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홍상수, "그것이 정말 사랑이라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3월23일 개봉, 홍상수 감독)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Q : 이번에는 오프닝 타이틀의 제목을 직접 손글씨로 쓰지 않으셨더라고요. 컴퓨터 타자 글씨로 제목을 적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A : “손글씨로 몇 번 써 보다가 그냥 이번에는 이렇게 해야겠다고 한 건데, 왜 그랬는지 설명하기 힘듭니다. 이 영화가 저에게 너무 가깝다고 느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감정이 많은 영화라 손글씨가 더해지면 넘친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Q : 1부를 박홍열 촬영감독님이, 2부를 김형구 촬영감독님이 찍으셨죠. 왜 이런 선택을 하셨나요. A : “1부 때는 박홍열 촬영감독이 거기로 올 수 있었고, 2부 때는 김형구 촬영감독과 원래 이번 영화를 같이하자고 약속한 상태였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그래서 김형구 촬영감독과 했습니다.”
Q : 홍 감독님이 보시기에, 1부의 영희와 2부의 영희는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른가요. A : “비슷한 게 아니라 같은 사람이고, 한 사람의 여러 면이 보이는 거라 생각합니다. 1부에서는 그날 하루, 그런 상황에서 그런 모습들이 나온 것이고, 2부에서는 그날 하루, 그 다른 상황에서 다른 모습이 나온 겁니다.”
Q : 1부와 2부 모두에 ‘검은 옷 남자’(박홍열)가 등장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영희의 곁을 맴도는 존재죠. 영화는 이 남자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 남자의 존재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A : “글쎄요…. 그냥 함부르크의 공원에서 테스트 촬영을 할 때 우연히 그런 남자의 등장이 떠올랐고, 그게 계속 이어진 겁니다. 말이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보기에 맞는가 하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느끼기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든 사람이 설명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이 영화의 제목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언제 이 영화의 제목을 떠올리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 “제목은 월트 휘트먼의 시(詩) 제목입니다. 전에 읽었고, 그때 제목이 맘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며칠 지나 같이 있던 사람에게 ‘이건 영화 제목으로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시의 제목을 대하면서 깜깜한 바닷가, 인공의 빛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 우주와 자기 사이에 아무 방해물 없는 시공간을 상상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모든 규범과 약속과 인정과 선악의 구분이 사라진 시공간에서 원래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순간, 그런 걸 상상한 겁니다. 그런 원래의 모습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있다고 말해도 문제될 건 없습니다.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되는 겁니다.”
Q :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가 영화 곳곳에 흐릅니다. 이 음악을 고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평소에 자주 듣는 곡인가요. A : “독일에서 처음 듣게 되었고, 자주 들었습니다. 그때 제일 좋았던 음악입니다. 위로가 되는 음악이었고, 그래서 영화에 쓰고 싶었습니다.”
Q : 강원도 강릉의 술집에서 천우(권해효)와 명수(정재영)가 벽에 걸린 박종하의 시 ‘감나무’를 함께 읊는 장면이 2부에 나옵니다. 이 시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그 밥집의 벽에 원래 걸린 시였습니다. 촬영하는 날 그게 눈에 들어왔고, 우연히 그 내용이 만들려던 신과 일치하는 것이 있어서 받아들였고, 두 남자의 낭독 부분을 더해 만들었습니다.”
Q : 그 친구들 중에서도 준희(송선미)와 영희가 빚어내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준희’는 영희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A : “그냥 영희의 여림, 아름다움, 순수함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희가 남에게 이해되기 쉬운 행동만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자신에 대한 오해들 속에서 할 수 없이 평생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친구 한 명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Q : -극 중 영화감독인 상원(문성근)이 해외에 있는 영희를 찾아왔는지 알 수 없는 채로 1부가 끝납니다. 2부에서 영희가 상원을 만나는 건 꿈속에서입니다. 영희와 상원의 만남을 ‘꿈속’에서 이룬 이유는 무엇입니까. A : “그런 현실에서의 만남의 신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갖고 다니던 책(안톤 체호프의 단편집 『사랑에 관하여』)이 옆에 있었고, 그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내용을 제대로 읽어 주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렇게 단번에 바로 읽어 줄 수 있는 상황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 -영희는 상원과의 스캔들 때문에 힘든 순간들을 보내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삶에서 진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합니다.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진정으로 자신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에게서 위로받죠. 고통 속에 진정한 기쁨이 피어나는 순간들이라고 할까요. 이 영화가 그 순간을 지나고 있는 영희를 오롯이 축복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홍 감독님께서도 영희의 그 순간들을 축복해 주고 싶으셨나요. A : “이제는 아실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영희란 역할을 연기한 김민희씨란 사람과 사랑하고 있고, 그 사람에 대한 제 감정이 영희란 인물을 만드는 데 당연히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Q : 이 영화를 통틀어 영희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라 생각하는 순간이 있나요. A : “본질이 아니라 그 영화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Q : 현실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촬영하는 그날그날의 순간들을 ‘흘러가는 대로’ 포착하는 방식으로 극영화를 만들고, 다양한 관객들이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와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이 모든 과정이 홍 감독님께는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A : “제 천성에 맞으면서, 영화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이고, 그 결과로 관객과의 만남이 있고, 그건 가치 있는 오고 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가 아니라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겁니다. 저의 최선이었기를 바라고, 어떤 분들에게 좋은 영화이기를 바라는 맘입니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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