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마크롱·르펜 2파전.. 주류 정당은 몰락

런던/장일현 특파원 2017. 3. 2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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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으로 다가온 佛대선.. 유권자, 기성 정치권에 실망]
여론조사 1위 달리던 극우 르펜, 무소속 마크롱에 거의 따라잡혀
공화당 후보 피용은 비리로 자멸
마크롱, TV 토론서 타 후보 압도.. 현직 장관 등 지지선언도 잇따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이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39) 전 경제장관과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 대표 간 맞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두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2%포인트 이내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다음 달 23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가 오는 5월 7일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극우·무소속 후보의 강세 속에 지난 60년간 프랑스 정계를 양분해온 중도 우파 공화당과 중도 좌파 사회당 후보들은 큰 격차로 뒤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양대 정당이 동시에 결선 진출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롱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초만 해도 총리 출신인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과 국민전선 르펜에 이어 3위권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르펜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마크롱은 지난 21일 실시된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여론조사 기관 엘라브가 TV 토론 시청자 1157명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후보는 누구였나"를 물은 결과, 마크롱은 29%로 좌파당 장뤼크 멜랑숑 후보(20%)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르펜과 피용은 19%에 머물렀다.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바바라 퐁필리 생물다양성 장관이 이날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현재까지 마크롱 지지를 선언한 사회당 의원은 50여명에 달한다.

마크롱 지지세가 커진 것은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권 무능과 부패에 크게 실망한 데다, 극우 세력과 극단적 좌파에 불안감을 느낀 중도층 표심이 마크롱에게 쏠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도 우파를 대변했던 공화당 피용은 의원 시절, 아내와 자녀를 보좌관으로 채용한 것처럼 위장해 세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수천만원대 양복을 선물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좌파 진영은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과 극좌 성향의 좌파당 장뤼크 멜랑숑으로 분열된 데다, 두 후보의 공약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중도 성향인 기존 사회당 지지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2년 대선 때 올랑드 대통령을 찍었던 사회당 지지자의 50%가 마크롱을 지지한다"며 "좌우를 막론하고 중도 진영의 표심을 삼키고 있다"고 했다.

반(反)난민·반이슬람·반유럽연합(EU)을 표방하는 국민전선의 르펜도 탄탄한 지지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자들의 충성도도 다른 후보보다 크게 높다.

르펜은 10~60대 초반까지 전 연령층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프랑스 여론연구소 조사 결과, 18~24세 젊은 층의 39%가 르펜를 지지한다고 응답해 마크롱(21%)과 피용(9%)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프랑스 언론들은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이 25%에 달해 이웃 독일(7%)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부모들 세대보다 자신은 훨씬 못살 것이라고 믿는 젊은 세대들의 분노와 절망이 르펜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수년간 파리와 니스 등에서 잇따라 대형 테러가 발생한 것도 유권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극우 세력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계에서는 마크롱과 르펜이 결선에 진출하게 되면, 최종 승부는 유권자들이 극우 포퓰리즘에 맞서 얼마나 결집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때도 르펜 대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유권자들이 극우 정당에 대한 반감으로 똘똘 뭉치면서 결선에서 17.8% 득표에 그쳐 공화국연합당 자크 시라크 후보에게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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