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삶을 불편하게 만들면 저출산 해결될까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7. 3.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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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1인 가구 vs 저출산..딜레마에 빠진 사회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같은생각 다른느낌]1인 가구 vs 저출산…딜레마에 빠진 사회]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혼밥·혼술과 일(1)코노미라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새로운 트렌드는 사회·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전체의 27%, 520만 가구로 나타났다. 1995년 164만 가구에서 3.2배 증가했으며 2035년에는 763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새로운 중심가구로 부상함에 따라 기업과 정부는 1인 가구에 맞는 새로운 상품 개발과 정책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은 1인 가구 맞춤형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인을 위한 편의점 도시락 등 다양한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대형마트의 1인용 식품, 소형 세탁기, 1회용품 시장 등에서 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금융권에서는 청년 맞춤형 금융 상품 출시가 활발하다. 최근 KB금융은 금융상품 패키지인 ‘KB 일(1)코노미 청춘 패키지’를 내놓았다. 우리은행의 올포미 카드는 싱글족이 주로 사용하는 편의점, 홈쇼핑, 할인점 등 7대 업종에 대해 매월 이용금액이 큰 순서대로 할인율을 자동 적용해 청구할인을 해준다.

거주공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혼자 살기 좋은 주택이 인기다. 가구와 가전제품이 일체형으로 빌트인(Built-in)된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선호된다.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6'에서는 부모와 자녀를 중심으로 설계된 가족정책을 1인 가구를 포함한 다양한 가구의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1인 가구 빈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15년 노인 빈곤율은 63.3%이나 1인 가구 중 60대 이상이 158만명으로 가장 높아 노령화에 따른 1인 가구 빈곤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청년 1인 가구의 빈곤율도 심각하다. 지난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의 빈곤실태, 청년, 누가 가난한가'에 의하면 2014년 기준 청년 1인 가구의 빈곤율은 21.2%로 청년부부와 자녀(5.4%), 부모동거 청년 가구(3.5%), 청년 부부(2.7%)보다 4~8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소득 수준은 2~3인 가구와 비슷하나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 등의 비용지출이 많은 것이 한 이유로 꼽힌다.

지난 2월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1인당 소득은 1인 가구 1800만원으로 2인 가구 1인당 1700만원, 3인 가구 1인당 19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달 25일 부동산114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가처분 소득 142만원 중 40만원(28%) 가량을 월세로 부담했다. 이는 2인 가구 15.7%, 3인 가구 11.0% 보다 2~3배 정도 높은 부담률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지난 5일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는 ‘다양한 가족’ 공약을 내세워 “1인 가구 맞춤형 소형임대주택과 공공원룸주택을 확대하고 30대 미만 단독세대주에게도 전세자금 대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를 마냥 반기고 권장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혼인의 감소와 저출산이 사회문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결혼관 변화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만혼·비혼, 이혼·별거, 고령화에 의한 노인 단독가구 증가가 원인이다. 통계청의 ‘인구동향 조사’에 의하면 총 혼인건수는 2007년 34만4000건에서 2015년 30만3000건으로 줄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조혼인률)는 2007년 7건에서 2015년 5.9건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혼인건수는 28만2000건으로 1974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2015~2065년’에서는 총인구가 2015년 5101만명에서 2065년 4302만명으로 1990년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1인 가구 중심 사회로의 변화는 새로운 가치관과 이에 맞는 전략과 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혼자 살아도 된다는 인식의 확산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라는 딜레마를 가져왔다. 1인 가구 증가는 생산 가능 인구를 줄이고 개인의 고립과 단절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1인 가구는 단순히 의식구조 변화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 등 비자발적 동기에 의한 경우도 많다. 지금은 1인 가구를 새로운 중심 가구로 인정하고 지원할 필요성이 증가했지만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패러독스(Paradox)를 해결할 묘수가 필요한 때이다.

극단적으로 1인 가구에 싱글세를 부과하고 혼밥·혼술을 경원시해 혼자 사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선 저출산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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