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소환]"성실히 조사 임하겠다"..법적투쟁 집중할 듯

최일권 입력 2017. 3. 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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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송구하다"포함해 단 두마디 육성 발표

여론보다 법리싸움 전념 의지 표명
정치권 "'국론 분열 책임' 언급 없어 아쉽다" 반응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특혜 관련 뇌물 혐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직권남용,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에서 처음으로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는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보경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딱 두 마디를 소감으로 남겼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여론전 보다 법리논쟁에 적극 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 앞에서 대국민메시지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힐 때만해도 내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삼성동 자택으로 이동한지 9일 만에 메시지를 육성으로 밝히는데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뭔가 구체적이고 본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상황을 만든데 대한 도의적 책임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직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내놓은 '4마디'의 입장보다도 짧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중앙지검의 발언과 관련해 "본격적인 법리싸움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론에 기대지 않고 본인이 직접 문제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송구하다"는 표현 보다는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부분에 박 전 대통령의 강조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에 놓고 봐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전날 유영하, 정장현 변호사 등과 함께 검찰 조사 리허설을 하면서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사과가 빠졌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론 분열 사태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 언급이 없어 무책임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일반적 사과 수준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부분에 대해 언급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사하면서 들어가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구(舊)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사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야권도 실망감과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용서를 표하지 않고 원론적인 말씀만 하고 간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성역 없이 수사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원했건만 끝내 형식적인 메시지만 밝힌 채 검찰청사로 사라졌다"며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로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표명하지 않은데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한 것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받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새로운 시대교체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검찰은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낡은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교체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함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법 앞의 평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치주의에 따라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사법부의 판단에 따르면 된다"며 "사법절차에 대해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주장한 같은 당의 대권주자 유승민 의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은 각자 TV중계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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