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보수의 히든카드? 홍준표 경남도지사

입력 2017. 3. 21. 00:03 수정 2017. 3. 2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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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몰락은 세계사적 흐름, 한국도 우파의 집권 가능성 충분해..
획기적 변혁으로 나라 업그레이드하는 지도력이 필요한 때
━ “천운이 온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보수 주자는 박근혜 정부와의 차별화로 승부해야한다”고 말했다.

“30%도 안 되는 진보좌파가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참으로 후회스럽고 죄송스럽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원죄가 기존 보수우파 집단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우리는 더 이상 국민들 앞에 나설 염치도 없어져버렸다. (…) 수구, 부패, 특권과 무능이라는 누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소홀히 한 잘못으로 한국의 기존 보수집단은 이제 앙시엥레짐(ancien re´gime)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즈음한 말이 아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3월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밝힌 심경이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과 ‘차떼기 대선불법자금 모금’ 논란에 휘말려 침몰 직전의 위기로 내몰렸다가 박근혜 대표 등장 이후 구사일생으로 회생했다.

그때의 시대상, 정치상황에 대한 홍 지사의 참담한 소회는 지금의 상황과 상당부분 오버랩된다. 한국 보수정치의 상징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당했고, 대선 국면에서 보수 주자들은 자신의 명함을 내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로 돌아서면서 보수진영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반면, 황 권한대행 지지층 상당수가 호감을 보인 홍 지사는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2015년 7월 당원권이 정지됐던 홍 지사에 대한 징계도 풀었다.

홍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도 보수의 메카인 대구의 서문시장에서 이뤄진다. 홍 지사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뜻밖에도 “이번 대선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지사와의 인터뷰는 헌재의 탄핵 인용을 전후로 대면·이메일 등의 경로를 통해 이뤄졌다.

Q :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선고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A : “담담하게 지켜봤다. 현 국면은 중국 문화대혁명 시대와 유사하다.”

Q :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보는가? A : “헌재의 파면 결정은 잡범들에게나 적용되는 괘씸죄가 주류를 이룬 감정 섞인 여론재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게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불복할 수 없는 것이 사법권의 독립이다 보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헌재 결정은 유감이지만 받아들인다고 했다.”

Q : 박 전 대통령은 3월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에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말뜻을 어떻게 헤아리는가? A :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결정을 사법적 판단이 아닌 민중재판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2015년 3월 경남도청을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대화를 나누는 홍준표 경남지사. [중앙포토]

━ “우파 대결집 통해 정치적 대항해야”

Q : 문화대혁명, 민중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사법제도가 정상적으로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듯하다. A :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1차 영장이 기각됐을 때 법원 앞에는 영장전담판사를 비난하는 게시물과 천막이 들어섰다. 법원을 오가는 판사들에게 겁을 주는 것이다. 민중재판, 인민재판을 하라는 것과 같은 행위다. 헌재 탄핵 인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국민 여론의 80%가 바라므로 탄핵하라던 언론보도를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란을 말한 세력은 정권교체 세력이 아니라 정권탈취세력이다.”

Q :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번 탄핵국면에서 재판에 회부된 이들에 대한 사면과 복권도 염두에 둔다는 말인가? A : “유죄 확정도 안 됐는데 무슨 사면복권인가. 조금 이른 질문같다.”

Q : 헌재의 파면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데 반발도 있다. A : “불복할 방법이 없다. 조기 대선에서 우파의 대결집을 통해 정치적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다.”

Q : 어쨌든 보수정권의 실패라고들 말한다. A :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패한 것일 뿐 보수정권의 실패는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다.”

Q : 대선에 나서려는 보수 후보들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하지 않나? A : “나에겐 박근혜 정권 4년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보다 더 힘들고 고달팠다. 새누리당 경남지사 경선에서는 온갖 양아치 같은 이들이 나를 떨어뜨리려고 준동했다. 탈당한다면 바른정당 의원들이 아니라 내가 제일 먼저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당(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사당이 아니고 보수 정당의 본류이기에 탈당하기 어려웠다.

다음 주자는 불문곡직하고 박근혜 정권과 차별화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책임이 있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정권에 공동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절대 출마해서는 안 되고 출마하더라도 그건 필패할 것이다. 대선에 나가는 보수 후보의 제 1차적 과제가 박근혜 정권과의 차별화이기 때문이다.”

Q : 보수진영에서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나타난다. A : “지금 지지율은 거의 의미 없는 지지율이다.”

Q : 보수진영 후보가 집권해야 할 명분이 있나? 단순히 누가 나쁘다며 배제하는 논리가 아니라 내가 꼭 돼야만 하는 그런 필연적 사유가 있느냐는 말이다. A : “우리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우파의 강풍에 좌파가 몰락해가는 게 세계사적 흐름이다. 한반도 4대 강국의 지도자도 극우 성향의 스트롱맨, 국수주의자로 속속 채워졌다. 한국에만 좌파 정부가 탄생한다고? 외톨이가 된 대한민국이 잘살기는커녕 생존공간마저 확 줄어들 것이다. 우리 유권자들도 세계사적 흐름이나 국제관계의 조류를 깨닫게 되는 때가 오리라 믿는다. 이게 한국에 우파 정부가 필요한 이유다.”

Q : 현재 국민들이 우파 정부에 공감하거나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가? A : “먹고사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좌파 정치인들이 말하는 서민 복지, 일자리 창출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나? 기업인을 범죄시하고 돈 있는 이들을 적대시하는 좌파가 집권하면 서민 생활은 더 팍팍해지기에 하는 말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만 해도 그렇다. 3(식사비)― 5(선물) ―10(경조사비)만원으로 묶어두는 통에 많은 길거리 식당이 문을 닫게 되지 않았나? 내가 결정권을 갖게 된다면 김영란 전 대법관에게 ‘10 ― 10 ― 5’로 바꾸자고 하겠다. 식사와 선물은 10만원까지 풀고,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낮춰야 한다. 식당도 살고 농축수산물 판매에도 숨통이 트여야 한다.”

━ “김영란법, ‘10(식사비)-10(선물)-5(경조사비)’로 바꿔야”

Q : “영남의 바닥민심이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는 확신이 서면 출마선언을 한다”고 했다. 출마에 필요한 영남민심의 최소한의 조건은 뭔가? A : “조건이 아니고 내가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다. (출마는) 수치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민심을 모을 자신이 섰을 때 하는 것이다. 검사시절을 거쳐 마흔한 살에 정치권에 들어와 20년이 흘렀다. 내게 대통령선거는 이번이 마지막 선택인데 누구처럼 장난스럽게 출마할 수 있겠나?”

Q : 요즘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민심과 괴리가 있다고 말해왔는데 그 근거는 뭔가? A : “여론조사 응답률이 평균 10% 미만이지 않은가. 90%의 국민이 응답하지 않는 여론조사다. 광적인 지지계층만 응답하는, 편향된 샘플링의 여론조사다. 앞으로 주요 정당 후보가 다 선출된 뒤에 하는 여론조사가 진짜 여론조사다. 지금 발표되는 조사 수치를 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Q : 자신이 대통령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그런 옹고집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천운이 올 수도 있으며 오는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일 뿐이다. 국가경영을 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경상남도 살림을 해보니까 빚도 다 갚고, 미래 50년 먹거리도 만들었으며, 서민복지도 빛을 발하고 있다. 나라 빚도 줄이고 서민도 더 잘살게 해줄 자신이 있다. 북핵 위협도 강단과 배짱을 갖춘 (나 같은) 지도자가 아니면 못 견뎌낼 것이다.”

Q : 대란대치(大亂大治, 크게 어지럽혀 나라를 다스린다)를 말했는데 그것은 무슨 뜻인가? A :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 한족의 저항이 끊이지 않았다. 옹정제는 주변을 숙청하고 부패를 일소하는 등 나라를 크게 뒤흔들어 놓는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해 혼란을 잠재웠다. 지금은 정치·경제·외교·안보 모든 분야가 대란이다. 이런 때는 지도자가 그 혼란 속에 들어가면 헤어날 도리가 없다. 획기적인 변혁을 통해 나라를 한꺼번에 업그레이드하는 큰 통치를 하자는 뜻에서 대란대치를 언급하는 것이다.”

Q : 야권에서 말하는 적폐청산과 궁극적으로 같은 맥락 아닌가? A : “그것과는 다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집권시 보수 우파를 전부 몰아낸다는 게 적폐청산이다. 문 전 대표의 눈에는 우파나 보수집단 전부가 적폐로 보인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2기’ 정권이라고 하는 것이다. 요즘 문 전 대표 행태를 보면 촛불을 부추겨 탄핵안을 통과시킨 정권탈취세력일 따름이다. 지도자의 행보는 아니다.”

Q : 문 전 대표가 과연 보수진영 전체를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본다는 얘기냐? A : “그건 문 전 대표에게 직접 물어보라. 내게 묻지 말고.”

━ “검찰, 노무현 600만 달러 범죄수익 환수해야”

Q : 홍 지사는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며 그건 막말이 아닌 팩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중에는 야권이 먼저 자극해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는데 그경위를 설명해달라. A : “좌파진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격화된 사람이다. 우상화된 사람을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다. ‘성완종 리스트’ 정치 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 내가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민주당의 눈치를 보고 상고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 시비를 걸었다. 그래서 내가 ‘너네 1등 하는 후보도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했는데 몰랐으면 그릇이 안 되는 것이고, 알았다면 공모한 것’이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내 사건의 유죄 증거가 있다고 떠드는데 참 어이가 없다. 1997년,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병풍(兵風, 병역비리 조작) 공작으로 정권을 잡은 쪽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이들이 대법원도 공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해서 경고를 보낸 것이다. 병풍공작으로 집권해본 추억이 있는 민주당이 홍준표의 대법원 재판에서도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한 말이다.”

Q : ‘막말이 아닌 팩트’라고 했는데 그 팩트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A :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총 600만 달러를 받아 검찰이 뇌물수사를 했다. 대통령께서 스스로 몸을 던져 가지고 돌아가셨으니까 그 사건이 종결된 것이다. 그대로 (수사)했으면 60억원이 넘는 돈인데 범죄수익을 환수했을 것이다. 뇌물을 받았으면 국가에서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 대통령께서 서거했으니까 덮어준 것 아닌가?”

Q : 그 사건은 이미 수사가 중단됐으므로 확정판결 전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지 않나? A : “아, 그런 민주당이 그 돈의 60분의 1도 안 되는 1억원에다, 그것도 무죄 판결을 받은 나를 물고 늘어질 수 있느냐는 말이다. 당시 검찰의 기록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자금을 추적한 근거가 있다면 그를 토대로 범죄수익 환수절차를 취할 수 있는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1300억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대통령이 됐다. (민주당이) 그런 문제를 안고 있는데 왜 무죄를 받은 내게 시비를 거느냐 이 말이다.”

Q : 초월적 힘이나 영혼의 존재를 믿나? 저서 <나 돌아가고 싶다>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목격한 신비로운 무당에 대한 기억을 적었다. ‘혼 굿에서 나는 영매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사자(死者)의 영혼문제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 생각인가? A : “나는 영혼이라는 걸 믿는다. 과학적인 근거를 대지 못하는 신비스러운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믿으니까 죽어 저승 가서 (돈을 줬다는 메모를 남긴) 성완종 전 의원을 만나 왜 그랬는지 물어보겠다고 한 것이다.”

Q :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상상력이 풍부한가,야심가인가? A : “참 대단한 능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한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비례대표 5선 관록의 소유자다. 그걸 나쁘게 보면 안 된다. 정치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 경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예전에 악연이 있기는 하지만 그분을 참 좋아한다. 그 정도만 말하겠다.”

Q : 김 전 대표에게는 아픈 기억이겠지만 1990년대 초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당시 담당 검사가 홍 지사 아니었나? A : “내가 주임검사가 아니었다. 그건 당시 (주임 검사였던) 함승희 전 의원에게 물어봐야 할 사안이다.”

Q : 김 전 대표가 대선 출마한다는 얘기도 있다. A : “그건 그분의 자유다.”

“우리나라 대선에 제3지대라는 것은 없다. 역사를 따져봐도 국민은 좌·우, 보수·진보를 따진다. 중도에는 표가 없다. 선거 막바지로 가면 양쪽으로 갈라진다. 우리 국민은 성향상 선명한 컬러를 선호한다.”

━ 美, 전술핵 재배치 않으면 한국도 핵무기 개발

Q : 김 전 대표의 탈당, 대선 출마가 제3지대 형성에 활기를 불어넣지 않을까? A : “대선 구도에 큰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나라 대선에 제3지대라는 것은 없다. 역사를 따져봐도 국민은 좌우, 보수·진보를 따진다. 중도에는 표가 없다. 선거 막바지로 가면 양쪽으로 갈라진다. 우리 국민은 성향상 선명한 컬러를 선호한다.”오는 5월 대선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좌우, 중도의 후보들이 다투는 3자 구도로 갈 것이다. 올 대선에서는 정치적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성공한다. 언론기관 상당수가 좌파에 줄을 선 것 같은데 그럼에도 결국엔 좌파가 정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Q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A : “만나게 되면 생각해도 될 것을 지금 뭐 하러 미리 얘기하나.(웃음) 10분 전에 생각하면 될 걸.”한반도 주변 안보정세를 조망한다면?=“지난해부터 남북한 핵 균형을 강조해왔다. 핵을 가진 나라와 가지지 않은 나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핵을 가진 나라 사이에서는 분쟁도 줄어든다는 건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가 잘 말해준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20년 넘게 끌어왔는데 북한이 핵 개발하는 시간만 벌어준 것 같다. 최근 미국이 한국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는 모양이다.” 홍 지사는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에 미온적이면 한국이 직접 핵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1년 남북비핵화공동선언 당시 미군이 전술핵을 철수할 때와 지금의 상황은 판이하다는 이유를 댔다. 그때는 한반도 전술핵이 북한이 아닌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자, 미·러 간 핵감축조약을 맺으면서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철수해간 것이라는 게 홍 지사의 해석이다. 그는 “지금 상황과는 다르다. 북한이 핵무장을해버렸다. 지금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Q : 만약 미국이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거부한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이 남나? A : “그러면 우리도 핵을 개발해야 한다. 전술핵을 배치해주지 않으면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자위적 조치를 위한 탈퇴는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Q : 그 경우 국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원전의 연료 공급이 끊겨 심각한 에너지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 : “우리가 이 방법밖에 없다고 나선다면 미국도 도와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각오는 하고 덤벼야 한다. 북한의 핵공갈에 굴복하면 나라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중국이 (사드 문제로) 우리를 압박한다고 거기에 굴복하면 되겠나. 이렇게 주저앉거나 눌려서 살아야 하나.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5000만의 생존을 위해 각오를 하고 붙어야 한다.”

Q : 영남권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물구덩이보다 맨땅이 낫다’는 말로 부산 가덕도와 밀양의 입지를 비교하기도 했다. 게다가 ‘저격수는 원샷 원킬’ ‘독설과 참설의 구분’ 등 언어감각이 남 다른 것 같다. 용어 선택에 공을 기울이는 편인가? A : “책을 좀 많이 읽는다. 말하기 전에는 생각을 많이 한다. 혹자는 내가 막말을 한다, 함부로 말한다고 하는데…. 막말 하거나 생각 없이 말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도 생각이 짧은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할 때 그 얼마나 천박하게 들렸나? 그런데 그게 민주주의 회복을 절실하게 바라는 심정을 나타낸 것이었다. 나도 정치한 지가 22년인데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하겠나, 계산 없이 말을 하겠나? 기자들이 저더러 막말 운운해도 한 번도 이의를 달지 않았을 뿐이다.”

2011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왼쪽)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김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기회를’

Q : 욱하는 기분에 말이 툭 튀어나올 수도 있지 않나? A : “이유 없는 이야기는 안 한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막말로 들릴 수는 있다. 그러나 정색하고 하는 이야기를 막말로 하는 일은 없다.”

Q : 말이 나온 김에 독설(毒舌)과 참설(讒說)은 구분이 되는 건가? A : “독설은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나오는 것이므로 나쁜 말이라고 할 수 없다. 현상을 정확히 판단해서 상대가 가장 아프게 느끼는 걸 지적하면 그걸 언론에서는 독설이라고 한다. 독설과 독침은 똑같은 말이다. 독침은 한 번 맞으면 죽는다. 독설도 정확히 핵심을 찌른다. 공방이 오가는 정치판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Q : 그러다 보면 도량이 좁다, 참을성이 약하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도 있겠다. 결국 마이너스 아닌가? A : “플러스, 마이너스 따지면서 세상을 살지는 않는다. 내 방식대로 살 뿐이다. 정치도 그렇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대로 행한다.”

Q : 그런 방식은 언제 어떻게 길러졌다고 보는가? A : “어려서부터 그랬다. 아주 힘들게 살았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힘으로 살았다. 내가 강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벌떼처럼 공격이 들어왔다. 이게 내 생존방식이다. 많이 가진 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지만. 난 빈손으로 출발했기에 잃을 것도 없다. 생각대로 세상을 사는 것인데 나쁠 게 뭐 있나?”

Q :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형편의 기억이 서민복지행정에 투영된것인가? A :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내건 복지 슬로건이 있다.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기회를’이 그것이다. 한국의 부자들은 눈치를 보며 산다. 사치를 부리고 싶어도 남의 눈을 의식해야 하고, 골프를 하고 싶어도 세무소가 어른거린다. 가진 사람을 부끄럽게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가진 사람에게 복지란 건 자유를 나눠주는 것이다. 눈치 보지 않고 여행을 가고 호화주택에서 호사롭게 사는 자유를 누리도록 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단, 탈세와 편법과는 선을 확실히 긋는다는 조건에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지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생업에 필요한 신용대출, 학업에 필요한 학자금대출 등 국가가 끊임없이 지원해주는 게 바로 서민복지다. 경남도청도 이런 관점에서 서민복지행정을 펼치고 있다.”

Q : 그런데 야권이 추진하는 보편적 복지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왜 그런가? A : “좌파에서 말하는 보편적 복지는 공산주의 배급제다. 누리 과정도 마찬가지다. 잘사는 가정, 못사는 가정 가리지 않고 똑같이 돈을 보태주는 것은 공산주의 배급과 다를 바 없다. 그 돈을 별로 이득이 안 되는 가정에 주지 말고 더 어려운 가정에 몰아주는 게 진정한 복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이유다.”

Q : 광역지자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채무 ‘제로’를 달성했다. 도백을 맡아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A : “지사 취임 후 3년 6개월 동안 총 1조4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았다. 지난해 6월 1일부로 경남도는 빚이 ‘0’이다. 자산을 내다 팔지 않고 행정개혁을 통해 6464억원, 재정개혁을 통해 7024억원을 절약했다. 선심성 사업을 폐지하고, 산하기관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 누수를 차단했다. 또 체납과 탈루, 은닉 세원 발굴과 비효율적 기금을 폐지한 것도 재정건전화에 크게 기여한 요인이다.” 글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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