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지역마다 야금야금.. '21세기 차르' 푸틴 꿈도 차곡차곡

입력 2017. 3.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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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크림반도 병합 3년.. 유럽의 패권국으로 세력 확장

[동아일보]

《 ‘동남북으로 포위하고 서쪽(미국)의 지원을 차단시킨다.’ 러시아가 유럽 일대를 체스판 삼아 전방위 압박을 통해 패권국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현대판 차르’를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3월 21일 크림자치공화국 병합 문서에 최종 서명한 지 꼭 3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는 문어발처럼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해 동남북으로 유럽을 에워싸고 있다. 그 사이 유럽연합(EU)은 영국의 탈퇴로 위상이 약해졌고 EU의 든든한 우방이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보다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있다. 》

○ 유럽 동(東), 남(南) 에워싸고 압박 러시아는 3년 전 우크라이나 혁명의 혼란을 틈타 크림 반도를 병합한 이후 미국과 EU의 격렬한 반대와 경제제재에도 굳건하게 실효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크림 반도 병합으로 세바스토폴이라는 부동항을 확보해 흑해 해군력을 대폭 강화하고 지중해 진출 경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천연자원까지 손에 넣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親)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해 분열을 유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국경에 4만 명이 넘는 군대를 주둔시키며 언제든 동부까지 삼킬 태세를 갖췄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은 자국 내에선 푸틴 대통령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여론조사기관 브치옴이 이달 초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 78%가 크림 반도 병합이 국익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며, 크림 반도 주민에게도 이익이라는 평가가 89%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일각에선 정부군과 반군 분쟁이 장기화되는 걸 틈타 러시아가 동부 지역까지 넘보자 크림 반도를 장기 임대 형식으로 사실상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넘겨주고 반군 지원을 중단시켜 동부 지역이라도 지키자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푸틴 대통령은 2015년 중동 시리아 내전에 군대를 파병한 데 이어 북아프리카인 리비아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내란에 빠진 국가의 특정 세력을 적극 도와 친러 성향의 과도정부를 세워 실익을 챙기는 전략이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유럽과 중동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는 패권 공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내전으로 수세에 몰린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 기사회생시키며 시리아가 친미 성향 반군의 손에 넘어가는 걸 막아냈다. 이젠 도리어 반군이 수세에 몰렸다. 그 대가로 시리아 지중해의 타르투스 보급기지를 해군기지로 격상시켜 첨단 방공미사일 S-300을 배치했고, 시리아 라타키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영구 임차하며 중동에 든든한 군사기반을 확보했다. 리비아 접경지대의 이집트 공군기지에도 리비아의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이집트에 공군기지 임차를 추진 중이다. ○ 다음 목표는 북(北), 푸틴 체제 2024년까지 유럽의 동쪽과 남쪽에 세력을 뻗친 러시아의 다음 목표는 발트 3국과 북유럽으로의 군사영향력 확대다. 영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러시아의 다음 군사 개입 목표가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라고 점쳤다. 발트 해에 군사적 위기와 분열을 부추겨 친러 세력의 봉기를 유도하고, 이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면 범러시아권 주민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군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발트 3국 접경 지역인 칼리닌그라드 주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며 EU에 공포를 심어줬다. 러시아와 발트 해를 맞대고 있는 스웨덴이 7년 전 폐지했던 징병제를 다시 부활시켰고, 핀란드는 병력 규모를 20% 증강시킬 만큼 러시아발 위협은 실존적이다. 러시아에 맞서는 유럽 군사주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미국과 EU의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위세가 약해지고 있다. 친러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나토 지원에 회의적이라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 내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손잡아 유럽이 고립될 걸 우려해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체제가 공고한 서유럽에는 해킹과 가짜 뉴스로 사이버 전쟁을 벌여 4월 프랑스 대선과 9월 독일 대선에 친러 성향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게 러시아 전략이다. 반(反)러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선 후보가 동성애자라거나, 대(對)러 제재의 선봉에 서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입한 난민이 13세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식이다. 유럽은 러시아가 사이버 음해를 위해 관영언론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러시아가 신흥 패권국으로 급부상하자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마저 러시아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전이 끝나면 러시아와 함께 정부군을 도와온 최대 적수 이란이 국경지대에서 활개를 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 이란의 이스라엘 국경 진출을 막아 달라고 부탁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3월 열릴 대선에서 재선이 확실시된다. 지지율이 80%가 넘고 대선 일자를 크림 반도 병합 조약 첫 서명일인 3월 18일에 맞추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가 당선되면 위대한 제정 러시아로의 회귀를 꿈꾸는 광폭 행보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로=조동주 djc@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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