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씨는 처음과 끝이 다 보이는 일관성 있는 사람"

정우상 기자 2017. 3. 2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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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부인 인터뷰] 문재인 부인 김정숙
"13년전 靑민정수석 부인으로 권력의 무게와 책임감 지켜봐..
대선 앞둔 지금 많이 두려워요
남편, 실향민 부모로부터 반공교육.. 안보관 보증합니다, 믿어주세요
호남 매주 가니 단골 목욕탕도.. 그래서 별명이 文의 호남 특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64) 후보의 부인 김정숙(63)씨는 문 후보를 '재인씨'라고 불렀다. 경희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김씨는 법학도였던 문 후보를 배우자로 택한 이유를 묻자 "나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사람 같아서"라고 답했다. 그랬던 김씨는 남편이 현재 유력한 대선 후보이기 때문에 '자유'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 됐다. 김씨는 22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13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부인으로 살며 권력의 무게와 책임감을 곁에서 지켜봤다"며 "그래서 대선을 앞둔 지금 아주 많이 두렵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안보관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묻자 "재인씨는 실향민 부모에게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나 역시 보수적 집안에서 자랐다"며 "남편의 안보관은 나와 우리 친척들이 보증한다. 믿어달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년 추석 때부터 혼자 호남을 계속 찾는다는데.

"2012년 대선에서 떨어진 다음 광주에서 올라오는데 '저 많은 사람이 남편을 도와줬는데 우리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줬고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그래서 연고도 없는 호남을 매주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단골 목욕탕이 생겼다고 들었다.

"낯선 곳에 묵다 보니 누굴 만날 때 차림새가 엉망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목욕탕을 찾았는데 6개월쯤 매주 이용하다 보니 할머니들이 '누구냐'고 물어 '문재인 부인'이라고 말씀드렸다. 거기서 생긴 별명이 '문재인의 호남 특보'였다. 최근에는 전남의 섬들을 찾아 마을회관에서 묵고 있다. 3월 8일에는 독립유공자 자손들이 많이 사는 소안도를 찾았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해 국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서울에서도 대중 목욕탕에 자주 가나.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 사우나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거다(웃음)."

―호남 방문 때마다 문 후보가 집에서 '혼밥'을 한다는데.

"남편이 아침에 먹을 조개탕이나 야채 된장국 같은 걸 미리 만들어 놓으면 남편은 계란부침 정도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재인씨는 묵은 김치보다는 햇김치를 좋아한다. 아, 그리고 김도 꼭 있어야 한다."

―변호사 문재인과 정치인 문재인은 어떻게 다른가.

"법률가로서 재인씨는 대답을 명확히 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북한 문제 같은 걸 갑자기 물어보면 정치적 고려 없이 바로 답을 했는데, 요즘은 바로 답하지 않고 시간을 갖고 여러 생각을 하며 답하는 것 같다. 조금 유들유들해졌다고 할까. "

―2012년 대선 때와 어떻게 달라졌나.

"대선 패배 이후 책임감이 더욱 커진 것 같더라. 지금 남편은 정권 교체에 대해 책임감으로 절박하다. 2012년에는 '난 머리 염색 절대 안 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염색도 혼자 한다. 과거에는 자기의 원칙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국민이 원하는 문재인의 모습과 자기 원칙을 맞춰가려고 한다."

―대선 후보로서 남편을 평가해달라.

"처음과 끝이 다 보이는 사람이다. 일관성 있는 삶을 살아왔다. 젊을 때 부동산으로 돈 좀 벌고 싶어 주택 청약하러 국민은행에 가려는데 남편이 '집 없는 사람들 위한 것 아니냐. 당신 국가 상대로 사기 치는 거야'라며 말렸다. 그 이후로는 그런 걸로 돈 벌 생각은 접었다. 속으로 '당신, 얼마나 잘사나 보자'고 생각은 했지만(웃음).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원칙 있는 대통령 아닌가. 적폐 청산이 필요한 탄핵 국면에서 국민이 남편을 가장 많이 지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실장 부인으로서 권력의 엄중함을 보지 않았나.

"청와대 민정수석 할 때 남편도 나도 숨죽이고 살았다. 만나자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안 만났다. 나도 옆에서 권력의 무게와 책임감을 지켜봤다. 그래서 지금 아주 많이 두렵다."

―문 후보 안보관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문제라면 정말 걱정할 필요 없다. 함흥 출신 시아버지는 공산주의가 싫어서 피란 나왔고 남편은 그런 아버지에게 어릴 때부터 반공교육을 받았다. 요즘도 미국에 있는 시댁 친척들까지 전화를 걸어와 '아니, 누가 우리 재인이한테 ×××라고 해. 말도 안 된다'며 하소연을 한다. 나도 보수적인 집에서 컸다. 트집 잡을 것이 없어 뭔가 옭아매려고 좌파라고 하는 것 같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부의 철학은.

"무엇보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다."

―남편을 평소에도 '재인씨'라고 부르나.

"'재인씨'라고도 하고 '여보'라고도 한다. 갑자기 '누구 아빠'라고 부르면 그 사람에게 또 아빠로서의 책임을 지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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