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0.5년, 로봇 0.7년 격차 .. 한국 아차하면 중국이 추월
24개 산업 중 17개가 기술격차 1년 내
반도체공정·디스플레이도 1.2년뿐
대형 디스플레이 중국 BOE, LG 제쳐
중국 "8년내 일본 기술력 추월 목표"
올레드뿐만 아니다. BOE는 올 1월 기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22.3%를 차지하며 절대 강자였던 LG디스플레이를 밀어내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물량 공세와 가격 경쟁 때문에 한국 업체들은 중국과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선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엄청난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한 추격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무섭게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2015년 산·학·연 전문가 2만6000여 명을 조사해 완성됐다. 조사 대상이 된 24개 산업 중 17개 산업의 한·중 간 기술 격차는 1년 안으로 좁혀졌다. 철강(0.5년), 임베디드소프트웨어(0.5년), 바이오(0.7년), 로봇(0.7년), 의료기기(0.8년) 등은 잠시만 한눈팔아도 추월될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공정(1.2년)이나 디스플레이(1.2년), 조선해양(1.1년) 등 나머지 7개 산업도 격차가 벌어져 봐야 1.3년을 채 넘기지 않는다. 기술 격차란 선발 국가의 기술 수준이 멈춰섰다고 가정할 때 후발 국가가 이를 따라잡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이런 추격의 결과로 세계 곳곳에서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을 밀어내고 있다. 철강 산업이 대표적이다.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선박용 철판(후판)을 중국산으로 쓰기 시작했다. 국내 철강사 세아제강은 올해 말까지 대형 쇠파이프의 원료가 되는 도금강판의 15%를 중국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모두 원래는 국산 제품이 버티던 자리였다. 최근 조선 업계가 겪은 혹독한 구조조정의 배경에도 중국이 있었다. 우리 중소형 조선사의 텃밭이었던 벌크선·탱커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완전히 넘어갔다.
중국, 작년 R&D 투자액 전년보다 25% 늘어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정책에는 이런 성장 전략에 대한 중국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담겨 있다. “2025년까지 제조업 기술력을 독일·일본 수준으로 키우고 2035년에는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그동안은 중국의 부상이 한국 부품산업 등에 적잖은 도움을 주기도 해 윈윈 관계였다”며 “앞으론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혁신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우리 기업이 상당 부분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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