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주민번호 강제 노출에 직원 150명 동원 박근혜 철통 경호

손가영 기자 입력 2017. 3. 21. 11:08 수정 2017. 3. 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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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600여명 취재경쟁에 삼엄한 경호 속 자정 전까지 조사 이뤄질 듯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지난 11일 동안 침묵을 지킨 파면된 전(前) 대통령 박근혜씨가 국민을 향해 10여 초 짧은 입장만 남긴 채 검찰에 출석했다.

박씨는 21일 오전 9시25분 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입구에 도착한 후 입구 중앙에 미리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여러분께 정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취재진은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 생각하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냐”고 질문을 던졌으나 박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호 문제로 포토라인에서 7여 미터 떨어진 곳에 섰던 기자들은 질문을 하기 위해 소리를 질러야 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조사를 앞둔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마이크와 포토라인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씨가 도착하기 5분 여 전 헬기 3대가 서울중앙지검 상공에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지나칠 정도로 철통 경비 태세에 만전

전 대통령 박근혜씨는 서울중앙지검 등 관계기관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새벽 6시 경 교대역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가는 길에서만 경찰버스 30여 대가 길가에 주차돼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입구는 정문을 제외하고 전면 통제됐다. 검찰 공무원, 경비인력, 취재진 등을 제외한 민간인출입도 통제됐다.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선 소지품 검문도 이뤄졌다. 신원확인 및 신분증 반납을 거친 기자들은 곧바로 가방 검사, 탐지기 검사 등을 거쳤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전 대통령 예우 및 경호 등의 이유로 검찰청 상공에 드론 비행도 금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동선을 감안해 조사실 내 모든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엔 참고인·피의자 소환조사를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직원 150여 명은 이날 경비 역할을 맡았다. 강력부, 피해자지원과 등 대부분 부서에서 차출된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검찰청 서문부터 정문까지 일정 간격으로 서서 경비업무를 볼 예정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들은 박씨의 출석이 완료되는 오전 10시 경까진 10여명씩 14구역으로 나뉘어 경비를 섰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30분경 혹은 소환조사를 마칠 때까지 15여 명씩 1시간30분 내지 3시간 간격으로 교대 경비를 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들은 새벽 4시부터 바빴다. 취재진들은 포토라인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기 위해 기자 출입이 허용되는 4시부터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카메라·사진기자들은 이미 그 전날 카메라 자리, 사다리 자리 등을 확보해놓았다.

기자들은 주민증록번호가 공개 기재된 비표를 목에 걸고 다녔다. 21일 서울중앙지검이 기자 출입을 통제하기위해 마련한 출입증이었다. 한 촬영기자는 "우리가 범죄자냐. 왜 개인정보를 이렇게 공개하고 난리냐"고 불평하며 번호가 적힌 부분을 보이지않게 접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출입이 허가된 취재진은 총 547명, ‘근접취재’가 허가된 기자는 총 127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경호 문제를 이유로 포토라인에서 7여 미터 떨어진 곳에 가장 가까운 취재공간인 근접취재 구역을 마련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7일 청와대 요청에 따라 검찰청에 등록된 법조출입 언론사 40개, 외신기자 6명에게만 당일 출입을 허용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비출입언론사 기자들의 거센 항의로 지난 20일 ‘법조 비출입 언론사’ 기자 17명에게 출입증을 발급했다.

취재 통제의 문제로 취재진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간 가벼운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취재진들은 박씨가 설 포토라인에 미리 스탠드마이크를 설치했으나 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은 ‘합의사항이 와전됐다’며 붐마이크 6대만 허용된다고 밝혔다. 스탠드마이크는 곧 철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붐마이크가 허리높이 이상으로 올라가선 안되며 붐마이크가 출입문 안쪽으로 들어가선 안된다고 지침을 전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근접촬영구역 내 카메라 기자 사이에 일부 경호인력을 배치하려 했으나 사진기자들의 격한 항의에 부딪혀 경호인력은 촬영기자 뒤편으로 배치됐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씨는 서울중앙지검 10층 특수1부 1001호 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문을 받게 된다. 박씨에겐 조사실 옆에 위치한 1002호가 휴게실로 제공된다.

박씨의 수사는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건 수사를 전담한 바 있는 이원석 특수1부장, 한웅재 형사8부장이 직접 맡는다. 조사실엔 박씨 법률대리인 1~2명이 동석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후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될 진 미지수다. 혐의의 중대성과 공범들이 이미 구속된 상황을 고려하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밖에 없으나 검찰은 대통령 예우 등의 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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