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선일보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사교육 문제와 오바마 대통령의 칼리지 스코어보드

조선에듀 입력 2017.03.21. 09:39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한국 사람들은 즐기지 않는다. 성과를 내서 성공하겠다는 일념뿐이다. 외국인들은 다르다. 즐기는 게 우선이다. 성과는 나면 좋은 거다.

입시 이야기로 보이는가? 아니다. 아이들이 놀기 위해 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다. ‘클템’으로 불리는 게임 해설자 이현우는 인터넷 방송에서 왜 한국 게이머들이 게임을 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북미와 중국은 한국보다 시장이 크다. 하지만 한국처럼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이 가장 게임을 잘한다. 최근 한국은 세계대회에서 4년 연속 우승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한국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보면, 한국 교육 현실과 판박이라 놀라게 된다. 게이머는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 등으로 철저하게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가 단박에 나온다. 등급을 올려야 게임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게이머들은 이기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실수한 동료를 모욕하기도 한다. 심지어 더 잘하는 게이머를 돈 주고 고용해서 대신 이겨주는 사업조차 존재한다. 등급을 불법으로 올리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여가로 즐기는 게임에서조차 교육 시장과 비슷한 무한 경쟁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무한 경쟁하면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미국 대학 순위가 유명하다. 미국은 땅도 넓고, 명성을 떨치는 대학도 많다. 그래서 U.S. News and World Report 등에서는 매년 대학의 성과를 수치화하여 학과별로 랭킹을 메긴다. 학생들은 랭킹을 보고 대학을 고른다. 합격률이나 졸업생 기부금 등 다양한 요인들이 랭킹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아직 미국 정도로 철저하게 모든 과정이 공개된 대학 순위는 없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의 매체가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정도다. 인터넷에는 ‘문과는 SKY, 이과는 설포카’ 등의 구체적이지 않은 정보가 떠돈다. 이 정보와 부모의 ‘감’을 통해서 대학 취직을 결정한다. 그 외에는 기껏해야 ‘취직률’이나 고등학교의 경우 ‘서울대 진학률’ 정도가 공개된 데이터다.

미국도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진 교육 문제가 있다. 대학교 학비 문제다. 미국 공립 대학교 학비는 71년에 비해 15배 뛰었다. 같은 기간 동안 하버드 학비는 17배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U.S. News and World Report 등의 단체가 만든 대학 랭킹 리포트가 대학에 무한 경쟁을 강화하여 특히 대학교 학비를 올리게 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한 그의 대처는 교육부가 만든 새로운 대학교 점수 시스템이었다. 바로 ‘칼리지 스코어보드(College Scoreboard)’다.(https://collegescorecard.ed.gov/)

칼리지 스코어보드는 대학에 순위를 매기지는 않는다. 대신 솔직하게 졸업률, 학급당 학생 수, 졸업 후 기대 수입 등을 보여준다. 정보가 공평하면 대학 학비 경쟁도 줄어들 거라는 이유였다. 정보가 가려져 있고 ‘순위’라는 자극적인 지표만 공개되기에 비합리적인 투자가 일어난다는 생각이다.

대선의 계절이다. 특히 교육 공약이 인기다. 후보마다 사교육을 잡겠다고 한다. 그게 가능할까? 앞서 말했다시피 한국은 아이들 게임조차도 무한 경쟁하는 사회다. 독재자 한 명이 이를 끊겠다고 해서 끊을 수도 없고 끊을 수 있어서도 안 된다.

심지어 사교육을 잡겠다는 극단적인 대책은 위험하다. 정책이 바뀌면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공포심도 생긴다. 바로 그 불확실성과 공포심을 잡아먹고 비정상적으로 커진 게 사교육 산업이다. 극단적인 대책 그 자체는 해답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키울 뿐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뭘까? 오바마 대통령의 해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한 정보’. ‘더 많은 정보’다. 정보가 부족하기에 옆집 엄마의 정보에 공포감이 생긴다. 학원 영업에 휘둘린다. 공포감에 과 투자를 하게 된다.

일본에서 ‘기적의 과외선생’으로 알려진 마츠나가 노부후미는 학원에 영업비밀은 ‘성적을 올려주는 게 아니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영업하는 일’ 이라고 말했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을 영입해서 더 많이 좋은 학교로 보내면 성공한다. 중간 성적, 혹은 하위권 성적 학생을 돕는 데는 관심이 없다. 모두가 명문대 진학률만 신경 쓰기에 나오는 참사다.

과연 이게 일본 학원에만 해당하는 일일까? 부정확한 정보와 공포를 통한 영업은 사교육 업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정직한 사업자가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해 교육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 공포의 해답은 독재가 아니라 공유다.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