도층이 변해야 한다. 그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급 관료들을 처형하고 이복형마저 암살하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그의 권좌를 갈수록 위협하고 있다.
북한 정권 몰락 뒤 핵무기를 손에 넣기 위한 지도층 내 암투를 우려한 오바마 행정부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군사작전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중국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어디로 군대를 보내고, 어느 나라가 어떻게 그들의 핵무기를 장악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드시 이를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토니 블링컨 전 미 국무부 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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