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때 되면 가는 군대?.. 스펙 쌓아야 가는 '군大'

윤성민 기자 2017. 3.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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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나모(20)씨는 요즘 재학 중에 부족한 시간을 쪼개 토익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나씨는 형제자매가 자신을 포함해 3명이라 다자녀 가산점 4점을 받을 수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여전히 '공군 입대용 스펙'을 쌓고 있다.

의경 입대와 공군 입대를 같이 준비하는 한양대 국어교육과 이준호(21)씨는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면서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학과 공부와 별개로 헌혈에 한국사 등까지 챙기는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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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공군, 작년과 올해 일반병 선발기준 바꿔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나모(20)씨는 요즘 재학 중에 부족한 시간을 쪼개 토익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엔 헌혈도 두 차례 했다. 입사를 위해 스펙을 쌓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올 7∼8월 공군에 입대하기 위해 ‘스펙 쌓기’를 하는 중이다. 공군의 입대자 선발 방식이 지난해부터 바뀌면서 토익 성적, 헌혈 횟수 등을 반영하는 가산점을 몇 점 따느냐가 입대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나씨는 형제자매가 자신을 포함해 3명이라 다자녀 가산점 4점을 받을 수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여전히 ‘공군 입대용 스펙’을 쌓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산점 기준 등이 바뀐 해·공군 일반기술병(일반병) 선발 방식이 오히려 청년들에게 스펙 경쟁 부담으로 작용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체 해·공군 모병 인원 중 40∼50%는 일반병이다. 해·공군 일반병 입대를 준비하는 청년들은 가산점을 얻기 위해 마치 입사 스펙을 쌓듯 토익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선 “이제 군 입대도 스펙이 중요한 시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병무청과 해·공군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해·공군 일반병 선발 기준이 고교·수능 성적 위주에서 군 복무 특기와 관련된 자격·면허증 위주로 바뀌었다. 2015년까지 100점 만점 중 35점을 차지하던 고교·수능 성적 점수는 완전히 폐지됐다. 고교·수능 성적이 전투력과 무관하고, 성적에 따라 입대가 결정된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대신 올해부터 자격·면허 점수는 50점, 전공 점수는 40점으로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전문기술병과 달리 일반병에 지원하는 청년들은 국가기술자격증이 있을 때 받을 수 있는 자격·면허 점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대학생은 간단한 컴퓨터 자격증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해·공군 일반병 지원자 중 인문·사회계열 대학생은 최대 15점을 받을 수 있는 가산점을 얻는 게 거의 유일한 해·공군 입대 방법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가산점 부여 방식이 스펙 위주로 바뀌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국가유공자 자녀 여부, 헌혈 횟수 등만 가산점 부여 기준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지원자의 자기계발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토익,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국어능력검정시험 성적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해·공군 입대를 위해선 ‘스펙 쌓기’용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대학생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해부터 “다자녀가산점 4점, 헌혈 4점 얻고 토익 조금씩 준비해서 지원하려 하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식의 스펙 질문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새로운 입대자 선발 방식이 스펙 경쟁을 오히려 부추기는 데 대해 청년들의 불만은 크다. 의경 입대와 공군 입대를 같이 준비하는 한양대 국어교육과 이준호(21)씨는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면서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학과 공부와 별개로 헌혈에 한국사 등까지 챙기는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 등으로 청년들이 힘든 상황인데 정부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청년들에게 스펙 부담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군대도 입시가 된 상황이다. 청년들에게 경쟁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도 해·공군 입대 기준에 대해 “군대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스펙을 갖추도록 해서 청년들의 에너지를 낭비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윤성민 이상헌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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