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격돌..검, 정유라·삼성 추궁에 박 "그런적 없다" 발뺌

서영지 2017. 3. 22.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로 "대통령님""검사님" 호칭
9시35분부터 책상 마주앉아 조사

검, 정유라 승마지원으로 포문열자
박, 차분한 말투로 "기억 안난다"

검, 이재용 독대때 무섭게 봤다는데..
박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

뇌물수수 등 핵심 혐의 공방
검 "박, 진술 굉장히 많이 했다"

한웅재 검사 11시간, 이원석 검사 3시간 릴레이 조사
김수남 총장 늦게까지 계속 지켜봐

[한겨레]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21일 오전 9시35분 서울중앙지검 1001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짙은 남색 코트를 벗고 조사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직사각형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박 전 대통령과 한웅재 부장검사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한 부장은 “박 전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며 질문을 던졌고, 박 전 대통령은 “검사님”이란 호칭을 쓰며 답변했다. 헌정 사상 첫 파면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갔고, 박 전 대통령은 대체로 ‘나중에 내용을 알게 됐으며 자신도 피해자’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예상외로 진술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조사실 분위기를 전했다.

■ 뇌물수수 혐의 집중 조사 이날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삼성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56권짜리 업무 수첩과 관련자 진술을 활용해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 승계 지원 대가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최순실씨 딸 정유라 말 구입비 지원을 요구한 게 아닌지 캐물었다. 검찰은 “2015년 1월9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종 차관을 불러 ‘정유라와 같은 학생을 정책적으로 잘 키워야 한다. 왜 이런 선수를 자꾸 기를 죽이냐’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맞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기에 눌리지 않고, 차분한 말투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차 독대 때 승마 지원이 부족하다며 대통령이 나를 무섭게 쳐다봤다’고 했는데 사실이냐”, “삼성 임직원이 당시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이 나를 노려보는 것이 흡사 레이저를 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던데 그럴 만한 상황이었냐”는 질문도 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가 2015년 7월 대기업 총수 단독면담 일정 서류를 가지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이날 구속된 최순실·정호성·안종범을 소환했으나 개인적 사유로 모두 불응했다”고 말했다.

■ 검찰, ‘새로운 사실’도 질문 준비 이날 조사는 한 부장검사와 이원석 부장검사가 차례로 진행했다. 한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35분부터 저녁 8시35분까지 11시간 동안 ‘장시간 조사’를 벌였다. 저녁 8시40분부터는 이 부장검사가 바로 이어 투입돼 11시40분에 조사가 종료됐고, 박 대통령은 다음날 새벽까지 진술 내용이 맞는지 조서를 열람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늦게까지 남아서 조사 상황을 지켜봤다. 애초 검찰이 준비한 질문 사항에는 그동안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질문지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고등학교 은사인 김아무개 교사 부탁으로 박 전 대통령이 당시 김상률 교문수석에게 ‘건전 문예지는 제대로 지원이 안 되는데 좌편향 문예지에 지원된다니 검토보고서를 올리라’고 지시하고 사후 보고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평소 ‘보수의 가치’와 ‘애국’의 개념을 강조하는 데 공감했는지, ‘애국’의 개념이 대통령에게 도움을 줬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공감했는지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 시작은 차분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본격 조사에 앞서 오전 9시25분 1002호 휴게실에서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노승권 1차장검사와 10분 동안 간단한 티타임을 가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티타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노 차장검사는 호칭을 ‘대통령님’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노 차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조사 일정과 진행 방식을 설명하며 “이 사건 진상규명이 잘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잘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노 차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티타임 때 먼저 10층에 가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손님에 대한 예의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영지 김정필 기자 yj@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페이스북][카카오톡][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