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머니포커S] 깊어지는 '한국은행 딜레마'

박성필 기자 입력 2017.03.2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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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더 좁혀졌다. Fed는 지난해 12월 1년 만에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번에 또 한번 인상했다. 앞으로도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돼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자 한은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높일 수도, 나빠진 경기를 살리겠다며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음달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어떤 묘수를 꺼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점점 좁혀지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

미국 Fed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며 종전 0.50~0.75%였던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1.25%와 불과 0.25~0.50%포인트로 격차가 축소됐다.

미국의 올해 첫 금리인상이 앞서 예상했던 6월보다 한 분기나 앞당겨지자 글로벌금융시장은 미국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투자은행은 Fed가 지난해 12월 점도표를 통해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매년 세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한 부분에 다시 주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 등 16개 글로벌투자은행 중 14개 기관이 올해 인상횟수를 3번으로 예상했다.

만약 Fed가 올해 0.25%포인트씩 두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면 한은의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 된다. 또 Fed가 매년 0.25%씩 세차례 금리를 인상하면 2019년 말에는 2.75~3.00%까지 올라간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예상한 대로 경제가 꾸준히 회복되면 2019년 말에는 장기적인 기준금리 목표인 3%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상이 올해 총 4~5회 단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며 호황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월 한달간 미국 내 비농업부문에서 22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실업률도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4.7%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노동자 임금도 2.8% 오르며 물가상승률을 압도했다.

옐런 의장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 앞서 “올해는 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 같다”고 언급한 점도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Fed 인사들도 그동안 빠른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런 근거는 Fed가 올해 금리를 3번 올리겠다고 예고한 것과 달리 4~5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인상vs인하’ 진퇴양난에 빠진 한은

Fed가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은의 고민이 한층 깊어졌다. 인상과 인하카드를 손에 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 섣불리 내놓지 못하는 처지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기엔 국내경기가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실업률은 5.0%로 최근 7년간 최악의 수준이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소비·투자·생산경기 할 것 없이 모두 바닥을 찍었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1344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걸림돌이다. 낮은 금리가 가계부채를 더 부풀릴 수 있다. 게다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현상이 더 심해진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낮은 시장은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은의 머리가 복잡해진 사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완화 경쟁을 벌였던 세계 중앙은행은 다시 돈줄을 죄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역RP(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 등을 인상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부적으로 양적완화 축소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영국 영란은행(BOE)이나 일본은행(BOJ)의 정책기조 변화를 예상하는 시장의 견해도 늘고 있다.

◆동결유력, 당분간 시장기류 살필 듯

한은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의 3년간 단계적 금리인상 방침이 재확인되면서 금리인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째 고수했던 동결카드를 다시 선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까지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던 국내증권사와 글로벌투자은행들도 입장을 바꿨다. 바클레이, 씨티, 모건스탠리, JP모건, UBS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증권사들도 금리동결 전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올 하반기에 금리인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 국제금융시장 기류를 살필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하다. 또 한은의 금리인상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역전돼 급격한 자본유출이 가시화되는 시점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가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가계부채와 내수침체가 걸림돌”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이 한번 더 금리를 올리면 자본유출 우려 때문에 한은도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이주열 한은 총재가 보여준 단서는 “미국 통화정책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발언 정도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바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후에도 이런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Fed의 3월 금리인상은 오래전부터 예고됐기 때문에 한은은 일단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와 금융시장의 반등을 더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은은 역대 최저인 1.25% 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