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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의 정치풍향계] "박근혜를 버려야 보수가 산다"

소종섭 편집위원 입력 2017.03.21. 13: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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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저 정치' 어려운 4가지 이유

‘사저(私邸) 정치’ 얘기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 삼성동 사저에 은거하며 정치세력화, 나아가 정치 재기를 도모할 가능성이다. 탄핵에 반대 서명을 한 자유한국당 61명의 의원,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적극 지지자들이 그 자양분으로 지목된다. 지역적으론 오랜 지지 기반이었던 대구·경북 지역이 거론된다.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세 변화가 어떻게 펼쳐지는지는 향후 보수 세력의 향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과연 ‘사저 정치’는 현실화할 수 있을까.

 

판의 흐름이 대선 국면으로 전환

‘박근혜 이슈’의 흐름은 헌법재판소 판결로 변곡점을 넘었다. 상황이 바뀌었다. ‘박근혜’는 현직이 아니라 전직이 됐다. 큰 변화다. 모든 것이 바뀐다. 박 전 대통령은 종속 변수가 됐다. 그는 권력을 지탱하는 지위, 즉 신뢰를 상실했다. 현실적인 대통령직도 잃었다. ‘사저 정치’를 할 만한 동력을 상실했다. 결론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향후 급속히 쇠락할 수밖에 없다. 

 

3월14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으로 돌아온 3월12일 직후까지만 해도 친박계 내부에선 역할 분담론이 나왔다. 삼성동 현장에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김진태·박대출·이우현·민경욱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이 다수 모습을 보였다. 그 직후 ‘총괄 서청원, 정무 윤상현, 공보 민경욱…’ 등 마치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민경욱 의원을 통해 낸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불복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민심의 거센 역풍이 휘몰아쳤기 때문이다.

경찰이 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달라진 상황 변화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소환해 정식으로 조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헌재 판결일인 3월10일 벌어진 집회에서 그가 폭력 사태를 선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70대 노인 등 3명이 사망했다. ‘탄핵 반대 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삼성동 사저 주변 시위대를 상대로도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의 칼날은 빠르게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의 재판에서는 연일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이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법적으로 봤을 때 유리하기보단 불리한 진술이 더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판의 흐름이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도 ‘박근혜’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있는 환경이다. 정당들은 후보 토론, 선출 일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슈 초점이 대선으로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는 과거가 됐고 ‘미래권력’이 누구냐가 관심사가 됐다.

자연인 상태에서 ‘피의자’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도 이런 흐름을 모를 리 없다. 청와대에서 내려와 삼성동으로 돌아온 순간 그는 ‘구름 위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서석구·김평우 변호사를 포함시키지 않고 정장현·위재민·서성건·채명성·손범규·황성욱 변호사로 일단 변호인단을 꾸렸다. 손범규 변호사는 “검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정치 투쟁’이 아닌 ‘법률 투쟁’에 방점을 찍는다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예상대로 박 전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한다면 이에 맞서 ‘적폐 청산’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더 흐름을 탔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법률 투쟁’으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대선 정국에서 별 변수 자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만약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되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보수는 지금 길을 잃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 향후 보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보수는 지금 길을 잃었다. 일단 기본적인 기조는 ‘박근혜를 버려야 보수가 산다’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발언이 상징적이다. 유 의원은 3월16일 연세대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 합동 기자회견에서 “박근혜식 보수는 소멸돼야 한다. 감히 거기에 보수라고 말을 붙이기도 싫을 정도”라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3월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은 끝났고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때입니다. 우파 대결집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박근혜 전 대통령에 매달리면 이번 대선은 없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라고 썼다.

대선 이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길게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까진 ‘보수의 재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먹느냐, 먹히느냐 쟁투(爭鬪)를 벌이고 있다. 누가 대중에게 호소력 있는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얼마나 잘 정립하고 그에 맞는 인물들을 발굴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수구로서의 태도를 버리고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보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홍준표·유승민·남경필·원희룡·오세훈 등 보수의 대중적인 정치인들 가운데 새로운 리더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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