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찰, 韓근로자들에 일일이 사드 찬반 묻고 답변 녹화"

입력 2017. 3. 21. 06:12 수정 2017. 3. 2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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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사드 반대 압박.."한글 간판 내려라" 요구도

(서울=연합뉴스) 유통·중기팀 =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묻기까지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규제와 불매운동 등으로 인한 피해 우려에 버티다 못해 '사드 반대' 의사를 밝히고, 한글 간판을 내리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톈진=연합뉴스) 사드 갈등으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확산하는 가운데 톈진 시내 한 헬스장 샌드백에 갈가리 찢긴 태극기가 걸려 있다. 2017.3.19 [유학생 제공=연합뉴스] tomatoyoon@yna.co.kr

◇ "中 공안, 한국인 직원 사드 답변 촬영해가"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도를 넘은 가운데 중국 정부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사드 반대를 사실상 강요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靑島)에 있는 한국기업 가방 공장에 최근 중국 공안이 갑자기 찾아와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사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공안은 한국인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답변을 카메라로 촬영해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양국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며 "중국 당국이 어떤 문제를 삼아서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할지 몰라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애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계열사를 겨냥했던 보복성 조치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까지 무차별 확산하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최근 한국인 불법 체류와 불법 취업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천<土+川>)시 등의 한국인 거주 주택가와 식당가 등에서 집중적으로 불심 검문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선전에서는 비자 기한을 넘겨 체류했다가 구류와 벌금형을 받은 뒤 추방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지역소방대는 최근 한국 비철금속 제조업체를 불시 소방점검하고 공장 담당자 소방국 출두와 불법건축물 철거, 한국인 직원 신원 확인 등을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안까지 나서 사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상황에서 위축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기업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한 화장품 수출 기업 임직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업체는 자사가 사드와 무관하다는 것을 중국 현지 거래처에 증명해야 수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증샷'을 찍기 위해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환 중소기업중앙회 통상정책실장은 "중국이 대놓고 우리 내부 분란을 조장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중국에서 그렇게 나오면 우리 중소기업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데 우리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국기업 티 내지 마라…한글 간판도 못 걸어"

중국 현지에서 우리 기업들이 한국기업임을 숨겨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을 이유로 중국 당국이 한글 간판을 내리기를 권하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강제로 간판을 떼게 하는 일도 있다.

한 현지 기업은 최근 한글로 회사 이름을 적은 LED(발광다이오드) 옥상 간판을 내리라는 중국 당국의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행정적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느냐고 물으니 간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결국 한국기업이라는 티를 내지 말라는 제재로 받아들이고 간판을 내리기로 했다.

다른 일부 한국기업과 매장들도 한글 간판을 내리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이성적인 반한 감정으로 과격한 시위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시위대를 자극한다는 이유도 있다.

중국 롯데마트의 경우 공안의 권고에 따라 운영 중인 점포에서 중국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는 한국어 홍보물 등을 치우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점포 99개 중 90개에 육박하는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매장 앞 시위, 매장 내 상품 및 집기 훼손 등 일부 중국인들의 반한 행동으로 인해 공안과 협의해 임시 휴점한 곳이 20여 곳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흰색 비닐 봉투를 제공한다.

'Lotte Duty Free'(롯데면세점)이라고 쓰여 있는 기존 봉투를 받은 중국인 고객들이 다른 봉투에 담아 중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면세점 측이 준비한 것이다.

일각에서 '수위 조절' 정황도 엿보이지만 여전히 중국 내 반한 행동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톈진(天津) 시내 헬스장 2곳에서는 태극기가 갈기갈기 찢겨 훼손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선양시의 한 약국에는 '한국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 붙었다.

선양시의 한 호텔은 바닥에 태극기를 깔아 놓고 '한국인을 밟아 죽이자'라는 과격한 문구를 새겨 넣었으며, 이 호텔 지하에서 운영하는 술집에도 '한국인과 개는 출입을 금한다'라는 팻말을 세워 논란이 됐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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