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줴이' 딥러닝 할 때 '돌바람' 개발자는 생계용 SW 개발

임미진 입력 2017. 3. 23. 00:03 수정 2017. 3. 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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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연구, 왜 중국에 뒤졌나
2년 전 준우승에도 정부 지원 없어
투자 못 받으니 기술력 점점 처져
중국 ICT, 한국과 기술차 거의 없어
전기차·친환경에너지는 훨씬 앞서

━ 중국 AI ‘줴이’ 쇼크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컴퓨터바둑대회. 한국 바둑 인공지능(AI) ‘돌바람’으로 참가한 임재범(46) ‘돌바람네트웍스’ 대표는 외로웠다. “줴이를 내세운 텐센트 쪽에서는 취재진까지 대동해 15명이 참가했습니다. 1인 기업을 하고 있는 저는 당연히 혼자 대회에 나갔지요.” 그는 8강에서 줴이와 맞붙어 탈락했다. 2015년엔 준우승까지 했던 돌바람이지만, 임 대표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파고 이후에 바둑 AI들도 딥러닝 기술을 빠른 속도로 탑재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이 추세를 따라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난해엔 돌바람 개발 일을 거의 못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느라고요. 다른 나라 AI들이 많이 쫓아왔다는 게 한눈에 보이더군요.”

그는 지난해 11월, 생업이던 교육 소프트웨어 사업을 접었다. 돌바람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알파고 신드롬이 온 나라를 들썩였는데, 왜 바둑 AI를 개발하는 그를 지원하는 이가 하나도 없을까. 그는 “정부 관계자를 만나본 적이 있지만 ‘민간 기업을 지원할 순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자료:한국무역협회·유럽연합
한때 세계적 수준의 성취를 이뤘지만 점차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는 바둑 AI 돌바람은 한국 AI 산업의 현주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 인력도 투자도 턱없이 적고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느리다. 문제는 미래 산업 전반에서 이런 약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AI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 친환경에너지 등에서도 세계적 기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또 다른 보고서인 산업연구원의 ‘한·중 산업 경쟁력 비교 연구’는 5년 뒤 대부분의 산업이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잃을 거라고 전망한다. 이 보고서는 이미 경쟁력이 뒤처진 전통 산업 분야를 이렇게 표현했다. “보강·허베이강철·우한강철 등 중국 10대 철강회사가 내놓는 제품은 한국 제품과 비교해도 품질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싼 가격을 고려하면 중국 제품이 더 경쟁력 있다. 가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선풍기와 통돌이 세탁기, 소형 냉장고에선 한국의 제품 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진다. 5년 뒤에는 고화질 TV와 에어컨, 고급 냉장고에서도 중국 상품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주력 산업인 스마트폰과 자동차도 5년 뒤엔 경쟁우위를 잃을 걸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금 한국은 중저가형 스마트폰이나 버스·트럭 등 상용차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5년 후에는 고급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시장에서까지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화웨이·오포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밀려 아시아·태평양 지역 스마트폰 시장에서 5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중국 기업에 밀려 세계 스마트폰 시장 통계에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 경쟁력은 생산 비용과 입지 조건, 시장 규모, 자본 투자 능력 등을 고려해 분석해야 하는데 이 모든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열세”라며 “그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조업들도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쟁력이 엇비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자동차도 5년 뒤엔 중국이 추월”

자료:한국무역협회·유럽연합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정보통신기술(ICT)에선 한·중 기술 격차가 더욱 좁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2015년 ICT 기술수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유·무선 네트워크(0.2년), 클라우드 기술(0.3년), 정보 보안 기술(0.6년) 등은 한국과 거의 격차가 없다시피 했다. BYD 등을 앞세운 전기차 산업,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산업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규모가 자랐다.

한편에선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으로 한국 제품을 거부하는 배경에 이런 산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를 포함해 한국 대부분의 기업이 중국 시장에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없으면 국내에서 대체하면 그만”이라고 평가한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불매운동을 벌이면서도 삼성전자를 건드리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 연구위원은 “메모리반도체처럼 압도적 기술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대해선 큰소리를 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신성장 산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흥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개발 과장은 “이달 초부터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산업을 선별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정책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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