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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리포트] 5년간 31만실..'공급폭탄'에 떠는 오피스텔

정두환 기자 입력 2017.03.21 10: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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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택물량의 20% 넘어..미분양에 분양권 매물도 홍수
국민주택기금 지원 불구 정책 사각지대 "주택시장 뇌관 우려"

[서울경제]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KTX 광명역세권 일대. 지난 2015년부터 분양이 본격화된 주상복합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분양 당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광명역세권 아파트들은 분양권에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웃돈이 붙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에 함께 들어서는 다른 오피스텔들의 사정은 딴판이다. 주변 중개업소들에는 분양가 수준의 급매물이 잔뜩 쌓여 있지만 매수세를 찾기 힘들다. 이 지역 K공인 관계자는 “광명역 일대에서만도 5,000실의 오피스텔 입주가 예정돼 있다”며 “수요가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에 당분간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오피스텔이 주택시장의 숨은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 공급의 20%를 웃도는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져 나오면서 소형주택 시장의 공급과잉을 초래, 가뜩이나 침체가 우려되는 주택시장의 잠재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부동산114 등 업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에서 공급된 오피스텔은 31만실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공급된 아파트(주상복합·임대 포함) 물량 185만가구의 17%에 해당한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오피스텔의 공급 비중은 더욱 커진다. 같은 기간 수도권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17만8,000실로 아파트 공급물량 83만8,000여가구의 21%를 넘는다.

공급이 급증하면서 미분양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광명역세권은 물론 화성 동탄2·김포한강신도시 등 수도권 일대 대규모 택지지구에서는 공사 중인 오피스텔과 준공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오피스텔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분양가 수준이거나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태의 분양권 매물까지 쏟아져 나오지만 매수세가 거의 없어 투자자들의 손절매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급증하는 공급과 이에 따른 미분양 적체에도 오피스텔은 주택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오피스텔은 2010년부터 ‘준주택’으로 지정돼 저리의 정책자금인 국민주택기금 지원까지 받고 있지만 아파트와 달리 미분양 상황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외곽지역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도한 것이 사실”이라며 “미분양으로 소형주택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두환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공급폭탄에 떠는 오피스텔] “손해나도 팔자” 오피스텔 급매 쌓이는데...미분양 파악도 ‘깜깜’

<시장 어느정도인가>

수도권 외곽 중심 손절매 쏟아져도 거래 실종

올 입주 앞둔 물량 4.8만실...소형주택시장 위협

분양방법 등 제한 없어 쌓인 물량 가늠도 안돼

선제적 시장 점검·리스크 관리로 피해 줄여야

‘무피, 마이너스 700(만원), 전세가 수준 초급매, 마이너스 700, 개인 사정상 급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일대 오피스텔 분양권 거래 사이트에서 쉽게 눈에 띄는 매물 소개다. ‘무피’란 분양가에 단 한 푼의 웃돈도 붙지 않았다는 뜻이다. 심지어 분양가보다 수백만원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도 적지 않다. 손해를 보더라도 털고 나가겠다는 기존 분양계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넘쳐나는 매물에 손절매라도=서울을 벗어난 오피스텔 거래시장은 예상외로 심각했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가 지은 물량은 이름값 때문에 버티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소규모 오피스텔들은 미분양에 분양권 매물까지 쏟아져나오면서 손절매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오피스텔 공급이 집중된 화성 동탄2, 김포 한강 신도시 등 수도권 외곽의 택지지구들이다. 여기에 서울 마곡지구와 경기 광명시 KTX 광명역세권 등 상대적으로 입지가 뛰어난 곳조차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화성 동탄2신도시 일대는 오피스텔 거래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현재 동탄2신도시에서 건립 중인 오피스텔은 2,000실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량이 넘치는 탓에 이 일대 중개업소들에 나온 오피스텔 매물 상당수에는 ‘급매’ 딱지가 붙어 있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값도 마이너스인데다 임차인 찾기조차 쉽지 않다는 생각에 계약자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팔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광명역세권 일대 오피스텔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매도 호가는 분양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거래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마곡지구 일대에서도 크고 작은 오피스텔 분양권 매물이 차곡차곡 쌓인 채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강남권 오피스텔이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남역 상권에 내년 초 입주를 목표로 건립 중인 K오피스텔 전용 21㎡의 경우 2억7,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분양가에 단 한 푼의 웃돈도 붙지 않은 금액인데다 ‘가격 절충 가능’이라는 단서까지 붙어 있다. 다른 강남권 오피스텔 역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웃돈이 1,000만원도 채 안 되는 분양권 매물이 수두룩하다.

◇넘치는 물량, 주택시장까지 위협하나=공급 과잉에 따른 매물 적체현상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허가를 받은 오피스텔은 12만8,450실에 이른다. 면적으로는 838만㎡로 이 중 64%인 537만㎡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면적이 2,253만㎡인 것과 비교하면 무시하기 힘든 물량이다.

입주 역시 당분간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당장 올해만 해도 전국에서 입주를 앞둔 오피스텔은 4만8,656실에 달한다. 지난해 입주물량 4만1,898실보다 16% 늘어난 수치다. 내년은 더 심각하다. 올해 입주물량보다 30%나 급증한 6만3,234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에 입주하는 오피스텔 중 수도권 물량만 7만실이다.

오피스텔 공급 과잉이 기존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 하락, 공실률 증가는 물론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외곽지역에 너무 많은 오피스텔이 공급되면서 침체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다가구주택 등 면적이 비슷한 소형 주택과 수요층이 겹치기 때문에 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급만 늘면 그만? 아무도 모르는 재고=오피스텔 공급 과잉에는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 일변도의 정부 정책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임에도 소형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해왔다. 바닥난방 허용범위 확대 등 구조적으로 주거 기능을 대폭 확대해준 것은 물론 지난 2010년에는 아예 ‘준주택’으로 지정, 사실상 주택의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저리의 정부정책자금인 국민주택기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오피스텔·고시원 등 준주택에 지원된 국민주택기금은 총 2,172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사후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오피스텔 건립과 분양에는 아파트 등 주택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규모에 관계없이 분양가나 분양 방법 등에 제한이 없다. 이렇다 보니 현재 팔리지 않고 쌓여 있는 미분양물량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중소 건설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한 시장”이라며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시장 점검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두환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