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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前 대통령 '사법처리' 불가피..구속영장 두고 '고민'

박보희 기자 입력 2017.03.21 10: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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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혐의·종범들 재판 중' 구속 수사 전망 우세..5월 대선이 변수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양성희 기자] ['범죄혐의·종범들 재판 중' 구속 수사 전망 우세…5월 대선이 변수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가지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3번째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사진=뉴스1


'피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13가지에 달한다. 이미 공범들은 구속 수사 중이다. 검찰 조사 후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의 고민은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여부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 24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파면 결정 11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습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후 약 6개월 여 만에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이었기 때문에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피할 수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갖고 있는 '불기소특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받으면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가 끝나는 대로 신병처리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통상 검찰은 조사 후 사흘 이내에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한다. 구속 후 재판에 넘길 것인지, 구속하지 않고 재판에 넘길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검찰이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공범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구속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50여 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부담이다.

범죄 혐의만 두고 볼 때는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그룹에게 433억원을 받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도왔다는 뇌물수수 혐의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이날 조사 과정에서 뇌물죄 혐의를 얼마나 입증해내느냐에 달렸다.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중 뇌물죄의 형이 가장 무겁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는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무기징역까지 처해 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직후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의 대가성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업들로부터 받아낸 774억원이 단순한 출연금이 아니라 기업 현안을 해결해주고 받은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보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수뇌부와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SK가 111억원을 재단에 출연한 배경에 최 회장의 사면과 면세점 특허, 계열사 세무조사 무마 등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역시 면세점 특허를 되찾기 위해 45억원을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검찰이 추가 조사 과정에서 대기업 뇌물 혐의를 얼마나 입증해냈는지 역시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공범들이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국정농단의 시작이자 공범으로 지목받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혐의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들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참모들 역시 각종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재판에서 증언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만 구속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대면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할 경우에도 검찰이 구속 결정을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미 명백하게 드러난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할 경우 검찰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가 짙은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 도주 우려가 있을 때 구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현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치권은 대선 국면으로 들어섰다.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됐다. 검찰로서는 선거에 미칠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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