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0.5년, 로봇 0.7년 격차 .. 한국 아차하면 중국이 추월

임미진 2017. 3. 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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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산업기술보고서' 분석
24개 산업 중 17개가 기술격차 1년 내
반도체공정·디스플레이도 1.2년뿐
대형 디스플레이 중국 BOE, LG 제쳐
중국 "8년내 일본 기술력 추월 목표"
━ 중국 AI ‘줴이’ 쇼크
디스플레이 업계는 최근 중국의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 때문에 술렁이고 있다. “중국 샤오미가 하반기 출시하는 스마트폰 ‘홍미프로’에 BOE의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다” “애플이 2018년 신제품에 BOE의 올레드를 장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다. 올레드 패널은 휘거나 접을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몸값 높은 부품이다. 지금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9%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막 발을 들인 BOE가 무서운 속도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올레드뿐만 아니다. BOE는 올 1월 기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22.3%를 차지하며 절대 강자였던 LG디스플레이를 밀어내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물량 공세와 가격 경쟁 때문에 한국 업체들은 중국과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선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엄청난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한 추격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무섭게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2015년 기준)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5 산업기술수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더 이상 “중국이 추격해 온다”고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한·중 기술력은 이미 대부분의 산업에서 비슷한 수준이며 경쟁력을 따지면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은 얼마 되지 않는다. 몇몇 산업에서는 “어떻게 중국을 추격할까” 고민해야 할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2015년 산·학·연 전문가 2만6000여 명을 조사해 완성됐다. 조사 대상이 된 24개 산업 중 17개 산업의 한·중 간 기술 격차는 1년 안으로 좁혀졌다. 철강(0.5년), 임베디드소프트웨어(0.5년), 바이오(0.7년), 로봇(0.7년), 의료기기(0.8년) 등은 잠시만 한눈팔아도 추월될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공정(1.2년)이나 디스플레이(1.2년), 조선해양(1.1년) 등 나머지 7개 산업도 격차가 벌어져 봐야 1.3년을 채 넘기지 않는다. 기술 격차란 선발 국가의 기술 수준이 멈춰섰다고 가정할 때 후발 국가가 이를 따라잡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이런 추격의 결과로 세계 곳곳에서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을 밀어내고 있다. 철강 산업이 대표적이다.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선박용 철판(후판)을 중국산으로 쓰기 시작했다. 국내 철강사 세아제강은 올해 말까지 대형 쇠파이프의 원료가 되는 도금강판의 15%를 중국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모두 원래는 국산 제품이 버티던 자리였다. 최근 조선 업계가 겪은 혹독한 구조조정의 배경에도 중국이 있었다. 우리 중소형 조선사의 텃밭이었던 벌크선·탱커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완전히 넘어갔다.

중국, 작년 R&D 투자액 전년보다 25% 늘어

자료:산업연구원
무서운 추격은 돈과 시장의 힘에서 나왔다. 핵심 산업에 속한 업체들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으로 적자 걱정 없이 기술 경쟁력을 키워왔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럽연합 산업 연구개발(R&D) 투자 스코어보드 2016’에 따르면 전 세계 R&D 투자 상위 기업의 전체 투자액은 6960억 유로(853조원)였는데, 이 중 중국은 전년 대비 24.7% 늘어난 498억 유로(61조원)에 달했다. 한국(254억 유로·31조원)과 일본(999억 유로·122조원)은 각각 3.7%,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13억 인구의 내수시장은 품질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설 때까지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있는 텃밭이 됐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정책에는 이런 성장 전략에 대한 중국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담겨 있다. “2025년까지 제조업 기술력을 독일·일본 수준으로 키우고 2035년에는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그동안은 중국의 부상이 한국 부품산업 등에 적잖은 도움을 주기도 해 윈윈 관계였다”며 “앞으론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혁신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우리 기업이 상당 부분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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