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쩍 갈라진 올림픽 컬링센터.. '홈 어드밴티지' 날아갔다

임경업 기자 2017. 3.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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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시공에 '거북등' 시멘트 바닥.. 국제聯 "여기선 올림픽 못치러"
당장 대표선발전도 딴곳서.. 선수들 "실제 경기장 적응기회 사라져"
- 테스트경기 끝나고 보니 '거북등'
134억 리모델링 반년 안됐는데.. 얼음 무게에 중앙은 4cm 푹 꺼져
조직위, 곧 보수공사 여부 결정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종목이 열릴 강릉 컬링센터가 부실시공·관리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 컬링센터의 시멘트 바닥은 거북등처럼 모두 갈라졌으며, 이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비롯해 다른 국내대회도 다른 경기장에서 치러야 할 상황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컬링계에선 "국내 선수들이 올림픽 실제 경기장에서 대표 선발전을 치르며 적응력을 키워야 하는데, 홈 어드밴티지(개최국 이점)가 사라져 버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겸해 이곳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수석 '아이스 메이커(Ice Maker)' 한스 우드리지(60·캐나다)는 "이 경기장에선 올림픽을 치를 수가 없다"는 의견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전달했다. 우드리지는 IOC가 추천하고 승인한 세계 최고의 아이스 메이커로, 내년 동계올림픽 컬링 빙판을 만들 인물이다. WCF(세계컬링연맹)도 같은 의견을 조직위에 구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실상 '올림픽 부적합' 판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시멘트 바닥 전체를 깨고 다시 까는 작업을 할 경우 기간만 3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컬링연맹 관계자는 "강릉 센터 사용이 어려워진 만큼 4월 치를 예정인 국가대표 선발 2차전도 이천 센터에서 열어야 할 상황"이라며 "정작 평창에 나갈 대표팀이 홈 경기장을 언제쯤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컬링계 관계자들은 강릉 컬링센터를 '거북 등껍질' 혹은 '바둑판'으로 묘사한다. 가로 30여m, 세로 60여m의 시멘트 바닥엔 수십 개에 달하는 사각형 모양의 무늬가 불규칙하게 생겨났다. 모두 바닥 균열 현상이다. 테스트이벤트를 지켜본 컬링계 관계자는 "당시 플로어 위에 칠한 흰색 페인트도 같이 갈라질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플로어(floor)라 불리는 컬링 경기장의 시멘트 바닥은 빙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실제 경기에선 이 플로어 위에 얼음을 얼리는데, 바닥에 균열이 생기면 냉각 시설을 통해 전달되는 냉기도 금이 간 부분에만 더 강하게 전달된다. 얼음 온도가 불균등해지면서 빙판도 '거북이 등껍질'처럼 금이 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스트 이벤트 당시엔 얼음엔 금이 가지 않았지만, 대회를 거치면서 균열 현상이 점점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강릉 컬링센터 플로어의 중앙 부분도 얼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3~4㎝가량 푹 꺼진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멘트가 얼음의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애초부터 부실시공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플로어가 평평하지 않으면 빙판의 수평도 맞추기 어려워진다.

이 시설은 지난 1999년 강릉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쇼트트랙과 피겨 대회 등을 개최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가을 공사비 134억여원을 들여 컬링용으로 리모델링했다. 강원도청의 발주로 효창건설이 시공했다. 강릉시 소유 시설이지만, 강원도청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에 문제가 있다면 강원도의 책임"이라고 했다. 평창조직위와 강원도 관계자는 "WCF의 최종 공문이 오는 대로 보수 공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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