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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메피아' 전면 퇴출한다더니..슬그머니 복귀

CBS노컷뉴스 강혜인 기자 입력 2017.03.21. 05:03 수정 2017.03.21. 08:3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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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이후 ②] 메피아 척결 '초강수' 두는 척 언론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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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6월 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의역 사고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안전분야 외주화와 메피아 척결을 위한 근본대책 수립 의지를 밝히던 모습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구의역 사고로 실태가 드러난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轉籍者), 일명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중 일부가 서울메트로로 복귀한 것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사고 이후 "메피아 척결"을 천명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약속과 전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 서울메트로 → 은성PSD → 서울메트로

입사한 지 3개월이 되도록 안전모를 받지 못한 서울메트로 소속 스크린도어 정비공이 맨몸으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강혜인 기자)
서울메트로는 은성PSD 등으로 건너갔던 전적자들을 구의역 사고 이후 다시 회사로 불러들였다. 서울메트로는 "전적자 중 정년이 남은 29명에 대해 재임용 통보를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29명 중 재임용 조건을 수용한 직원은 모두 8명이다. 이에 따라 이들 중 3명은 지하철 운전 업무를, 5명은 역내 사무직 업무를 맡게 됐다.

서울메트로 전적자들은 외주화 이후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은 배제와 차별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존재였다. 전적자들은 외주화 협약 당시 '정년연장, 보수 및 후생복지, 신분과 고용 보장'을 보장받았다.

스린크도어 유지보수 업체였던 은성PSD의 경우 직접 채용된 노동자들이 주6일 근무를 하는 동안 대부분의 전적자들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와 별 관련이 없는 일을 했다.

매달 6억 원이라는 돈이 서울메트로에서 이직한 전적자 58명의 월급으로 편성되는 동안 직접 채용자 64명 전체에 대해서는 단 1억 원이 지급됐던 사실도 드러났다. 일반 직원과 전적자의 월급 차이는 많게는 3배에 달했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전적자들을 많이 데려와야 입찰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전적자가 많아질수록 임금 불평등 구조는 심화했다. 시름이 늘어나는 것은 김 군과 같은 정비공들이었다.

◇ 메피아 퇴출 약속, 결국 공약(空約)

서울 지하철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 사고로 숨진 김 모 씨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2016년 6월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김군의 영정과 관이 운구되던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해 6월, 서울시가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 앞에서 "전관 채용, 이른바 메피아를 확실히 뿌리뽑겠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적자, 이른바 '메피아' 문제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표현하며 전적자 완전 퇴출 방향을 내놓았다.

당시 182명으로 집계된 전적자 전부를 전면 퇴출하고 직영 전환 후에도 재고용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의 위·수탁 계약서 상 전적자 특혜 조항을 모두 삭제한다고도 밝혔다.

예외는 뒀지만 "60세 이상의 전적자 중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쳤음에도 적격자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한시' 고용하는 방안"이었다.

박 시장은 이같은 '초강수' 대책을 발표하며 "전적자를 직영화 과정에서 다시 채용하지 않는 것을 큰 원칙으로 세우고, 전적자들의 계약 등으로 법적 문제가 있으면 소송의 형태로라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기자회견 당시 "전적자를 전부 내쫓으면 그것이 또 다른 불이익이 되지 않겠냐"는 취재진의 지적에도 박 시장은 "그럼에도 안전이라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공허한 말에 불과했다. 거세지는 시민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감언이설이라는 지적이다. 시민 앞에서 한 발표와 달리 서울시 내부, 그리고 서울메트로 간에는 "예외를 둬라"는 말이 오갔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발표 당시에 서울시하고도 얘기가 된 부분"이라며 "원칙적으로 그렇게(재고용) 해서는 안 되지만,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예외는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처음부터 예견됐다. 서울시의회 우형찬 의원은 "전적자 전면 퇴출 방침은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며 "왜 그렇게 '쇼맨십'으로 대책을 발표하느냐고 지적했었다"고 말했다.

◇ 남겨진 '김 군'들의 박탈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망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서울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 메트로와 이 기관 출신의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의 비리 등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2016년 6월 9일 오전 서울메트로 본사, 은성 PSD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서울 동작구 은성PSD 본사(스크린도어 수리업체)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더 큰 문제는 전적자들의 경우 다시 서울메트로로 돌아와 안정적인 고용형태와 급여를 보장받은 반면 김 군과 같은 정비공들은 여전히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 측은 전적자들을 재고용할 때는 서울메트로 근무경력은 물론 은성PSD 등 외주업체 경력까지 인정해줬지만 '안전업무직'이라는 고용형태로 직고용된 정비공들의 경우 외주 업체 경력조차 인정해주지 않았다.

직영화 이전 열차 정비 업체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우리가 더욱 화가 나는 건, 우리의 사경력(외주)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전적자들은 외주 경력까지 모두 챙겨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가 거짓말쟁이인 것"이라며 "구의역 사고 났을 때는 이거 하겠다, 저거 하겠다 말을 했는데 제대로 이뤄지는 게 하나도 없으니 이제는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에 재고용된 전적자들은 '메피아'가 아니라 기존에도 열심히 일했던 직원들이기 때문에 원칙과 별개로 예외를 둘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CBS노컷뉴스 강혜인 기자] ccbb@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