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했던 '경영비리 재판', 롯데의 현 상황 축소판

백진엽 기자 2017. 3. 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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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 떨어진 듯한 신격호, 한정후견 재판에 영향?
서로 "네 탓"..경영권 분쟁 당시 공방 '재연'
롯데그룹 총수 일가 핵심 인사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사건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 씨. 2017.3.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화내고, 책임 미루고, 눈물짓고…'

지난 20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롯데그룹 경영비리에 대한 첫 재판은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그룹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재판은 여러 악재 중 하나인 검찰의 경영비리 공소에 대한 것이었지만 법정에서 보여준 총수 일가의 모습은 현재 롯데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인지능력 떨어진 듯한 신격호, 한정후견 재판 영향줄까

재판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인지능력이 다소 떨어진 듯한 행동이었다. 휠체어에 앉아 무릎 담요를 덮고 비서와 의료진 등을 대동해 출석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재판장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거나, 분노한 모습으로 고함을 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은 출석 30여분만에 자리를 떠났다.

이 모습은 현재 진행중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 재판과 연결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정숙씨가 제기한 한정후견 지정 신청과 관련해 1심과 2심 법정은 모두 한정후견 지정을 결정했다.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측은 이에 불복, 현재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아울러 부친과 임의후견계약을 맺고 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보여준 신격호 총괄회장의 모습을 비춰봤을 때 신동주 전 부회장의 뜻대로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에 한정후견 상고심에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뜻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로 "네 탓"…경영권 분쟁 당시 공방 '재연'

이와 함께 총수 일가들은 모두 공소 사실을 부인하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변호인은 "모든 업무는 정책본부가 입안해서 시행한 것"이라며 "총괄회장은 정책본부에 '잘 검토해서 시행하라'고 지시한 것밖에 없다"고 롯데그룹에 책임을 넘겼다.

반면 신동빈 회장측은 영화관 매점 임대 관련이나 총수 일가에 대한 '공짜 급여' 혐의는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측 역시 영화관 매점과 관련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사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도 관련 내용에 무고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모습은 그룹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 형제간에 서로 잘못했다고 공방을 벌이던 것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형이 고령인 부친을 이용해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 것이라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이 독식하기 위해 부친과 자신을 내쳤다고 주장했다.

이 분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듯 경영비리 재판에서도 창업주는 자신이 만든 그룹에, 형은 동생에게, 자식은 부친에게 잘못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중국·검찰…외부에 맡겨진 롯데의 운명

이번 재판에서 검찰측이 공소한 사안은 영화관 매점 임대 관련 불법 행위, 총수 일가 '공짜 급여' 혐의, 롯데피에스넷 관련 배임 혐의 등이다. 이를 두고 검찰과 롯데 일가의 지리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어쨌든 경영비리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운명은 법원에 달려 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롯데그룹과 총수일가가 사법처리될 수도 아니면 무죄가 된다.

최근 롯데그룹의 다른 사안들 역시 그룹 자체적으로는 어떻게 손쓰기 힘든 일 투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사드보복이다.

롯데 입장에서 정부의 안보정책에 반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것인데 이를 빌미로 중국은 롯데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롯데가 중국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정부간 원활한 해결만 바랄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는 억울한 사안을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검찰의 입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각각 별개의 사안 같지만 결국 그동안 감춰져 있던 관행들이 경영권 분쟁이나 최순실 게이트 등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외친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는 첫 걸음을 떼자마자 첩첩산중으로 들어간 꼴"이라고 평가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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