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주민번호 강제 노출에 직원 150명 동원 박근혜 철통 경호
[현장] 600여명 취재경쟁에 삼엄한 경호 속 자정 전까지 조사 이뤄질 듯
지난 11일 동안 침묵을 지킨 파면된 전(前) 대통령 박근혜씨가 국민을 향해 10여 초 짧은 입장만 남긴 채 검찰에 출석했다.
박씨는 21일 오전 9시25분 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입구에 도착한 후 입구 중앙에 미리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여러분께 정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취재진은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 생각하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냐”고 질문을 던졌으나 박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호 문제로 포토라인에서 7여 미터 떨어진 곳에 섰던 기자들은 질문을 하기 위해 소리를 질러야 했다.
서울중앙지검, 지나칠 정도로 철통 경비 태세에 만전
전 대통령 박근혜씨는 서울중앙지검 등 관계기관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새벽 6시 경 교대역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가는 길에서만 경찰버스 30여 대가 길가에 주차돼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입구는 정문을 제외하고 전면 통제됐다. 검찰 공무원, 경비인력, 취재진 등을 제외한 민간인출입도 통제됐다.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선 소지품 검문도 이뤄졌다. 신원확인 및 신분증 반납을 거친 기자들은 곧바로 가방 검사, 탐지기 검사 등을 거쳤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전 대통령 예우 및 경호 등의 이유로 검찰청 상공에 드론 비행도 금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동선을 감안해 조사실 내 모든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엔 참고인·피의자 소환조사를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직원 150여 명은 이날 경비 역할을 맡았다. 강력부, 피해자지원과 등 대부분 부서에서 차출된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검찰청 서문부터 정문까지 일정 간격으로 서서 경비업무를 볼 예정이다.
이날 기자들은 새벽 4시부터 바빴다. 취재진들은 포토라인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기 위해 기자 출입이 허용되는 4시부터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카메라·사진기자들은 이미 그 전날 카메라 자리, 사다리 자리 등을 확보해놓았다.
기자들은 주민증록번호가 공개 기재된 비표를 목에 걸고 다녔다. 21일 서울중앙지검이 기자 출입을 통제하기위해 마련한 출입증이었다. 한 촬영기자는 "우리가 범죄자냐. 왜 개인정보를 이렇게 공개하고 난리냐"고 불평하며 번호가 적힌 부분을 보이지않게 접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출입이 허가된 취재진은 총 547명, ‘근접취재’가 허가된 기자는 총 127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경호 문제를 이유로 포토라인에서 7여 미터 떨어진 곳에 가장 가까운 취재공간인 근접취재 구역을 마련했다.
취재 통제의 문제로 취재진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간 가벼운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취재진들은 박씨가 설 포토라인에 미리 스탠드마이크를 설치했으나 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은 ‘합의사항이 와전됐다’며 붐마이크 6대만 허용된다고 밝혔다. 스탠드마이크는 곧 철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붐마이크가 허리높이 이상으로 올라가선 안되며 붐마이크가 출입문 안쪽으로 들어가선 안된다고 지침을 전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근접촬영구역 내 카메라 기자 사이에 일부 경호인력을 배치하려 했으나 사진기자들의 격한 항의에 부딪혀 경호인력은 촬영기자 뒤편으로 배치됐다.
박씨의 수사는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건 수사를 전담한 바 있는 이원석 특수1부장, 한웅재 형사8부장이 직접 맡는다. 조사실엔 박씨 법률대리인 1~2명이 동석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후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될 진 미지수다. 혐의의 중대성과 공범들이 이미 구속된 상황을 고려하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밖에 없으나 검찰은 대통령 예우 등의 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