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지 선언 청년 명단, 어떻게 '조작'됐나

제주CBS 문준영 기자 입력 2017. 3. 22. 14:19 수정 2017. 3.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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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선관위 본격 조사..김우남 위원장 "입장 조만간 발표"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더좋은 민주주의 제주포럼 사무실.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모여 활동하는 공간이다. (사진=문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제주지역 청년 1219명의 명단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명단 작성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21일 안희정 후보 지지 사무실인 제주시 노형동 건물 사무실 입구에는 '더좋은 민주주의 제주포럼'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명단을 조작한 이성재(27)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과 관련자들은 이곳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위원장(27)은 지난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청년은 시대교체를 원하고, 이 땅의 청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안희정”이라며 제주청년 1219명의 이름으로 된 지지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주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명단 대부분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씨는 잘못을 인정했다.

이씨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급함이 앞서 선후배 동료께 큰 폐를 끼쳤다"며 "깊은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희정 대선캠프측은 "안희정 후보를 지지한 제주청년들은 자발적인 지지그룹으로 알고 있다. 그 분들이 우리와 연관을 갖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취재결과, 이씨의 청년 지지선언 명단 작성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 2월~3월 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8~10명의 사람들에게 민주당 경선 선거인 명단을 채워 올 것을 요구했다. 이름과 ARS 인증번호, 휴대폰 번호 등을 받아 본인에게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씨가 소속원들에게 요구한 선거인단 명부 (사진=문준영 기자)
채팅방에 있던 A씨는 "이씨로부터 10명의 명단이 적힌 10장의 종이를 받았고, 언제까지 이걸 채워오라고 시켰다"고 밝혔다.

이곳에 소속됐던 B씨는 "이씨가 선거인단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이어도청년지킴이 등록 명단을 사용한다고 했다"며 "나중에 지지선언 할 때 명단이 1200명인 걸 보고 조작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4년째 제주도 청년단체라고 주장하며 이어도청년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다. A씨와 B씨는 모두 "이어도지킴이라는 조직이 유령조직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1일 오후 1시쯤 제주시 연동의 카페에서 취재기자와 만나 "애들이 받아온 선거인 명부 이름을 지지 선언에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 등 8~10명이 포함됐던 단체 카톡방은 CBS 노컷뉴스 보도 이후 곧바로 사라졌다.

지난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안희정 지지 선언 현장. (사진=자료사진)
◇ 이씨, 안희정 지지 사무실 오가며 활동

이씨는 안희정 지지 모임인 더좋은 민주주의 제주포럼 사무실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에 의해 이곳 사무실에 왔었던 C씨는 "전에 이씨와 함께 이곳에 왔다가 도의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며 "이곳이 안희정 캠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주포럼 김유범 사무국장은 명단 조작과 관련해 "이씨가 자원봉사 형식으로 일을 한 것"이라며 "청년지지 선언의 경우 전날 선언 얘기를 들었는데, 명단이 작아도 좋으니 지지하는 확실한 분들만 체크해 달라고 주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안 후보 자체가 캠프를 꾸리지 않고 있고. 이곳은 직장인 등과 도의원들이 가끔 들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안희정 캠프 청년팀장, 제주 청년 지지선언 때 현장 오기도

이씨가 지난 20일 도민의방에서 청년 지지선언을 했을 당시 안희정 대선캠프 이동학 청년팀 팀장도 현장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 팀장은 "제가 청년들이나 당원들이 지지한다고 하면 (그들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언 당시 있었던)다른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이씨는 안희정을 도왔던 게 맞다"며 "제주지역 상황을 잘 모르고, 이씨와 대학생 당원 선후배로서 가까워서 와달라고 해 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해당 당원의 행위는 선관위 등에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도당 차원에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 (사진=자료사진)
◇ 제주선관위 안희정 지지 명단 조작 본격 조사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발표된 제주 청년 1219명의 명단 조작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선관위는 우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과 안희정 후보 캠프 관계자, 지지자에 이름을 올린 청년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선관위는 특히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 명단을 발표한 이성재(27)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을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에게 출석 요구를 하기 위해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출석요구서를 들고 직접 자택으로 찾아가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CBS 문준영 기자] jej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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