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재단 설립 지시했나요" "그런 사실 없습니다 검사님"
검, 수사 통해 확보한 물증 충분
본인 진술로 '부인 조서' 확보 전략
박, 유영하 변호사와 나란히 앉아
재단·블랙리스트 혐의 적극 반박
“대통령님,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문화·체육 관련 재단 두 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나요.”
“그렇게 지시한 사실이 없습니다. 검사님.”
이어 조사한 이원석(48·27기) 특수1부장검사는 대기업 경영 현안과 관련한 청탁 여부 등 처벌 형량이 무거운 뇌물죄 관련 사실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두 부장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그룹 승계와 관련해 필요한 행정 지원을 해달라’는 등의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대기업 회장들과의 면담 일정을 사전에 최씨에게 알려주었느냐” 등을 물었다. 그러면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통화 녹음내용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의 박 전 대통령 조사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진술 확보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등 주요 혐의는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물증과 진술로 충분하며,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형식적 요건으로 ‘부인(否認) 조서’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수사팀이 “진술을 얻는 것이 핵심”이라며 ‘영상녹화’를 포기한 것도 이런 분석과 맥락이 닿아 있다. 검찰은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에게 영상녹화에 관한 의견을 물었으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녹화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노승권 1차장검사는 기자들에게 “영상녹화는 피의자(박 전 대통령)에게 고지만 해도 되지만 우리는 답변과 진술을 듣는 게 중요하다”며 “절차적 문제(영상녹화)로 승강이하면 실체적 조사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사건 관련자들의 대질신문을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노 차장검사는 “대질신문을 염두에 두고 소환하려 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조사를 받게 될지 몰라 이들이 모두 검찰 출석을 거부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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