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없는 사람도 복용?..고1 52만명 전수검사·선제투약 우려

김재현 기자 2017. 3. 2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양성반응 학생에 부모동의 받아 투약하기로
(뉴스1 DB) © News1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교육당국이 4월부터 전국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잠복결핵(결핵균에 감염됐지만 발병은 되지 않은 건강한 상태) 여부를 확인하는 혈액검사를 실시한다. 이중 양성반응을 보인 학생에게는 선제적으로 결핵약을 투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에 학교 현장의 보건교사들은 결핵약 부작용 우려에 따른 학생 건강문제와 전수검사의 실효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소속 1학년 약 52만5000명을 대상으로 잠복결핵진단검사(IGRA)를 한다. IGRA는 혈액을 채취해 결핵균을 확인하는 검사다. 현재 학교현장에서는 본격적인 IGRA 시행 전 학생·학부모의 사전 동의를 받고 있다. IGRA 검사 후에도 학생·학부모 동의과정을 거쳐 선제적 결핵약 투여가 이뤄진다.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돼 발병하는 만성감염병이다. 공기나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허파·콩팥·창자·뼈·관절·피부 등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결핵균은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즈음 활동을 시작한다. 주된 증상은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것이다. 결핵감염 후 투약·치료기간은 6~9개월에 이른다.

이번 검사는 범정부적 결핵퇴치정책에 따른 후속조치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핵발생률(인구 10만명당 환자 수)은 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정부는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해 3월 '결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고교 1학년과 생애 전환기에 해당하는 만 40세 국민(약 85만명)을 대상으로 일제검사를 진행해 잠복결핵을 확인하고 예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중 고교 1학년을 전수검사 대상으로 선정한 건 이 시기를 기점으로 결핵환자가 급증해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만 10~14세 결핵신고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128명 수준인데, 만 15~19세는 1014명으로 8배 가까이 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잠복결핵 상태인 100명 중 5명은 2년 내에 결핵이 발병한다"며 "이 점을 감안한다면 신고환자가 급증하는 만 15세(고교 1학년) 때 검사하고 치료도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교사들의 모임 보건교육포럼은 20일 이 같은 교육부 방침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중 핵심은 정부가 추구하는 결핵예방의 방법론에 대한 지적이다.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상임정책위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결핵퇴치의 중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보건교육을 통한 예방보다 선제적 결핵약 투여가 우선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결핵약에는 집중력 약화 등 부작용이 따르고 심각할 경우 정신착란 증세까지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00명이 결핵균에 감염되면 그 중 90명은 평생 건강하게 산다. 나머지 10명 중 5명은 1~2년 안에 결핵이 발병하며, 나머지 5명은 이후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다.

김 위원은 "질병관리본부 통계만 보더라도 잠복결핵자 100명 중 90명은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선제적으로 결핵약을 투여하겠다는 것은 우려가 된다"고 했다. 그는 "결핵약을 복용하더라도 60~90%만 예방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투약 후에도 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률적인 검사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위원은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결핵신고 환자는 과거 발병지역·학교에서 집중된다"며 "전수검사보다는 결핵 취약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적인 검사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육포럼은 "결핵은 위생문제와 면역력 약화가 주된 발병 원인"이라며 "단순히 결핵균의 활성화로만 분석하고 대응할 것이 아니라 사회·제도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결핵을 확인하고 예방하며 잠복결핵 학생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게 핵심"이라며 "결핵약 투여 등은 학생·학부모 의사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강제적인 대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jh7@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