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 '유전자 가위'로 복원.. "10년 내 매머드 태어난다"
조각나고 훼손된 매머드 유전자 분석후 전체 유전체 지도 만들어
아시아코끼리 유전자 가위로 교정.. 온전한 매머드 세포 만들 수 있어
나그네비둘기·위부화개구리·태즈메이니아호랑이 등 복원 활발
온몸이 긴 털로 덮힌 거대한 매머드(mammoth)는 4000년 전 지구 상에서 멸종됐다. 오늘날에는 수천만년 전 공룡처럼 박물관의 모형이나 화석으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10년 뒤 시베리아의 동토층에 다시 매머드가 등장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이 첨단 유전자 기술로 매머드 복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과 환경 변화로 사라져간 나그네비둘기, 위부화개구리, 태즈메이니아호랑이를 과학의 힘으로 다시 불러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매머드 복원 가능
미국 하버드대 조지 처치 교수는 지난 2월 "2년 안에 아시아코끼리와 매머드의 유전자를 접합한 '매머펀트(mammophant)' 배아를 만들고 10년 내에는 멸종된 매머드를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처치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멸종 동물을 복원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왔지만 최근까지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멸종 동물 복원은 대리모(代理母)를 이용한다. 멸종된 동물의 사체에서 정자(精子) 또는 체세포를 추출한다. 이어 멸종된 동물과 비슷한 동물의 난자에서 핵을 빼낸 뒤 정자나 체세포를 집어넣어 배아를 만든다. 이 배아를 난자를 제공한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된다. 정자를 집어넣으면 두 동물의 특징을 고루 가진 하이브리드 동물이 태어나고, 체세포를 집어넣으면 99% 이상 멸종 동물과 유사한 동물이 태어난다. 매머드의 경우 대리모로 유전적 특징이 비슷한 아시아코끼리를 사용한다.
문제는 온전한 매머드 정자는커녕 세포조차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빙하 속에서 냉동 상태로 발견된 매머드 사체에서도 복원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세포는 없었다. 돌파구는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발전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서 찾았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잘라내는 효소인 '크리스퍼'와 특정한 유전자에만 달라붙는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를 결합한 형태다. 원하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거나 이어붙일 수 있다. 생명공학 벤처 메디키네틱스의 이윤수 박사는 "매머드 사체에서 조각나고 훼손된 유전자를 분석해 전체 유전체 지도를 만든 다음, 이를 참조로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방식으로 온전한 매머드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코끼리 세포로 매머드 세포를 만들려면 최소한 7000만개 이상의 유전자를 교정해야 한다.
다른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1800년대 초반만 해도 북미 지역에 수십억 마리가 살았던 나그네비둘기는 1914년 멸종했다. 무분별한 인간의 사냥 때문이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박물관에 있는 나그네비둘기 박제의 깃털에서 유전자를 채취한 뒤 바위비둘기 난자에 넣어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팀은 1980년대 중반 호주에서 멸종한 위부화개구리 복원에 도전해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동물 멸종이 인류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과학자들이 멸종 동물 복원에 매달리는 것은 동식물이 사라지면 인류도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오르고 있고, 자연 파괴로 인해 매년 7만5000㎢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지구 상 생명체 100만종 중 매년 100~1000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100년 뒤엔 전 생물종의 70%가 사라진다. 이대로 가면 지구에 인간만 남거나, 먹을 것이 없어진 인간까지 함께 멸종하는 길뿐이다.
이윤수 박사는 "멸종 동물 복원 기술이 있으면 멸종 위기 동물의 보전은 훨씬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수십년 전만 해도 수천 마리 이상 있었던 아프리카의 북부흰코뿔소는 뿔을 노린 밀렵으로 현재 전 세계에 단 다섯 마리만 남아 있고 그중 수컷은 한 마리에 불과하다. 특히 수컷이 나이가 들어 번식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북부흰코뿔소의 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미 북부흰코뿔소의 유전자와 복원 계획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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