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만은 피하려는 朴, 조서 밑줄 그어가며 수정 요구

2017. 3.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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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 종료를 취재진에 알린 시점은 21일 오후 11시 40분.

검찰 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만은 반드시 피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조서 문구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뜯어보지 않았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뒤 3주 넘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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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前대통령 조사 이후.. 수백쪽 조서 7시간 14분 검토

[동아일보]

檢 나올 땐 심각… 사저 앞에선 활짝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와 조서 검토를 마치고 22일 오전 6시 54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차량에 오르고 있다(위쪽 사진). 오전 7시 6분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을 자유한국당 최경환(아래쪽), 윤상현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서청원 의원의 부인 이선화 씨(가운데)가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홍진환 jean@donga.com·원대연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 종료를 취재진에 알린 시점은 21일 오후 11시 40분. 조사를 시작한 지 14시간 5분 만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가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선 건 22일 오전 6시 54분이었다. 자신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고 수정한 뒤 조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서명·날인을 하기까지 7시간 이상이 걸린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에 대비해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만은 반드시 피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조서 문구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뜯어보지 않았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영장 청구에 대비”…조서 7시간 14분 수정

검찰이 일반적으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할 때 A4용지 조서 한 쪽에 검사의 질문과 피의자의 답변으로 이어지는 문답이 3, 4개가량 담긴다. 박 전 대통령은 혐의가 13가지나 되기 때문에 피의자 신문조서 분량이 수백 쪽에 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문 조서를 검찰 조사에 입회한 유영하 변호사(55), 정장현 변호사(56)와 함께 보면서 수정, 보완할 부분을 찾았다. 21일 오후 11시 40분 조사가 끝난 직후 박 전 대통령은 조사실 옆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고, 그동안 두 변호사가 먼저 조서를 읽었다. 유 변호사와 정 변호사는 2시간 넘게 꼼꼼히 조서를 검토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대답한 내용과 차이가 있거나, 나중에 재판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들을 추려냈다. 특히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구속 사유로 인정할 만한 대목은 없는지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변호사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목한 내용을 중심으로 조서를 꼼꼼하게 읽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줄을 그어가며 검토했고, 두 변호사와 상의해 문구를 다듬었다. 특수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성격이 아주 신중하고 꼼꼼하신 분인 것 같다”며 “문답을 아주 세세하게 봤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수정한 조서를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완성된 조서에 서명·날인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하게 7시간 14분이었다.

○ 김수남 검찰총장, 영장 여부 신속 결정

김수남 검찰총장은 21일 밤늦게까지 대검찰청 청사에 남아 있다가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마무리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에야 퇴근했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을 신속하게 할 방침이다. 여기엔 2009년 4월 대검 중앙수사부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 이후 상황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뒤 3주 넘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다. 같은 해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검찰 안팎에서 “검찰 수뇌부의 노 전 대통령 신병 처리 결정이 늦는 바람에 비극을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총장은 이를 감안해 구속영장 청구든, 불구속 수사든 빨리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손범규 변호사는 22일 오전 1시쯤 취재진에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막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일부 판사 출신 변호사들과 함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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